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7일 AI 시대 건설산업 혁신 세미나를 개최했다.
- 건설업계는 낡은 규제 탈피와 AI 융합으로 생산성 혁명을 제안했다.
- 파편화 데이터 연결과 규제 샌드박스 활성화로 구조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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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절형 구조·낡은 규제 타파
국가 운영체제로 거듭날 '골든타임'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건설업계가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낡은 규제를 벗어던지고 국가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사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데에 업계 의견이 모였다. 융합과 상생을 기반으로 파편화된 생산 체계를 데이터로 연결해 압도적인 생산성 혁명을 이뤄낸다는 복안이다.

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건설산업 재탄생(Rebirth) 2.0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과 AI 시대 대전환'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 '건설업=국가 운영체제'…위기 극복 위한 구조 전환 시급
첫 주제발표를 맡은 손태홍 건산연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건설산업이 주체별로 직무성이 아주 강해 타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업종이 세분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제도를 덧씌우는 형태로 변화해 생산 체계 주체 간의 유기적인 통합이나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로 굳어졌다는 주장이다.
손 실장은 "건설산업은 분절된 생산 과정과 파편화된 거버넌스 탓에 어느 누구도 사업 전체에 대해 책임을 지기 어려운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며 "단기 이익 중심의 승자 독식 문화와 끊임없이 갑과 을이 발생되는 수직적 계약 문화 역시 혁신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엔진으로 평가받는다. 연관 산업 영역까지 확대하면 파급력이 막대하다. 건산연 분석에 따르면 매년 총공급액 기준 건설 생태계 규모 비중은 전체의 28.6%를 차지하며 금액으로는 1910조원에 이른다. 취업자 비중 또한 전체의 30.6%인 803만명에 달할 정도로 국가 경제 전반에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건설 수주와 투자가 대폭 감소하고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반면 공사비 지수는 늘어나는 등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손 실장은 단순히 경기 회복을 기다릴 시점이 아니라 산업의 체질과 구조를 바꾸는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근로자 측면에선 기존의 수직적인 파트너십 관계에서 탈피해 수평적인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하며, 옳은 선택과 협력이 보상받는 인센티브 체계가 명확히 구축돼야 한다"며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중앙, 공공기관, 지방을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현장의 데이터가 전체로 환류되는 실행 기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부문에서는 정부가 단순 인허가자에서 산업적인 설계자로 바뀌고 전 주기가 AI 중심으로 디지털 연결이 될 것"이라며 "건설산업의 혁신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으므로 지금이 바로 실천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 AI 컨트롤러, 건설현장 혁신 가져올까
최석인 건산연 기획경영본부장은 향후 AI가 건설산업의 절차, 단계, 사업, 기업 등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1·2차 산업혁명 시절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뤘던 것과 달리 3·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 건설업의 생산성은 계속 떨어져 왔다.
일회성과 현장성, 분절형 협업 등의 고유한 특징을 지녀 데이터 축적이나 표준화가 몹시 어려웠기 때문이다. AI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복잡하게 얽힌 모든 밸류체인들을 데이터로 연결하는 컨트롤러 역할을 해 유기적인 산업으로 탈바꿈할 희망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 본부장은 "AI 도입 시 압도적인 효율성이 담보돼 현재 업계가 가장 크게 고민 중인 품질과 안전, 하자, 공사 기간 등 현안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생산성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미래 건설시장이 분절에서 통합으로, 경험에서 데이터로, 사람에서 로봇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AI와 로봇에 대한 설비 투자가 하자 및 안전 비용을 대폭 줄여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다. 현장에 피지컬 로봇이 들어오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최대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지고 무결점에 가까운 고품질 작업이 기대된다. 이를 기반으로 해저 터널이나 대심도 지하 등 과거 기술적 난이도와 막대한 비용 문제로 진행하지 못했던 고난이도 사업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최 본부장은 "설계 분야에선 AI가 도면을 생성해 생산성이 급격히 높아질 것이며, 현장은 로봇이 주로 작업하고 사람은 이를 판단하고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며 "기업 구조 측면에서도 종합건설업체는 초대형과 소형으로 양극화되며, 시스템 통합자로 기능하지 못하는 사업자는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궁극적으로는 건축, 엔지니어링, 시공, 공급망이 모두 융합된 형태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했다. 공공과 대형 발주기관은 향후 이런 AI 관련 기술 적용을 의무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 본부장은 "카타르에서 지능형 건축 허가 시스템 도입으로 승인 시간을 30일에서 2시간으로 줄인 선진 사례가 있다"며 "이는 국내 산업에도 큰 시사점을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 기술은 발전하는데 법은 그대로…"공공이 나서줘야"
전영준 건산연 연구센터장은 AI 시대 성공을 위해 건설 현장의 파편화된 데이터 품질과 낡은 규제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 부처의 여러 정보 시스템들은 입력 정보가 심각하게 분산돼 동일 사업에 대한 추적 관리조차 불가능하며, 광학문자인식(OCR)마저 고려되지 않은 단순 스캔 이미지로만 남아 AI가 인식할 수 없는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전 센터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는 공공 데이터의 전체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민간 기업은 자사 필요에 맞는 맞춤형 버티컬 AI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투트랙 이원화 체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기술 활용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인간 중심의 촘촘한 현행 법률과 규제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례로 건설 현장에 피지컬 AI나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입될 경우, 건설 기계 장비 1대당 반드시 1명의 조종사가 탑승해야 한다는 '건설기계관리법' 규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로봇의 안전망 확보 문제 역시 '산업안전보건법' 및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과 상충될 소지가 다분하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현장 AI CCTV 활용은 '개인정보보호법'의 회색 지대에 놓여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중층적 규제의 사슬을 끊기 위해 정부는 그동안 건설 분야에 적극적으로 적용되지 않았던 규제 샌드박스를 대폭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를 활용해 예상되는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센터장은 공공 조달 부문의 과감한 패러다임 변화도 함께 주문했다. 그는 "기존처럼 평가 가점을 통해 신기술 도입을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 조달이 선도적으로 민간 AI 생태계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량 양극화가 심화하는 현실을 고려해, 중소 건설기업이 저비용으로 원활히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대형 기업과의 상생 협력형 모델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다수 기업이 디지털 전환 선언 후 단기 비용 발생에 대한 우려로 인해 시범 사업에만 머물러 있는 이른바 '연옥 현상' 또한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 센터장은 "일자리 감소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기능 인력 중심에서 탈피하고, 본사 관리 인력을 다방면의 역량을 갖춘 멀티 플레이어로 육성하는 과감한 선투자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