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회장이 내친거다" 관측 '횡횡'
[뉴스핌=김연순 기자] 지난 10월 국민은행은 위안화 역내외 스프레드 거래에서 30억원 규모의 손실이 난 것과 관련해 트레이딩부를 총괄하고 있는 '자본시장본부장'을 보직 해임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업계와 시장에서는 여러가지 반응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회장이 자본시장본부장으로부터 (외환거래와 관련) 직접 보고를 받았는데 간섭이 심했다.", "굉장히 부담이 많이 가는 자리였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회장이 내친거다" 등등.
이번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자본시장본부 내 부서인 트레이딩부에서 위안화 스프레드 거래를 통해 30억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했고 담당 본부장은 관리책임을 물어 연수원으로 대기발령이 났다. 그리고 현재 국민은행 감사실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자체 조사를 진행중이다. 물론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 꺼리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본시장본부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연수원 조사역으로 발령났다"면서 "조사를 받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지 못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현재 환거래에서의 거래한도 초과 등 내부통제시스템 준수여부에 대해 감사실에서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내부통제시스템을 준수하지 못한 것을 가지고 국민은행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담당 본부장도 직위해제하고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손실금액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본부장을 보직해제하는 등 일단 국민은행 내부적으로 빠르게 조치를 취했다"며 "자체적으로 감사하도록 하고 보고받은 후 다시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국민은행 감사실의 정확한 손실규모, 책임소재 및 내부통제시스템 작동 등에 대한 자체조사와는 별도로 '자본시장본부장'이라는 자리가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 있다.
앞서 지난 2010년 7월 초 지주사 회장으로 취임한 어윤대 회장은 국민은행의 '비만증'을 지적했다. 이에 같은 달 행장으로 취임한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그해 8월 조직 슬림화를 위해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자금시장그룹은 폐지되면서 지금의 자본시장본부로 축소 개편됐고 당시 자금시장그룹장이었던 문일수 전 부행장은 퇴임했다. 당시 민 행장은 자금시장그룹 폐지에 따른 트레이딩 기능 약화 우려에 대해 "최고의 트레이딩전문가를 (자본시장본부장으로) 내부 승진시켰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자본시장본부장은 외환, 파생상품, 채권, 기업금융 분야 등을 망라한 최고의 딜링 전문가로 본부장으로 승진했지만 1년 2개월여 만에 보직해임됐다.
자금시장그룹장과 자본시장본부장이 잇따라 조직에서 배제되면서 내외부에서는 이 자리가 '내쳐지는 자리'라는 인식이 팽팽한 상황이다. 특히 지주사 회장의 직접적인 개입이 심하고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강해 차기 후보군 내에서도 몸을 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내외부에서 차기를 찾는데 갈 사람이 없다"며 "실력 있는 사람은 안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 회장의 개입이 굉장히 심한 자리인데 고대 출신으로 어윤대 회장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않는 이상 가면 안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먼저 "이번 사고는 갑자가 가격이 변동하면서 한도가 넘어섰는데 총괄책임이다. 실제 거래는 딜러가 했고, 트레이딩 입장에서는 본부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딜러도 직무를 정지한 상태"라고 확인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직보인데, 경영감사부에서 자료 정리한 것을 (회장에게) 보고를 했고 또 지주 검사쪽에서도 보고를 했다. 문책과 관련해서는 트레이딩 부장과 자본시장본부장을 포함해 감사쪽에서 온 것을 토대로 최종적으로 인사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 악의적으로 과장되게 얘기한 것 같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고 보직 해임된 전 자본시장본부장은 "특별히 불만은 없다. 모든 상황에 대해 수긍을 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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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