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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정착스토리](14) "두고 온 아이 생각 눈물나도 페인트칠 멈추지 않아요"...삼성중공업 도장 부문 김남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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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북단 함북 새별군 출신
거제조선소 유일한 여성 직장
북한에 둔 자녀 데려오는 게 꿈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탈북민 김남순(51) 씨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도장 부문 직장(職長)으로 일한다. 현재 이 회사에서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직장 직위를 차지하고 있는 김 씨는 남다른 노력과 열정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 

한반도 최북단 마을인 고향 함북 새별군을 떠나 지난 2006년 한국 생활을 시작한 김 씨는 탈북민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 퇴소 후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임대아파트를 배정 받았다.

[서울=뉴스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도장 부문 현장 책임자로 일하는 탈북민 김남순 씨가 건조 중인 선박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2024.11.20

그런데 하룻밤을 자고 바로 다음 날, 마치 남한 땅을 미리 파악하고 온 사람처럼 조선소가 있는 거제도로 출발했다.

사실은 중국에 살면서 알게 된 고향 친구가 먼저 한국에 들어와 조선소에서 일했다. 그 인연으로 거제도로 내려오게 되었다. 처음 면접을 보고 보름을 기다려 조선소 입사출입증을 받았다. 이곳에서 그는 배에 페인트를 칠하는 도장 일을 하게 되었다.

"남들은 정착 초기에 남한 사회에 관해 공부도 하고, 컴퓨터 학원에, 여행도 다닌다고 하던데, 저는 임대아파트에서 딱 하루 자고 일을 시작했어요. 더구나 조선소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시작했어요. 빈집에 종일 있으면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화병이 나고 울화병이 생길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나를 재촉해서 딴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이 참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숨막히는 페인트 냄새 이 악물고 버텨

당시 받은 첫 월급은 150만원. 그 정도면 최고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탈 수 있었던 금액이었다고 한다.

처음 시작한 도장 일은 실수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초기에는 페인트 냄새에 숨이 막혔고, 온종일 무거운 장대를 들고 일하다 보니, 어깨도 아프고 팔을 들 힘조차 없었다.

그나마 넓은 공간에서 도장 일을 할 때는 견딜 수 있지만,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페인트를 칠할 때는 숨이 막히고 눈이 시려 뜰 수조차 없었다. 이를 악물고 견디며 일할 수밖에 없었다.

"도장은 배가 오랫동안 부식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얼핏 보면 보기 좋게 색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해진 칠 두께가 있고 작업을 반복하면서 익숙해질 때 실수가 줄어듭니다. 도장 공정은 먼저 스프레이로 바탕을 뿌려주고, 도장공들이 그 위에 덧칠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는데, 스프레이를 뿌리는 속도와 거리를 잘 계산해야 정확한 색을 입힐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얇거나 두꺼우면 배 표면의 부식이 빨라지고 검사를 통과하지 못합니다."

도장 일은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철판이 달아오르면서 발바닥이 매우 뜨거워 고생스럽다. 거기에 눈을 보호하는 안전 장비까지 착용하면 몸이 천근만근이 된다.

김 씨는 도장 일을 시작하면서 비록 힘들었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김 씨는 6살 되던 해 아버지를 잃었다. 보위부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버지를 데려갔고 그 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버지의 고향은 남한 강원도 강릉이다. 보위부 사람들은 아버지를 데려가는 이유에 대해 가족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가족들도 감히 물어볼 생각도 못 했다.

북한에서 남한 출신은 토대가 의심스러운 집안으로 취급되다 보니 공부를 잘해도 미래가 불투명했다.

◆6살때 보위부 끌려간 아버지 생사 몰라

다행히 공부를 잘한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 후 2년제 농업전문학교에서 기계학부를 전공했다.

졸업 후 사회생활도 못 해보고 함경북도 은덕군으로 시집을 갔다. 가난한 농촌 가정 며느리로 살며 3명의 자녀를 낳았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농사를 지으면서 하루하루 버텼지만,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중국에 간 언니들에게 도움을 받으려 2003년 탈북을 결심했다.

"고향을 떠나려 했던 이유는 딱 한 가지였어요. 언니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가보니, 도움 받을 형편도 못 되고 숨어 있는 것도 무서웠어요. 고향을 떠나올 때 친척 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왔는데 어떻게든 돈을 벌어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어요."

그즈음에 중국에 사는 언니들이 공안에 잡혀 북송됐다. 그녀는 중국에서 언니들처럼 있다가는 잡힐 것 같아 한국행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도장 부문 현장 책임자로 일하는 탈북민 김남순 씨가 건조 중인 선박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2024.11.20

그렇게 3년을 중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김 씨는 한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돈을 벌어 고향에 사는 자식들을 남한에 데려오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돈이 필요했다. 김 씨가 정착 첫날부터 일해야 했던 이유다.

다행히 중국에서 북송되었던 언니들은 현재 남한에 무사히 도착해 열심히 살고 있다.

처음 조선소에서 일을 시작할 무렵에는 40일 동안 일하고 겨우 하루 정도 쉬었다.

어떤 날은 심야에 혼자 작업장에 남아 일하면서 자식들 생각에 울기도 했다. 울면서도 한 손에 는 긴 장대를 놓지 않고 부지런히 페인트를 칠했다.

가슴에 박힌 커다란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질 시간조차 김 씨에게는 사치였다. 그렇게 1년을 버티고 나니 마침내 직장에서 기술을 인정받게 되었다.

"솔직히 여러 명의 도장공이 한 공간에서 일하다 보면, 빨리 끝내는 사람도 있고 늦게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어요. 동료들에게 '내 일'이라는 생각보다 '우리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함께 일하자고 했어요."

◆북한 자녀들과 만나 북적거릴 날 꿈꿔

김 씨의 동료들은 현재 그만뒀거나, 정년퇴직해서 이제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삼성중공업 도장 관리자 회의를 하면, 여성 관리자는 김 씨 한 명뿐이다.

조선소 일을 시작한 지 5년 정도 지날 무렵, 갑자기 그만두고 싶어졌다.

어느 순간 매일같이 반복되는 힘든 작업과 페인트 냄새가 싫어진 것이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다시 마음을 돌렸다. 5년 동안 쌓아온 경력과 기술, 그리고 도색을 끝낸 배를 바다에 띄울 때 느끼는 그 희열이 잠시 흔들렸던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게 했다.

그녀는 살길을 찾아 두만강을 넘을 때 그 험난하고 가슴 아팠던 밤과 중국에서 공포에 떨며 지낸 순간들을 되돌아봤다.

"그때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의 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북한에서 힘들게 살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고생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선소에서 꿋꿋하게 일하면서 많은 것을 내 손으로 이루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집도 마련하고, 북한의 가족들에게 생활비도 보내주고 있어요"라며 뿌듯해한다.

그녀는 현장에서 밤낮이 따로 없이 일했다. 덕분에 지금은 도장 직장으로 승진해 작업장에서 전반적인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이제 그녀는 많은 탈북민의 롤 모델이 되어 있다. 18년 차 경력을 가진 그녀에게 북한에 남겨진 가족은 아픔인 동시에 그녀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직 자식들을 남한으로 데려오진 못했지만, 김 씨는 오늘 밤도 자식들과 함께 북적이며 살아갈 날이 곧 올 거라는 행복한 꿈을 꿔본다. 

<뉴스핌-남북하나재단 공동기획>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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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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