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어제의 인문학] 시인 김수영과 아내 김현경, '짧은 만남, 긴 이별'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김수영이 떠난지 57년, 시인을 추억하면서 살았던 삶
'아방가르드 한 여자'였던 현경도 다시 시인 곁으로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시인 김수영(1921~1968)이 '아방가르드 여인'이라 칭했던 아내 김현경 여사가 지난 2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연 98세. 교통사고로 일찍 떠난 남편보다 57년을 더 살다가 세상과 작별했다. 비로소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짧은 만남, 긴 이별의 시간 동안 김현경은 적지 않은 저작물과 인터뷰 등을 통해 김수영과의 추억을 남겨놓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해 9월 시인 이승하(왼쪽)가 오장환문학관 앞에서 김현경 여사와 기념쵤영을 했다. [사진 = 시인 이승하 제공] 2025.05.26 oks34@newspim.com

서울에서 태어난 현경은 부잣집 딸이었다. 대지주 집안 출신의 어머니와 경성제일고보를 나온 엘리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김흥성은 1929년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박람회를 기획하고 금광 채굴 사업과 무역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 1944년 진명여고를 졸업한 김현경은 정신대나 군수공장으로 징용을 피하기 위해 임시 교사 선발 시험을 보고 경기도의 한 보통학교 임시 교사로 일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1942년 김수영의 일본 유학 시절이었다. 진명여고 3학년 때 김수영을 처음 만난 현경은 이후 편지를 주고받다가 이화여대 영문과에 진학한 뒤부터 시를 매개로 자주 만난다. 현경은 그 당시에도 이미 '시로서는 당해낼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경에게 수영은 그저 '아저씨'였다. 그러나 김수영에게 현경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시인 김수영. [사진 = 민음사] 2025.05.26 oks34@newspim.com

그런 현경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1947년 5월 10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남산 장충단공원 산책로에서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데이트 중이던 젊은 남녀 한 쌍이 쓰러졌다. 머리를 맞은 남성은 즉사했고, 여성은 옆구리 관통상을 당했다. 시인 배인철과 이화여대 2학년 영문과에 다니고 있었던 김현경이었다.

배인철(1920∼1947)은 당시 나이 28세. 단 5편의 시를 발표한 젊은 시인이었다. 5편의 시가 모두 흑인을 노래한 시였다. 그가 서울 한복판에서 총을 맞고 사망한 이유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학칙이 엄격했던 이화여대 생 현경은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김수영은 그런 현경에게 찾아와 같이 '문학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연인이 된 두 사람은 급격하게 가까워진다. 현경이 데이트할 때 여의도의 한적한 물웅덩이에 알몸이 되어 뛰어든 사건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김수영은 그날의 일을 두고 "당신은 참 아방가르드한 여자야. 어디서 그런 실험 정신이 나왔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김수영은 바이런의 시 '마이 소울 이즈 다크(My soul is dark)'로 사랑을 고백했다. 현경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시인의 아내가 된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현경 산문집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사진 = 푸른사상]  2025.05.26 oks34@newspim.com

신혼시절 한국전쟁이 터지고 임신한 지 두 달 만에 김수영 시인이 북에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이어진 탈출과 포로 수용소 생활, 이별과 재회가 이어졌다. 전쟁이 끝난 뒤 두 사람은 한강 가까운 구수동에 농가를 사서 양옥집으로 개조해서 살았다. 현경은 김수영이 문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조했다. 김수영이 아내와 함께 닭을 키우며 살던 시절 이야기는 그의 산문집에도 자주 등장했다. 그시절 김수영 시 속의 현경은 '여편네'였다.   

대표작 '풀'을 발표한 지 17일 만인 1968년 6월 1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김수영은 세상을 떠났다. '절대 자유'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갔던 시인의 삶이 술 마시고 돌아오던 저녁, 허망하게 막을 내린 것이다. 현경은 두 아이와 함께 남겨진뒤에도 평생 남편 김수영을 위해 살았다.

현경은 김수영의 첫 번째 독자요 비평가, 문학적 동지였다. 산문집 '김수영의 연인'(2013)과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2020)을 내기도 했다. 현경은 책 속에서 "(김수영이) 늘 작품을 한 편 완성하면 개선 장군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봄날같이 평온한 날들이 달포쯤 지나면 여지없이 다시 폭풍우가 몰아쳤다. 다시 새로운 시를 쓰느라 꼭 몸부림 같은 진통을 겪는 것이었다. 일 년에 열두 편에서 열세 편의 시들, 김 시인은 자신만의 주기를 갖고 있었다"고 썼다.

현경은 또 "(김수영은) 개인으로서 시인의 행복이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안일과 무위(無爲)를 극도로 거부한 그였다. 오직 존재의 참되고 아름다운 정신의 지표를 바랐다. 자학까지 하면서 그는 그 길을 가고 있었다. 그 길가에서 자라나던 무성한 풀잎들, 내 가슴 속에는 언제나 그의 싱싱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라고 썼다.

아무튼 김수영은 55년 만에 만난 아내 김현경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넸을까 궁금하다.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광주도서관 현장 매몰자 추가 수습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이 붕괴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 상태다. 11일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옥상 2층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안전 사고를 대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2025.12.11 bless4ya@newspim.com 이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 1명이 이날 오후 2시 52분에 의식 불명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4시 1분을 기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날 오후 2시 53분쯤 지하층에서는 또다른 작업자 1명이 구조물에 깔린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 당국이 8시 13분쯤 잔해를 치우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나머지 2명은 실종 상태다. 건설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는 총 97명이며 사고를 당한 이들은 미장 및 철근, 배관 관련 작업을 각각 담당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대형 크레인 2대,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2마리, 열화상카메라, 드론 등을 활용해 나머지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밤샘 수색 작업에 대비해 한국전력의 협조를 구해 조명도 설치했다.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의 한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매몰자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광주 서부소방서] 사고는 콘크리트 타설 중에 구조물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발생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단계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연면적 1만1640㎡,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으로 총사업비는 516억원이다. 완공 시점은 내년 4월 13일까지였다. 광주시는 이날 오후 2시 40분을 기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하고 철근이 집중돼 있어 구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less4ya@newspim.com 2025-12-11 21:26
사진
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