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한수원은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와 체코 원전 계약을 결렬했다
- 한수원은 총액계약을, 시공단은 설계 물량 정산을 요구하며 맞섰다
- 양측은 리스크 전가와 시공 역량, 협상 시한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주계약 플로우다운 합리적 반영 vs 독소조항 통한 시공사 리스크 전가 충돌
15개월간 협상 끝 결단 vs 단 3주 만에 일방 통보…절차 정당성 공방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시공 컨소시엄(이하 시공단) 간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주설비공사 하도급계약 협상이 1년 6개월 만에 최종 결렬됐다.
원청사인 한수원이 시공단 교체라는 강수를 두면서 양측은 계약 결렬의 책임 소재를 놓고 팽팽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협상 과정과 결렬 원인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뉴스핌은 핵심 쟁점 4가지를 짚어봤다.
◆ 쟁점 1: 총액확정계약 고수 vs 설계 물량 정산 요구

가장 큰 충돌 지점은 계약 방식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핵심 개념이 총액확정계약(Lump-Sum)과 단가계약(물량정산방식)이다. 총액확정계약은 공사 시작 전에 전체 공사비를 미리 정해두고, 이후 자재비 상승이나 물량 증가가 발생하더라도 시공사가 그 위험을 떠안는 방식이다. 반면 단가계약은 품목별 단가만 정해두고 실제 투입된 물량을 나중에 정산해 주는 구조다.
한수원은 2022년 최초 입찰 당시 시공단이 직접 총액확정계약을 제안해 합의했으며, 국제건설계약 표준(FIDIC)은 물론 국내 원전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모두 이 방식을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이미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등 팀코리아 협력사와 총액확정 방식으로 계약을 마친 상태에서 시공계약만 예외를 두면 사업비 증가 리스크를 한수원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논리다. 또한 한수원은 최초 입찰 당시 시공단에 위험예비비를 포함해 가격을 산정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반면 시공단은 체코 원전이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APR1000 노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내외에 다수의 참조 발전소가 있는 APR1400 기반 UAE 원전과 달리, 체코 원전은 아직 기본설계조차 완료되지 않아 향후 공사 물량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주장이다.
시공단은 설계 권한이 없는 단순 시공 하도급사에 설계 변경에 따른 리스크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인 FIDIC 레드북 기준에도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위험 예비비를 둘러싼 입장 차이도 제기했다. 입찰 당시 한수원이 위험예비비를 일괄 반영할 테니 시공단 견적에서는 제외하라고 공식 요청해 놓고,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협상 과정에서는 입찰 당시보다 대폭 늘어난 공사 물량을 제시하면서도 계약 총액은 그대로 유지하라고 요구해 사실상 단가 인하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 쟁점 2: 주계약 조건의 합리적 반영 vs 독소조항을 통한 리스크 전가
해외 대형 건설사업에서는 원청인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자가 발주처와 맺은 주계약의 의무 사항을 하도급사 계약에 그대로 내려보내는 이른바 플로우다운(Flow-down·조건 승계) 조항을 둔다. 발주처와 원청, 하도급사 간의 책임 공백을 막기 위한 장치다.
한수원은 주계약상의 의무와 책임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공 분야에 해당하는 기본 역무를 시공계약에 반영하려 했으나 시공단이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종 입찰 이후 추가로 확인된 조 단위 규모의 역무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쳐 시공비를 증액해 제시했으므로 부당한 리스크 전가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공단은 한수원이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 시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까지 책임을 떠넘기는 이른바 '독소조항'을 강요했다고 주장한다.
시공단이 대표적인 문제 조항으로 꼽은 것은 ▲한수원이 수행한 설계의 오류를 시공단이 발견하지 못할 경우 시공단 책임으로 간주하는 조항 ▲한수원의 설계 오류로 재시공이 발생하더라도 발주사 보상 범위를 벗어난 설계변경은 허용하지 않는 조항 ▲발주사가 부지를 제때 매입하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더라도 간접비를 보상하지 않는 조항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까지 포괄적으로 시공단의 역무로 간주하는 조항 등이다.
추가 역무에 대한 비용 보상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게 시공단의 주장이다. 추가 업무에 따른 증액분이 실제 견적 금액의 40%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한수원의 보상 수준이 지나치게 낮았다고 반박했다.
◆ 쟁점 3: 시공 역량 부족 및 관리 부실 vs 비현실적 일정과 폄하 짜맞추기
시공사의 사업 수행 능력을 두고도 양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수원은 대우건설이 신월성 1·2호기 이후 10년 이상 원전 건설 실적이 없어 전문성이 결여됐으며, 이를 보완하기보다 유경험자 인력 배치 요건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현지 설계 하도급 관리 부실로 성과물 제출이 지연되고 주기기 설치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해 공정 지연 우려가 컸으며, 문화재 조사와 토공 역무 등에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며 업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시공단은 이를 대우건설을 폄하하기 위한 짜맞추기식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대우건설은 신월성 원전 이후에도 영광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과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 등 원자력 관련 공사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는 설명이다.
인력 요건과 관련해서는 주계약과 한수원 자체 기준이 중복 적용된 문제를 놓고 국내 원전의 특수조건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었다고 밝혔다.
현지 설계 지연의 책임도 시공단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발주사가 제시한 일정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던 데다 발주사가 추천해 선정한 현지 업체의 역량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전기술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 조사 업무에 대해서는 유물 발굴 여부에 따라 비용 변동 폭이 큰 만큼 원칙적으로 발주자가 수행해야 할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수원의 초기 대응 미흡으로 해당 업무까지 시공단이 떠안게 됐다는 설명이다.
◆ 쟁점 4: 15개월 협상 끝 결단 vs 단 3주 만의 일방적 통보
협상 결렬 선언의 절차적 정당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본계약 체결 이후 15개월간 최고경영자(CEO) 면담 2회,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등 충분한 협상을 거쳤다고 강조한다. 발주처가 당초 9월 말까지 계약을 마무리하라고 요구한 상황에서 양국 정부 간 이행점검협의체(DSC) 일정을 고려해 지난 10월 말을 최종 기한으로 정했으며, 전체 사업 공정 지연을 막기 위해 타절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공단은 한수원이 지난 10월 7일에야 계약 조건과 금액 전반을 변경한 새로운 경영진 제안을 처음 제시한 뒤, 불과 3주 만인 10월 29일을 협상 마감 시한으로 일방적으로 설정했다고 반발한다.
유럽 원전 시장의 복잡한 규제와 인허가 리스크 등을 검토하기에 3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기간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시공단은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 연장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한수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공단은 한수원이 협상 과정에서 다른 건설사의 견적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공사비 감액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후속 시공사 선정을 이미 염두에 둔 채 협상을 진행하다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