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와 RTX·포티넷
명품 소비 회복과 프라다·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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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1998년 아마존(AMZN)과 2012년 테슬라(TSLA), 2020년 엔비디아(NVDA)에 이어 2025년 새로운 신화를 세울 '일타' 종목을 찾는 데 월가가 분주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취임 전부터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는 5가지 투자 트렌드가 2025년 글로벌 자산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먼저, 지정학적 리스크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날로 격화되는 한편 대만과 중국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등 지구촌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졌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에 진행중인 군사 분쟁이 총 56건에 이른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고치다. 이와 별도로 사이버 공격이 1년 전에 비해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이 반길 일은 아니지만 월가는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방산 섹터가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2025년 국방 예산으로 1조달러를 지출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예상이 적중하면 해당 섹터에 직접적인 호재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인 수혜주로 RTX(RTX)가 꼽힌다. 1992년 창사한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에 뿌리를 둔 RTX는 버니지아 주에 본사를 둔 다국적 항공우주 및 방산 대기업이다.
RTX 주가 추이 [자료=블룸버그] |
항공기 엔진과 항공 전자 기기, 에어로스트럭처, 사이버 보안 솔루션, 항공 방어 시스템, 유도 미사일, 그 밖에 위성과 드론 등을 제조하는 업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군사 및 방산 업체 중 하나로, 2023년 포춘 글로벌 2000에서 79위에 랭크됐다.
업체의 주가는 12월3일(현지시각) 118.10달러에 마감해 2024년 초 이후 38.58% 상승했고, 방산 서비스에 대한 수요 상승에 실적 호조를 나타냈다.
2024년 3분기 업체의 매출액은 20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21% 늘어났고, 순이익은 14억7000만달러로 250% 가까이 뛰었다.
프라다 매장 [사진=블룸버그] |
최근에도 업체가 13억달러 규모의 F-35 엔진 점검 수주를 확보했다는 소식이 주요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등 핵심 비즈니스가 호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사이버 공격의 급증은 포티넷(FTNT)의 몸값을 높인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업체는 사이버보안 솔루션을 개발, 제공한다.
사이버 테러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한편 관련 해법을 찾는 수요가 추세적으로 증가하면서 포티넷의 실적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4년 3분기 업체의 매출액은 15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3% 늘어났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5억4000만달러로 67% 급증했다. 순이익률 역시 35.8%로 전년 동기 대비 0.5배 가량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3분기 포티넷의 현금흐름이 34.6% 증가, 경쟁 업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대해 커다란 의미를 둔다.
2024년 초 이후 업체의 주가는 65% 가량 뛰었다. 12월3일 나스닥 시장에서 기록한 종가는 95.29달러.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포티넷이 엔비디아보다 유망한 인공지능(AI) 테마주라고 주장한다.
TD 코웬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포티넷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한 한편 목표주가를 90달러에서 10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업체의 실적이 2027년까지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가가 꼽는 2025년 두 번째 투자 트렌드는 '럭셔리'다. 하강 기류를 타는 지구촌의 명품 소비가 내년 강하게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의 젤레나 소콜로바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내고 "과거 30년간 추이를 볼 때 명품 소비의 둔화가 1~3년 이상 이어진 일은 없었다"며 "이번 하강 기류 역시 2025년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조사 업체 베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이 강타했던 2000년 명품 소비가 20% 이상 감소한 뒤 2021년 30% 선에서 성장했지만 2022년과 2023년 증가폭이 각각 15%와 8% 선으로 후퇴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프라다(PRDSY)의 1~9월 매출액이 41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8% 뛰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보고서를 내고 홍콩 증시에서 거래되는 프라다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높여 잡았다. 목표주가 역시 60홍콩달러에서 65홍콩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12월3일 종가 57.95달러 대비 12% 이상 상승 가능성을 제시한 수치다. 미우 미우(Miu Miu) 브랜드의 판매 호조를 앞세워 2025~2026년 프라다의 영업이익이 7%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는 월가 전망치 평균인 5%를 웃도는 수치다.
프라다 주가는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률(PER) 17배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 연평균 16%의 주당순이익(EPS) 상승을 기록할 때 저평가된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익 증가 폭이 업계 평균치인 10%를 훌쩍 넘었지만 주가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밖에 CLSA가 보고서를 내고 프라다의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로 유지한 한편 목표주가를 67홍콩달러에서 68홍콩달러로 소폭 높여 잡았다.
월가는 에르메스(HESAY)와 커링(KER.PA)의 실적 및 주가 전망도 낙관한다. 프랑스 증시에 상장된 에르메스는 경쟁사 LVMH와 달리 상위 1% 중에서도 1%에 해당하는 슈퍼 부자들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2024년 매 분기마다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미국 금융 매체 포춘은 에르메스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1만달러를 웃도는 켈리 핸드백을 포함해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대기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 하강 사이클에도 소비를 크게 줄이지 않는 최상류 고객들이 에르메스 브랜드를 선호하며, 이는 업체의 안정적인 실적 향상을 낙관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포춘은 강조한다.
이 밖에 월가는 케링을 매수 추천한다.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구찌를 포함해 보테가 베네타, 생 로랑, 발렝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부쉐론, 린드버그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명품 하우스가 2024년 초 이후 40%에 달하는 주가 폭락을 나타냈고, 2025년 반등을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