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우려 속…"시장 체력 훼손 없다"
"뉴노멀 정착…"고환율, 구조적 위험 아냐"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달러/원 환율이 한 때 1470원대까지 올라서는 등 단기 변동성이 커졌지만, 증권가는 이번 원화 약세를 구조적 위험으로 보지 않고 있다. 환율 급등 속도가 시장을 흔들고 있을 뿐, 환율 레벨 자체가 코스피 상승 시나리오를 훼손할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은 짧은 기간에 레벨을 계속 바꾸며 시장 불안을 키웠다. 환율은 이달 초 1450원을 돌파한 뒤 1470원대까지 가파르게 상승했고, 13일에는 장중 1480원에 근접했다. 14일 오전에도 1470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나흘 연속 장중 고점 경신 우려가 나왔으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 이후 20원 가까이 급락해 1450원대 중반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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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율 흐름을 보면 대외 변수와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원화 약세 압력이 누적됐다. 관세 협상과 패키지 딜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은 '최악 시나리오'를 선반영했고, 레벨을 빠르게 뛰어넘는 구간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그러나 증권가는 이를 구조적 체력 약화로 해석하지 않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행사에서 "달러 약세는 2~3년짜리 장기 흐름으로 보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최근 원화 약세는 대외 불확실성 때문이고 협상 내용이 공개된 후에는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해소돼 상단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환율은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있었던 지난 14일 1440원대까지 떨어지며 일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460원 수준을 일방적인 악재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하며 "추가 급등이 아니라면 일정 수준의 고환율은 수출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화의 '뉴노멀' 구간을 기존보다 높은 1350원~1450원대로 설정하는 해석도 등장했다. 김 본부장은 "예전처럼 1200원 아래로 강하게 내려가는 흐름보다 높은 레벨의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iM증권 역시 고환율을 '구조적 위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치명타를 미칠 커다란 악재는 아니라는 판단이며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현재 환율 수준도 과도한 고점이 아니라 변동성 범위 내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1300원대 후반~1400원대 초중반 달러-원 환율이 새로운 뉴노멀 수준이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현재 환율 수준은 변동성 구간 내 환율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증시 이탈 현상과 관련해서는 "미국내 단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달러 유동성이 급등한 주요 자산시장에서 일부 차익실현이 나타난 것"이라며 "국내 신용위험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외국인의 자금이탈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고 외국인의 자금이탈 흐름도 점차 진정 혹은 재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교역조건 개선 효과에 주목했다. 그는 "무엇보다 환율 상승에 대해 과도한 우려보다는 오히려 현 환율 수준이 반도체 가격 급등과 함께 국내 교역조건을 개선시켜 국내 수출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최근 외환시장 분석에서 고환율을 구조적 리스크보다는 '국내 수급 요인 결합에 따른 비정상적 랠리'로 진단했다. 보고서에서는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 수출기업의 환전 지연, 기관의 헤지 물량 감소 등이 원화 약세의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환율 상단의 속도 조절만 이뤄진다면 주식시장의 중기 흐름은 유지될 수 있다는 견해도 담겼다.
onewa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