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통일·외교

속보

더보기

민감 국가 지정 이유가 보안 문제?...의혹만 키운 외교부 해명

기사입력 : 2025년03월19일 06:46

최종수정 : 2025년03월19일 06:46

외교부 "정책문제 아닌 연구소 보안 관련 문제"
미 대사대리 "정보 취급 부주의 때문...별일 아냐"
보안 문제로 동맹국을 적성국 취급...납득 불가
보안은 '트리거'일 뿐..."핵무장론이 원인" 관측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 국가' 리스트에 올려놓은 것과 관련한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의 조치가 이뤄진 이후 두 달 동안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던 외교부는 언론 보도 8일 만에 '보안 관련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의 해명은 의문을 해소하기는커녕 의혹을 키우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7일 늦은 밤 출입 기자단에 공지문을 보냈다. 미국이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한 배경에 대해 "미국 측을 접촉한 결과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는 설명이었다.

미국 에너지부 [사진=에너지부 홈페이지]

한국이 관련된 민감 정보 유출 등의 보안 사고가 이번 민감 국가 지정에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정보 유출만을 이유로 동맹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외교부는 그 '보안 문제'가 무엇인지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들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감사한 내용에 포함된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직원의 정보 유출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지만, 외교부는 이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 국가 리스트에는 지난해까지 25개국이 있었다. 모두 미국의 제재 대상국이거나 테러리즘과 관련된 나라들이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이 단순한 정보 유출 때문에 한순간에 이들 나라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됐다는 설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또한 미국 내에서 흔히 일어나는 정보 유출 사건 때문에 관련된 개인이나 기관을 제약하는 수준을 넘어 한 국가를 통째로 제재 대상으로 삼는 경우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의 설명도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윤 대사대리는 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주한미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오른 것은 일부 민감한 정보에 대한 취급 부주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큰일이 아니다(it is not a big deal)"라며 이번 사건으로 국내에서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 유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대사대리의 말 대로라면 미국은 '별 일도 아닌' 단순한 정보 취급 부주의를 이유로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을 미국의 적성국, 테러지원국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 어마어마한 조치를 취한 것이 된다.

조셉 윤(Joseph Yun)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접견실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25.02.21

큰 일이 아니라는 윤 대사대리의 설명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이 에너지부의 민감 국가 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미국과 원자력·에너지·첨단기술 협력에 커다란 제약을 받게 된다. 정부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긴급 미국 방문을 추진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는 것도 그만큼 이번 사안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정보 유출 문제가 민감 국가 지정에 트리거가 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라며 "정부는 외교정책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외교·안보적 이유를 빼고는 이번 사건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의 전직 관료, 전문가들도 민감 국가 지정의 배경으로 '핵 비확산' 문제를 꼽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 각료, 여당 의원, 학자들이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약속을 불신하고 자체 핵무장 필요성을 반복해서 거론한 것이 민감 국가 지정에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과거 1980~19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민감 국가 리스트에 오른 적이 있다. 한국의 비밀 핵개발 여파가 있던 시기,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로 한국도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던 시기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민감 국가 지정과 한국의 핵무장은 깊은 연관성이 있다.

미국이 이번에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한 시기가 조 바이든 행정부 퇴임 직전인 지난 1월이라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한국에서 탄핵 국면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핵무장론이 대선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 비확산체제 유지에 대한 의지가 의심스러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 장치를 마련해둘 필요를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에 기용된 엘브리지 콜비는 중국과의 군사적 균형을 위해 주한 미군의 역할이 변해야 하며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던 인물이다.

대미 외교에 오래 몸담았던 전직 관료 출신 전문가는 "정부는 미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한국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표면적 설명만을 근거로 이번 일을 단순한 사고 정도로 축소하고 조기 진화하는데 급급하게 되면 국내에서 부문별하게 제기되는 핵무장론을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opent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전세 10년 보장법 논란 "당론 아냐"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임차인에게 최장 10년동안 전세계약을 보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자 이재명 대표가 5일 만에 공개 해명했다. 이 대표는 17일 "전세 계약을 10년 보장하는 임대차법 개정의 경우 논의를 거친 당 공식 입장이 아닐뿐더러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급히 해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핌DB] 앞서 민주당은 지난 12일 민생연석회의에서 20대 민생 의제를 제시했다. 20대 민생 의제에는 임차인이 최장 10년까지 전세 계약 갱신이 가능하게 한 임대차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이후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부작용을 외면한 반시장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이 대표는 "국민의 주거권 보장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지만 어떤 정책이든 시장 원리를 거스른 채 정책 효과를 달성하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민간 임대차 시장을 위축시켜 세입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 또한 새겨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에 민감한 중도층의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5일 만에 당론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plum@newspim.com 2025-03-17 21:20
사진
양주 군부대서 무인기와 헬기 충돌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경기도 양주에 있는 한 육군부대 항공대대에서 비행하던 군용 무인기가 착륙한 상태에 헬기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7일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분쯤 경기 양주시 광적면 소재 육군 항공대대에서 무인기가 헬기(수리온)와 충돌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파주=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11일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무건리 훈련장에서 '한미 연합 공중강습 훈련'이 열려 한미 장병들은 태운 수리온 헬기가 공중강습을 위해 착륙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한국군 90여 명, 미군100여 명이 참가했으며 수리온 6대가 동원됐다. 2025.03.11 photo@newspim.com 소방당국은 무인기가 착륙해 있는 헬기와 부딪치면서 불꽃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로 군용 헬기 1대와 무인기가 전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출동한 소방은 장비 20대와 인원 50명을 투입했으며 상황 발생 후 29분만에 진화를 마쳤다. 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krawjp@newspim.com 2025-03-17 14:5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