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황정아 의원이 4일 공공조달 업체 검증체계의 허점을 지적했다
- 직원 0~1명·주거지 등록 업체 7063곳이 1조3862억원을 낙찰받았다
- 약국·장례업체 등이 철근·실험장비를 낙찰받아 제도 개선이 요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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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업종과 무관한 낙찰도 226억…황정아 "AI 활용 부적격 입찰 차단해야"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약국이 건설용 철근을 납품하고 장례업체가 연구기관의 실험장비를 낙찰받는 등 공공조달 시장에서 업체의 공급 능력과 등록 업종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원이 사실상 없거나 주거지를 사업장으로 등록한 업체들이 최근 3년간 1조 원 넘는 공공계약을 따낸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달청의 입찰업체 관리·검증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4일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조달청 나라장터 개찰 결과와 조달업체 등록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등록 직원이 0~1명이면서 사업장 주소가 아파트나 빌라 등 주거지로 기재된 업체는 6만 7568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7063곳이 2023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3년간 총 2만 1498건, 1조 3862억 원 규모의 물품·용역 계약을 낙찰받았다.
전체 조달 등록업체 90만 4759곳 가운데 상당수가 공급 능력을 확인하기 어려운 영세업체 형태로 등록돼 있는 셈이다. 다만 등록업체 수에는 폐업·말소 업체가 포함될 수 있으며 직원 수나 사업장 주소만으로 부적격 업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업체가 등록한 업종과 낙찰 품목이 전혀 다른 사례까지 다수 확인됐다는 점이다. 약국과 급식업, 장례업, 여행사 등 생활업종만 등록하고 별도의 다른 면허가 없는 업체들이 관련성이 낮은 장비와 자재를 낙찰받은 사례는 109개 업체, 252건으로 계약 규모만 226억 원에 달했다.
실제로 황 의원에 따르면 경남 김해의 한 약국은 나라장터 등록 업종이 약국 하나이고 등록 직원도 0명이지만 국립박물관 건립 현장에 사용되는 내진철근 9억 9500만 원어치를 낙찰받았다. 이 업체는 굴착기와 해군 신호발생기 등까지 포함해 3년간 15건, 20억 60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대구의 한 미용실 상호 업체 역시 과학벨트 가스엔진히트펌프(GHP) 실외기 3억 9000만 원과 산불 진화장비 2억 80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낙찰받았다.
전북 익산에서는 조달청 등록 업종이 장의·장묘용역뿐인 장례업체 2곳이 대학과 연구기관의 실험실습기자재, 강판, 오실로스코프 등을 낙찰받았다. 두 업체의 계약 규모는 각각 31건 22억 7000만 원, 27건 19억 원에 달했다.
국가 주요 시설과 안전 관련 장비 조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됐다. 인천공항 수하물처리설비 자재와 탑승교 중앙관제서버 등 4건, 79억 3000만 원 규모의 계약은 모두 주거용 건물에 주소를 두고 등록 직원이 0~1명인 업체가 낙찰받았다.
소방서에서 구매한 자동심장충격기와 인명구조경보기, 소방드론 등도 아파트와 빌라 주소 업체들이 낙찰받았으며 일부 업체는 사료나 화초를 등록 품명으로 두고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6호기 상황실 디스플레이 구매계약도 직원 1명에 아파트를 사업장 주소로 등록한 업체에 돌아갔다. 해당 업체는 말과 쥐, 사료 등 2163개 품명을 등록했으며 296개 업체가 참여한 입찰에서 1억 8870만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수천 개의 품목을 등록한 뒤 입찰에 반복적으로 참여하는 업체도 있었다. 인천 송도의 한 업체는 등록 직원이 1명에 불과하지만 4151개 품명을 등록하고 3년간 8590차례 입찰에 참여해 68건, 112억 8000만 원을 낙찰받았다. 주요 계약에는 SRT 부품 중정비와 여객선 주기관, 인공신장기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일부 업체들이 실제 제조·공급 능력과 관계없이 다수 품목을 등록하고 낙찰하한율에 근접한 금액으로 반복 투찰하는 방식이 공공조달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황 의원 측의 분석이다.
낙찰 이후 실제 제조·유통업체를 통해 물품을 조달하거나 납품 권리를 넘기는 방식도 거론되면서 입찰 단계부터 업체의 실질적인 공급 능력을 확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번 분석만으로 개별 업체의 계약 위반이나 불법 재하도급 여부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황정아 의원은 "군납 조달 문제는 국방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공조달 체계 전반에서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며 "AI를 활용해 공급 능력이 부족한 업체의 부적절한 입찰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도록 조달 검증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입찰보증금 확대와 함께 납품 권리만 거래하는 중개식 입찰을 제한하는 제도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yun50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