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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협상, 예정된 참사...사도광산 추도식 파행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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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참배 日대표...추도식 아닌 '기념식'
정부, 조선인 추모행사 아님을 알면서 합의
추도식 불참으로 '협상 실패' 자인한 외교부
군함도 등재 이어 '같은 말 두번 산' 책임론 대두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新潟縣)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일본이 약속한 희생자 추도식은 결국 한국 정부가 불참한 가운데 파행으로 끝났다. 

사도광산 인근에서 지난 24일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生稻晃子) 일본 외무성 정무관은 '인사말'로 이름붙인 추도사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노역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가치와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한 모든 광산 노동자들의 노고를 언급한 뒤 "광산 노동자 중에는 1940년대 우리나라(일본)가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또 한반도 노동자들이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면서 "종전(終戰)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쿠이나 아키코 일본 외무성 정무관 [사진=이쿠이나 정무관 인스타그램]

이쿠이나 정무관의 추도사에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왜 사도광산까지 와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끌려왔다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강제동원 사실은 물론 일제의 조선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예견된 '외교 참사'

지난 7월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모든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는 2가지의 '이행 조치'를 약속받고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이 약속한 2가지 이행 조치란 사도광산 인근 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노역과 관련된 전시실을 마련하고, 희생자를 위한 추도식을 매년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합의 직후 마련된 전시관에는 조선인이 강제노역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이어 이번 추도식에서도 강제노역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로써 정부가 일본과 협상을 통해 얻어냈다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성과 2가지가 모두 무너졌다. 사도광산 등재를 위한 일본과의 합의는 '외교적 참사'로 끝난 셈이다.

지난 7월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당시 정부가 이같은 일본의 약속을 받고 등재에 동의했다고 발표했을때 한·일 관계 전문가, 언론, 시민단체 모두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하는 표현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과 협의 과정에서 강제노역과 관련된 표현을 명시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는 일본과 협상을 했던 외교부가 스스로 인정한 사실이다.

외교부는 또 일본이 약속한 전시와 추도식에 강제노역의 표현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7월 26일 외교부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전시와 추도식은 일본인을 포함한 모든 사도광산 노동자가 대상"이라며 "한국인만을 위한 특별한 전시나 추도식이 일본 국내 정치적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한 결과"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또한 추도식을 일본 정부가 주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 당국자는 당시 브리핑에서 "추도식을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니가타현, 사도시와 같은 지방정부뿐 아니라 중앙부처에서도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해 추도식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일본이 "중앙정부가 이 같은 추도식을 주최한 적이 없다"는 말로 정부 주최 추도식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외교부는 추도식은 지방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주최하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행사에 참석하는 형식으로 치러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과 관련한 자료가 전시돼 있는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내부 모습. [사진=외교부] 2024.07.28

◆"짐작은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외교부는 추도식에 중앙정부의 정무관(차관급) 이상의 고위직이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이 정무관이 추도사에서 조선인 노동자의 희생에 대해 언급하면 강제노역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내용상으로는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내세울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추도사에 강제노역 인정 내용이 없을 것은 알고 있었으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경력이 있는 극우성향의 정치인 출신 이쿠이나 정무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23일 일본의 발표가 나오자 외교부는 대경실색했다. 예정됐던 언론 브리핑을 5분 전에 취소하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외교부는 회의 끝에 이쿠이나 정무관의 참석을 용인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그날 밤 늦게 출입기자단에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해 일본 정부의 고위급 인사 참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고 일본이 이를 수용하여 외무성 정무관이 추도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입장을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4일 오후 외교부는 전격적으로 추도식 불참 결정을 알렸다. 이쿠이나 정무관 참석까지도 수용할 수 있었지만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추도식이 사실상 유네스코 등재를 기념·축하하는 형식인데다 추도사에 노동자들의 희생에 사의를 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자 결국 포기한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추도식 불참 결정은 추도식의 성격과 추도사 내용 등 제반 사항이 정부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정부의 의사 표시"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태에서 추도식에 참석했다가는 뒷감당이 안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 실패 인정한 정부...책임론 부상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사도광산 등재 직후인 지난 8월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비판에 "강제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대표의 발언문에 강제성이 들어있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2015년 하시마 탄광(군함도) 등재때 강제성을 받아냈고, 이번에 일본이 '과거의 약속을 확인하고 명심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었다. 조 장관은 "(강제성이) 빠졌다면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사도광산 등재 협의에서 강제성이 빠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24.08.13 leehs@newspim.com

조 장관은 또 "협상 초기부터 2015년에 우리가 얻어낸 합의 결과에서 후퇴하는 건 '논스타터'(non starter)라는 걸 분명히 하고 일본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면서 "이행조치(전시물 설치·추도식 개최)를 확보했기 때문에 진전된 합의라고 자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장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합의가 실패한 협상이라는 게 드러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외교부가 이번에 추도식 불참을 결정한 것은 협상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이 추도식은 매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일본에서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가리고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행사가 매년 열리게 된다. 정부로서는 두고두고 화가 될 싹을 키운 셈이다. 차라리 추도식 개최를 합의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은 2015년년 일본 하시마탄광(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끌려와 일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겼으나 곧바로 "강제노역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번복하고 이행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데 실패했다. 2015년 군함도 등재때 교훈을 얻었으면서도 '같은 말을 두번 산' 외교 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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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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