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계엄 선포…260시간 뒤 직무 정지
'입틀막' 등으로 불통 이미지 굳어져
총선 참패, 논란 뒤 결국 극단적으로 변해
극우 주장 '부정선거' 집착…"포기 않겠다" 선언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사상 세 번째로 탄핵심판대에 올랐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사기관으로부터 피의자 소환 통보를 받기도 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내란수괴'로 지목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최근 모든 뉴스의 중심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됐다. 야당을 비난하며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1일 만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대에 오른 것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시민들이 참석해 있다. 2024.12.14 choipix16@newspim.com |
◆ 45년 만에 계엄 선포…260시간 뒤 직무 정지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9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이자 21세기 최초로 대한민국에 선포된 비상계엄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 1시간 뒤쯤 계엄사령관으로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회 등에 투입된 계엄군 지휘부에 비화 휴대전화로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새벽 1시쯤 윤 대통령은 계엄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된 합동참모본부 지하 3층 지휘통제실을 찾았다. 국회가 190명 재석·190명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처리한 때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해제 결의를 TV로 지켜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회 의결로부터 약 3시간20분이 지난 4일 오전 4시27분쯤 다시 대국민담화에 나서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했다.
이후 7일 열린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 투표 개시 4시간여 만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불참으로 불성립됐다. 14일 오후 4시 국회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300명 중 20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탄핵소추 의결서 등본이 이날 오후 7시 24분쯤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비상계엄 선포 후 260시간 56분쯤이 지난 뒤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카이스트 동문들이 지난 2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카이스트 졸업생 강제연행 관련 대통령경호처 고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02.20 mironj19@newspim.com |
◆ 총선 개입 의혹, 입틀막 등 논란 휩싸여
윤 대통령은 국정 초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대대적으로 뒤집으며 보수 진영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검찰 편중 인사와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으로 정권의 신뢰도를 잃어갔고, 총선 개입 의혹 등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윤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자유를 강조했지만, 정작 국민들이 자유롭게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듣지 않았다.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 18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진다"고 말하자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강 의원 입을 틀어막고 팔다리를 들어 행사장 바깥으로 끌어냈다.
지난 2월 16일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연구·개발(R&D) 예산 축소에 항의한 졸업생이 대통령실 경호원들에 의해 또 끌려 나갔다.
'바이든-날리면' 사태도 있었다. 미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2022년 9월 22일 "(미)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MBC가 보도했고,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해 국경없는기자회의 비판을 받는 등 전례 없는 국제적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외교부는 정정보도 소송을 걸었다.
아울러 김건희 여사의 잦은 공개 활동과 주가 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등에 대해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명확히 해명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며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의 갈등 및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도 정치적 고립의 원인이 됐다.
당정관계와 함께 야당과의 충돌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갖가지 의혹이 꼬리를 물자 윤 대통령에게는 강골 검사 이미지는 사라지고, 불통과 고집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졌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성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2024.12.12 choipix16@newspim.com |
◆ 총선 참패 뒤 결국 극단적으로 변해
올해 4월 총선 참패는 윤 대통령 국정 동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여당은 대거 의석을 잃고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지며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강조해 왔던 연금·노동·의료·교육 등 4대 개혁을 강행하려 했으나, 소통 없는 일방적 추진으로 반발만 키웠다.
결국 윤 대통령은 극단적으로 변했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국무위원이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귀를 막았다.
고립을 자초한 윤 대통령은 결국 비상계엄이라는 '자폭'의 길로 돌진했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로 6시간 만에 계엄 사태가 종료되며 스스로 독배를 마신 셈이 됐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 석동현 변호사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사 앞에서 취재진에게 윤 대통령 변호 및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24.12.19 leemario@newspim.com |
◆ '부정선거' 집착…"포기 않겠다" 선언
이후 윤 대통령은 일부 극우 유튜버 등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 의혹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이 선관위에 진입한 이유가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선관위의 보안체계가 심각하게 약하다는 점을 거론했다. 데이터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결국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탄핵소추 의결서 등본이 14일 오후 7시 24분 대통령실에 전달돼 이 시각부터 대통령 권한 행사가 정지됐다.
윤 대통령은 탄핵안이 통과되고 1시간쯤 지난 오후 6시 10분쯤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해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라며 재기의 의지를 다졌다.
윤 대통령 변호인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은 당당한 입장"이라며 '12·3 계엄 선포'가 내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창이자 40여 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법무법인 동진 회의실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내란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전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