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동서식품은 1976년 세계 최초 커피믹스를 출시했다
- 맥심과 모카골드로 국내 커피믹스 시장을 장악했다
- 네슬레 합작사는 시장 경쟁에서 밀려 올해 가동을 중단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요즘 동서식품 스틱 커피는 사무실 탕비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1976년 품질관리 사원의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이 노란 봉지는 반세기 뒤 세계 최대 식품기업에 한국 시장의 벽이 무엇인지 보여 준 뚝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는 이 노란 봉지 앞에서는 한국 인스턴트커피 합작 사업을 접어야 했다. 2024년 말 기준 커피믹스 시장에서 동서식품 점유율은 무려 90.8%. 남양유업 5.6%, 네슬레와 롯데의 합작사 롯데네슬레코리아는 1.5%에 그쳤다. 원두 스틱 등을 포함한 인스턴트커피 시장도 동서식품 75%, 네슬레 19.1% 순이었다. 2014년 야심 차게 출범한 롯데네슬레코리아는 결국 출범 12년 만인 올해 3월 청주공장 가동을 멈췄다. 롯데웰푸드와 네슬레는 지난해 3월 합작법인 해체를 결정했고, 법인은 연말까지 청산될 예정이다.

뿌리는 1968년 동서식품 설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서식품은 미국 제너럴 푸즈와 기술 제휴를 맺고 1970년 '맥스웰하우스'를 생산하며 국산 커피 시대를 열었다. 창업주 서정귀가 1974년 세상을 떠난 뒤 회사는 김재명 사장과 조필제 부사장 체제로 바뀌었다. 이 두 사람이 노란 봉지의 역사를 만들었다.
사원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든 이는 조필제 부사장이다. 조 부사장은 1974년 동서식품에 들어와 기술 개발을 맡아 국립공업표준시험소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식물성 크리머 '프리마'의 대량 생산 공장을 인천 부평에 세웠다. 그리고 1976년 12월 커피와 프리마, 설탕을 한 봉지에 담은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내놓았다. 조필제 전 부회장은 2014년 회고록 '사막에 닻을 내리고'에서 "커피와 프리마, 설탕을 한꺼번에 배합해 물만 부으면 마실 수 있게 하자"는 한 사원의 단순한 생각이 출발점이었다고 적었다. 그가 회고록에서 유일하게 아쉬워한 대목은 '커피믹스'라는 상표를 등록하지 못한 점이다.
'맥심'이라는 이름은 1980년 10월 등장했다. 원래 미국 제너럴 푸즈의 동결건조 커피 브랜드였던 '맥심'을 동서식품이 국내 최초의 동결건조 커피로 들여온 것이다. 동서식품은 1978년 개발에 착수해 열풍분무건조가 아닌 냉동건조공법으로 커피 향을 살렸다. 영하 40도 이하에서 모든 공정을 진행하는 까다로운 방식이다. 당시만해도 커피는 다방 중심의 문화였다. 출시 당시 '맥심'은 설비 1대로 시작한 작은 생산 라인이었다. 하지만 영하 40도 이하에서 만들어 향을 살린 동결건조 커피에 소비자 반응이 빠르게 붙었고, 동서식품은 출시 4년 만인 1984년 생산 시설을 2배로 늘렸다. 3년 뒤인 1987년에는 회사의 기존 대표 제품이던 '맥스웰하우스'의 매출을 넘어섰다. 1988년을 지나면서 '맥심'은 커피 시장을 이끄는 동서식품의 주력 제품으로 올라섰다. 출시 7년 만에 후배가 선배를 앞지른 셈이다. 1987년에는 커피와 크리머, 설탕이 순서대로 들어 있는 스틱형 커피믹스를 선보였다.
'맥심'을 세상에 내놓은 조 전 부회장은 올해 4월 향년 101세로 별세했다. 1980년 사장에 올라 '맥심'을 출시했고, 사장 재직 시절 프리마를 동남아시아에 수출하며 K푸드 수출의 시초를 열었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 부회장을 지내며 동서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동서벌꿀을 생산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힘썼다. 정작 '맥심'은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가 닦은 길 위에서 동서식품은 반세기 동안 국민 커피를 키워 왔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개량은 1989년 '맥심 모카골드'로 정점을 찍었다. 로스팅 강도와 추출 공정을 바꿔 가며 부드러운 풍미를 찾아낸 이 노란 믹스는 올해 출시 37주년을 맞았다. 외환위기 시절 커피를 직접 타 마시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 급성장하는 계기도 됐다. 오늘날 모카골드는 사무실 탕비실의 필수품이다. 이후 '맥심 티오피'에는 최고의 커피를 선사하겠다는 열정을 담아 'The Original Passion for coffee'라는 뜻을 붙였다.
'카누'는 2011년 나왔다. 믹스 중심이던 스틱커피에 원두커피의 감성을 입혔고, 2023년 2월에는 캡슐커피 머신 '카누 바리스타'가 출시했다. '카누 바리스타'는 올해 초 누적 판매액 1000억원을 돌파했고, 바리스타 전용 캡슐 16종과 네스프레소 호환 12종, 돌체구스토 호환 7종 등 라인업은 35종으로 늘었다.
네슬레는 캡슐커피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네슬레코리아는 농심과 손잡고 올해 3월부터 '네스카페'·'돌체구스토'·'스타벅스 앳홈' 등 약 150개 제품의 국내 오프라인 유통을 맡겼다. 약 5000억원 규모의 캡슐커피 시장에서는 아직 네슬레가 앞선다. 하지만 '맥심'과 '카누'로 쌓은 팬층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 동서식품에는 이 시장도 또 하나의 성장 무대다.
실적도 단단하다. 동서식품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조8105억원으로 전년보다 1.1% 늘었고, 영업이익은 1793억원으로 1.0%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9.9%로 식품업계에서 안정적인 수준이다.
다만 '맥심'의 상표권은 합작 파트너인 몬델리즈가 보유하고 있어 국내에서만 쓸 수 있다. 2024년 10월 몬델리즈가 커피 자회사 JDE피츠 잔여 지분을 매각하면서 한때 수출 기대감이 커졌지만, 동서식품은 수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미국 한인마트 등을 통해 교민에게 '맥심'과 '카누'가 공급되는 정도다. 한 사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반세기 레시피가 오늘의 노란 봉지에 담겨 있는 것이다.
finevie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