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30일(현지시간) 올 들어 처음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주요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ECB는 작년 9월 이후 열린 4차례 통화정책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내리는 결정을 단행했다.
ECB가 잇따라 금리를 내리는 배경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지역의 경제가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글로벌 환경이 극도의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치금리를 기존 연 3.00%에서 2.75%로 하향 조정했다. 예치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 하루짜리 단기자금을 맡길 때 적용하는 금리이다.
이 금리는 지난 2023년 초 이후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레피금리(Refi·MRO)는 3.15%에서 2.90%로, 한계대출금리는 3.40%에서 3.15%로 각각 내렸다. 레피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서 일주일 동안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이다.
ECB는 세 가지 정책금리 중 예치금리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짠다.
ECB의 금리 인하는 지난해 중반 이후 본격화됐다. 작년 6월 처음 25bp(1bp=0.01%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9월부터 3차례 연속 인하 페달을 밟았다.
ECB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2022년 10.6%까지 치솟았던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작년 12월 2.4% 수준까지 떨어졌다"면서 "물가상승률 둔화 과정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CB 금리 인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동결한 것과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연준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목표 범위를 현행 4.25~4.50%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ECB의 금리 결정은 유로존 경제가 정체된 상황에서 강한 역풍(headwinds)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단행됐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경제 성장과 관련된 리스크는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다"면서 "글로벌 무역의 마찰이 커질수록 수출은 위축되고 세계 경제는 약화돼 유로 지역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CB는 유로존 전체 경제성장률이 올해 1.1%를 기록해 작년 0.7%보다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속도는 작년 4분기 연간 2.3%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 경제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느린 속도로 평가된다고 FT는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는 이날 작년 4분기 유로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0%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0.2%, 프랑스는 -0.1%를 기록하며 역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