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금감원 출신 감사(監事)만 문제일까요. 감사는 물론 여타 경영라인에 뿌려대는 정치권력층 측근에서 시작된 낙하산 인사가 더 큰 문제죠. 금감원 출신이 빠지면서 이들 자리만 더 늘어날 겁니다." 빠진 아랫돌(금감원출신 낙하산)대신에 행여 엉뚱한 윗 돌이 (정치권 연계 낙하산) 내려오는 더 큰 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한 증권사 임원의 경계심어린 촌평이다.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의 비리가 잇달아 드러나자 금융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금융회사에 관행적으로 보내던 낙하산 감사 근절이 대표적이다. 대통령까지 직접 금감원을 찾아 질타하며 대대적인 개혁을 지시한 만큼 그간 독점해온 금감원 출신 감사 관행은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누가 대체할 것이냐다. 오히려 금융회사 감사 자리가 비 시장전문가들의 낙하산 착륙지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당장은 감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문제점이 드러난 지금 시장 정화차원에서 한번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라며 "다만 이런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별로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전해왔다.
◆ "금융회사 CEO, 낙하산 아닌 인사 누구냐"
은행 증권사 등 웬만한 금융회사의 CEO와 임원을 보면 낙하산이 아닌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시중은행장이나 지주회사 회장 대부분이 현 정부와의 친분관계가 역력하다.
이명박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를 비롯해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등 은행권 대부분 CEO가 동지상고 및 고려대, 혹은 과거 MB 대선캠프에서 활약했던 이들이다.
증권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동지상고 출신이고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도 과거 MB 대선캠프에서 활약했다. 노치용 KB투자증권 사장은 MB가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 외에도 현 정부 고위 인사와 연결고리를 갖지 않는 증권사 CEO는 몇 안된다.
증권 유관기관의 경우 낙하산 인사가 초절정에 달해 있다. 최근 낙하산 인사 의혹이 불거지며 노조 차원에서 낙하산 반대 운동을 벌였던 한국거래소와 자회사인 코스콤(증권전산)은 결국 손을 들었다.
사내 낙하산 인사 반발에 주총까지 한차례 연기했던 거래소는 결국 신규 임원들을 논란의 인물로 선임, 상임위원 7명 전원이 외부출신으로 유지됐다. 세차례 연속 낙하산으로 내려온 CEO가 비리에 연루되며 불명예 퇴진한 코스콤은 네번째 CEO 또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전 국방부 출신 우주하 사장을 임명했다. 상임감사 또한 김상욱 전 청와대 행정관을 선임하며 낙하산 인사의 종결자를 자처했다.
이 외에 증권예탁원, 증권금융, 금융결제원 등은 증권 및 은행유관기관의 고위급 인사들 중에 낙하산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던 임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낙하산 인사 폐해가 만연된 곳이다.
◆ "금감원 출신 빠져도 낙하산 인사청탁 관행은 여전할 것"
금융회사 한 CEO는 "금감원 출신이 금융회사 감사 자리를 싹쓸이하는 현 관행도 심각한 문제지만 이번 처럼 너무 극단적으로 가는 것도 문제"라며 "감독원에서 안오면 감사원이나 기타 관료들이 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제도를 아무리 바꿔봤자 새로운 제도 도입의 취지를 수용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피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한국사회의 습성이 있다"며 "수년전 이같은 폐해를 근절하고자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했지만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 등 현재 제대로 기능하는 곳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준법감시인은 "금감원 출신이 안오면 그 자리는 감사원, 정부관료, 낙천 낙선인사 등을 중심으로 한 인사청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 될 것 같다"고 쇄신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물론 증권사들의 경우 금감원 출신이 아닌 자체 해결을 시도하는 곳도 일부 있다. 주로 중소형 증권사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 또한 감독당국과의 독립성에 기반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금감원 출신 감사를 두지 않은 한 중소형사 감사실장은 "회사 자체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을 보이는데다 신규투자나 신규사업 자체가 거의 없어 감독당국과의 의견조율 필요성이 사실상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지난 3월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공공기관 지배구조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상임직의 46.5%, 비상임직의 30.4%가 정관계 출신이며, 상임직의 32.5%, 비상임직의 27.9%가 '대선관계 인사'로 나타났다. 특히 상임 임원 중 관계 출신은 23.5%를 차지하는데 이 중 소속 정부부처 출신 공무원이 69.8%를 차지, 공공기관은 고위 관료들의 낙하산 요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낙하산이라도 전문성있는 낙하산이 더 낫지않겠느냐"는 자조성 발언을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력층이 더 새겨들어야 한다는게 여의도의 대체적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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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