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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아파트 내 공공보행로 갈등…해결까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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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아파트서 공공보행로 두고 단지간 다툼
강남·서초구에서도 유사한 사건 발생해
서울시, 지상권 설정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실효성 미미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아파트 단지 내 외부인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드는 대신 사업성 상향을 노린 서울 내 주요 정비사업 단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공보행로에서 발생하는 각종 갈등을 막으려면 아예 외부인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는 입주민 민원과, 용적률 혜택을 받았으니 보행로 이용에 자유를 줘야 한다는 비판이 부딪쳐서다.

공공보행로로 갈등 겪은 서울 주요 정비사업 단지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보행로 소유권은 입주민에게" vs "인센티브 받았으니 개방 당연"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단지 내 공공보행로에 사유지임을 알리는 현수막을 게재했다. 사건은 지난달 말 인근 '고덕자이' 입주민 자녀가 이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소화기를 난사하는 사고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관리업체는 한 차례 보호자 면담 후 손해배상금을 걷었으나, 나흘 후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면서 고덕아르테온 입주민의 분노가 커졌다.

문제는 아르테온 단지 내 공공보행로가 지역 주민 사이 자주 이용되는 길이라는 점에 있다. 고덕자이에서 가장 가까운 수도권 지하철역인 5호선 상일동역까지 가려면 아르테온 중앙에 위치한 공공보행로를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르다. 돌아가려면 최소 5~7분이 더 걸리는 거리다.

입주민 사이에선 공공통행로에 펜스를 설치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입대위 관계자는 "아직 펜스 설치 안건을 검토한 바는 없지만, 공공보행로라는 시설 유지와 관리 비용 모두를 입주자가 부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보안 강화를 위한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청은 민원에 따라 현수막을 철거 지도한 상태다. 입대위 측은 앞서 강동구청에 공공통행로에서 발생하는 이륜차 통행이나 자전거 과속 등 질서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요구해왔으나, 구청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불가하다는 답변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들은 "구청 주장대로 사유지에서 불법행위 단속이 불가하다면 외부인 보행도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구청 조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공공보행로는 사유지인 동시에 사전에 공공에 개방하기로 약속한 길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23년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안'을 개정하며 정비사업에서 공공보행로를 조성하는 경우 용적률을 최대 10% 늘려주기로 했다. 이에 다수의 조합이 공공보행로를 만들겠다는 전제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았다. 24시간 개방 원칙을 어기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나 제재는 미미한 편이다.

공공보행로를 둘러싼 다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도 서울시에 정비사업 허가를 받을 때까지는 열린 단지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막상 준공하고 나니 공공보행통로에 1.5m 높이의 담장을 설치한 후 입주민 통행만 가능케 했다.

'건축법'에 따르면 사전 허가 없는 불법 담장 설치는 이행강제금 대상이지만 높이 조건이 2m라 해당 담장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조합장이 '공동주택관리법'상 무단 증축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내는 데 그쳤다. 인근 '래미안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와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에서도 비슷한 담장이 연이어 발견됐다.

◆ 전문가 "법적 대처 어렵지만… 입주민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통합재건축)에서도 공공보행로 외 전망대 등 개방 구역에 외부인 출입 금지용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이후 주무관청인 서초구청이 소유권 이전고시를 취소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자 백기를 들었다. 당시 해당 단지 입주민들은 통행객의 쓰레기 무단 투기와 소음, 안전사고 등을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 시행의 이유로 들었다. 사유지인 만큼 개인 재산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용적률 혜택을 줄 때는 개방하겠다고 한 뒤 입주가 시작되니 불편하다며 말을 바꾸는 단지의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용적률 혜택을 받은 정비사업 단지 내 공공보행로에 지상권을 설정해 사용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지상권을 설정하면 토지 소유권은 주민에게 있되 서울시의 허가 없이 타인의 통행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지상권을 무시하고 담장을 쌓는 단지를 규제하려면 민사 소송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이 경우 해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지구단위계획을 위반해 지어진 건축물과 공작물의 소유자·관리자·점유자에게 3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1년에 최대 2회까지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행강제금 부과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엽 성균관대 교수는 "공공보행로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전제로 확보되기에 토지소유자에게 해당 부분을 24시간 공공에게 개방해야 하는 공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공법적 의무 위반은 국토계획법상 지구단위계획 지침 위반에 해당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이행강제금 부여대상이 아니기에 법적 구속력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보행로의 갈등 없는 운영을 위해선 공공보행로 보유 단지 입주민이 느끼는 불편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승지 인천가톨릭대 교수는 "공공보행로에서의 폭력이나 고성방가, 음주자 등이 늘어나면 입주민의 만족도나 공공보행로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질 것"이라며 "환경 관리적인 측면보다는 단지 내 불쾌한 사건이나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범죄예방환경설계 등을 도입해 입주민 안전을 우선적으로 담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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