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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여의도 재건축 '선두두자' 공작, 신탁방식에도 내홍…"운영위 전원 해임"

기사입력 : 2025년08월05일 06:05

최종수정 : 2025년08월05일 06:05

소유주와 신탁사의 이해관계 충돌… 운영위원장 포함 위원회 해임
사업 지연 우려에도 소유주 다수 "갈등 해결이 우선"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지난 4일 찾은 여의도 공작아파트. 1976년 준공된 12층짜리 아파트는 군데군데 도색이 벗겨졌고 벽면에 실금이 적지 않았다.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가구는 외풍을 막기 어려워 보였다. 인근 더현대서울, 파크원, IFC 등 고층 오피스빌딩이 밀집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 전경. 2025.08.04 chulsoofriend@newspim.com

서울시는 2022년 이 단지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안을 가결했다. 최고 12층, 373가구에서 최고 49층, 3개동 570가구로 탈바꿈한다. 서울시의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상 여의도 일대 스카이라인을 고려한 용적률이 적용됐고, 금융업무시설 집중 공급에 따른 도심 공공주택(장기전세)을 89가구 확보했다. 이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여의도 재건축 단지 선두두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단지 바로 옆 지하 통로가 있어 인근 대형 복합 쇼핑몰을 도보로 방문할 수 있다. 향후 여의도 국제금융 중심지구 개발이 활성화되면 인프라가 더욱 풍부해질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단지 내 생활편의시설인 스카이 어메니티를 설치해 한강뷰와 여의도 야경 조망을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신고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91.97㎡(이하 전용면적)가 29억3000만원(2층)에 손바뀜했다. 올 2월 기록한 직전 신고가(26억원)보다 3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같은 달 126.02㎡는 35억원(5층)에 팔렸다. 직전 신고가는 31억원으로, 올 3월 등기가 완료됐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작아파트 내부에 일부 소유주가 부착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5.08.04 chulsoofriend@newspim.com

◆ "설계안 왜 이래" 소유주 뿔났다… KB신탁 "대화 통해 풀 것"

빠른 속도의 비결로는 신탁 방식이 꼽혔다. 공작 정비사업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는 2022년 KB부동산신탁(이하 KB신탁)을 시행사로 선정했다. 신탁 방식 선택 시 조합 설립이 필요 없어 비교적 사업 속도가 빠르고 불필요한 분쟁을 없앨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탁사 자체 자금이 있으니 비용 조달이 쉽고 자금 관리 또한 투명하게 진행된다.

문제는 다수의 신탁사가 미숙함을 보인다는 데 있다. 이들은 정비사업 전문가가 아니어서 허술한 운영이나 절차상 하자를 드러내기도 한다. 공작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26일 공작 소유주들은 전체회의에서 운영위원 전원을 해임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운영위원장 A씨는 회의 참석자 80%에 육박하는 찬성표를 받았다.

KB신탁과 운영위가 소유주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설계를 변경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시작됐다. 2023년 설계안에 따르면 기존 소유주에겐 16층 이상의 고층을 배정하고, 저층부에는 59㎡의 소형 평형을 배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KB신탁이 실제로 영등포구청에 제출한 건 이 같은 소유주 고층 배당이 보장되지 않은 설계안이었음이 알려졌다. 일부 소유주는 "본래 고층에 배정될 줄 알았던 소유주 다수가 저층을 분양받게 됐다"며 "처음 약속과 다른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소유주 전체 동의 없이 소형 평형 가구 수를 늘렸다는 논란도 일었다. 대우건설이 입찰 당시 제시한 설계안에는 59㎡가 63가구, 대형 평형이 191가구였으나 KB신탁은 59㎡를 141가구로, 대형 평형을 124가구로 대폭 줄였다. 이에 주민 항의가 이어지자 다시 59㎡ 가구 수를 124가구로 축소하는 또 다른 설계안을 내놨다.

이에 공작아파트 일부 소유주들은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공작아파트 정상화 추진위원회'(공정추)를 결성, 지난달 KB금융지주 본사를 찾아가 KB신탁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어 위원장을 포함한 전체 위원회 해임을 요구하는 서명안을 제출했다. 또 다른 소유주는 "의혹이 더 쌓여 사업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멈추는 것보단 지금 브레이크를 거는 게 낫다"며 "신속함도 중요하지만 풀 건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KB신탁은 사업 정상화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KB신탁 관계자는 "소유자가 대표로 선출한 운영위를 중심으로 설계안 변경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소유자의 의견이 누락된 것으로 보여 보완 중"이라며 "현재 문제 제기했던 소유주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에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와 통합 심의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재건축 단지 임대주택 관련 기조가 바뀐 것들을 반영하다 보니 설계안에 변화가 생겼다"고 부연했다. 

아직 새로운 운영위 선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KB신탁은 소유주와의 협의 하에 새 운영위원을 뽑은 뒤 최대한 사업 지연을 방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 전경. 2025.08.04 chulsoofriend@newspim.com

◆ 신탁 방식 명암에… 정비사업 단지 소유주 고민 커져

소유주 입장에선 신탁사가 가져가는 총 일반분양 수익의 1~3% 수준의 수수료를 기꺼이 지급하고 재건축을 지연 없이 추진하는 게 장기적으론 이득일 수 있다. 2023년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의 신탁방식 인기가 높아졌다.

신탁사 사이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통상 분양 이후 발생한 매출의 1~3%였던 수수료를 점점 내리고 있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평균 수수료율은 1~2%대다. 사업성이 좋아 고분양가 책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사업지는 1% 미만을 받기도 한다. 목동5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예비신탁사 선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하나자산신탁은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인 0.65%의 수수료율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비사업에 능통하지 않은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나설 경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023년 KB신탁은 여의도한양 시행자로 나섰다가 정비계획이 정해지기도 전에 시공사를 선정했다는 이유로 서울시의 제재를 받았다. 당시 해당 단지 내 한양상가에선 롯데쇼핑이 단일 소유주로 롯데마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롯데쇼핑은 KB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아 사업 부지에서 빠졌다. 그런데도 KB신탁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면서 동의를 받지 못한 상가를 구역에 포함했다.

양천 목동신시가지7단지(목동7단지)에선 일부 소유주 단체가 전체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예비신탁사를 선정해 마찰이 일었다. 영등포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선 신탁사가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소유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최근 신탁업계가 부동산 침체로 보릿고개를 겪는 가운데 정비사업이 동아줄로 떠오르고 있다. 저가 수주 양상이 확대되면 소유주 민원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합 방식은 내부 분쟁이나 의사 결정에서 시간 소요 등의 단점이 있지만, 신탁사와 손을 잡아도 검증되지 않은 역량이나 소유자와의 이해관계 불일치로 인한 문제가 생긴다"며 "신탁 방식은 한번 결정하면 계약 해지가 어렵기에 첫 단추부터 신중한 고민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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