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경제

속보

더보기

[한미FTA의 그늘 ① 유통업계] “쌀이 아닌 ‘희망’을 달라”

기사입력 : 2011년11월28일 12:04

최종수정 : 2011년11월30일 08:58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최승재 사무총장

[뉴스핌=김지나 기자] 한미FTA 발효로 유통업계를 비롯해 농축산업계와 제약업계, 공공서비스 분야 등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FTA의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히 있겠지만, 한미FTA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 그리고 이로 인해 생업을 접어야하는 피해자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뉴스핌이 [한미FTA의 그늘] 기획시리즈를 마련한 이유다.(편집자주)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슈퍼마켓 수는 28% 줄었고 재래시장 매출은 반토막 났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안전망도 갖추지 않은 채 한미FTA(자유무역협정)발효를 앞둔 지금, 우리는 쌀이 없어서가 아니라 ‘희망’이 없어서 생존이 어렵다.”

한미FTA 비준안이 여당의 단독처리로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의 상황에 대해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최승재 사무총장은 25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한숨부터 토해냈다.

14년간의 투쟁 끝에 지난해 12월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법(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한 시름 덜은 줄 알았는데 이제는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유통법은 대형마트 등이 재래시장 경계에서 1㎞ 이내 범위(전통상업보존구역)에 있을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 법은 국내 전통상인을 보호하겠단 취지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FTA 서비스 협정에 규정된 시장접근 및 내국민대우 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월마트 등 미국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국내 진출 과정에서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를 통해 제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생법도 마찬가지다. 법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명시했지만 미국이 공식 이의를 제기하면 서비스투자위원회나 공동위원회 등에서 논의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미국이 그간 협상 과정에서 유통법ㆍ상생법을 문제 삼지 않았고, 이미 7월부터 FTA가 발효 중인 유럽연합(EU)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 만약 미국이 문제제기를 한다면 최대한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소상공인은 없다.

최 사무총장은 “소상공인은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나 된다. 특히 밑바닥 정서를 담고 있는 ‘유통서비스’ 분야는 숫자가 많아 (내수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 상황에 대해 국내 소상공인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은 한층 심각하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전국 소상공인사업체(1만69개)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73.4%는 “작년보다 순이익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증가했다”는 사업체는 6%에 불과했다.

또 사업체의 성장단계를 묻는 질문에는 ‘쇠퇴기’라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다. ‘쇠퇴기’는 경기상황이 아닌 고객기호 변화, 경쟁력 약화 등 환경적 변화에 의해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감소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와 관련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지난 25일 ‘한미FTA는 유통법 상생법까지 무효화시켜’라는 성명을 내어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해 온 한미FTA 보호대책이라는 것들이 우리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담보해 주리라고 믿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미 여야정 합의를 도출해 놨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예산 당국의 반대 운운하며 약속을 어기려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요구를 거부한다면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와 정치권이 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약속을 어긴다면 소상공인 100만명이 모여 매서운 저항 의식을 시작해 그 결과는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심판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칫하면 국내 유통업계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모두 사라지고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들만 참여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국 소상공인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게 된 배경이다.

최 사무총장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대책으로 “물류시스템 구비”와 “중소기업중앙회나 대한대한상공회의소 같은 소상공인법정단체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법제화된 영세 자영업자들의 연대조직을 통해 자료도 만들고 제대로 목소리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최승재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현재 국내 소상공인들의 현실은. 

“최근 몇 년간 체감적으로 상당히 장사하기가 힘들어졌다. 중기청 발표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은 60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수도권 영세사업자들의 경우 월 순수익이 1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한미FTA 발효 이후에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슈퍼마켓 등 유통서비스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골에 한 번 가봐라. 밤이 되면 대형마트만 환히 불 밝히고 있을 뿐 다른 곳은 깜깜하다. 옛날엔 세탁소, PC방, 슈퍼마켓이 공존하면서 서로 간에 돈 회전이 이뤄져 그들끼리 충분히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형마트 한 곳이 모든 곳을 삼키는 ‘블랙홀’이 돼 버렸다.

우리나라는 사실 ‘유통서비스’ 업종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취약하다. 특히 영세 유통업체들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물류시스템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물류시스템만 완비해 주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이, 영세 유통업체들의 숫자가 많아 구매력을 좋은데 연대가 이뤄져 있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없다.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는 이런 시스템을 잘 이용하지만 우리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지 않나. 전국에 널린 슈퍼마켓들이 하나로 모여서 상품을 매입하고 공동구매하는 식으로 활로를 만들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미 늦었다.”

- 한미FTA 발효 이후 어떤 상황이 예상되나.

“작년에서야 영세사업자들 자립기반을 위해 ‘유통법’과 ‘상생법’을 만들지 않았나. 14년간의 투쟁 끝에 겨우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한미FTA가 발효되면 외국계 거대 기업도 이 시장에 물밀듯 들어온다. 예를 들어 ‘카길’이라는 회사는 세계 비료시장에서 70%를 장악하고 있다. 이 회사가 식자재 사업도 하는데 한국에서 직매장을 열면,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내세울 것이다. 대형마트가 재래시장 근처에 못 들어오게 ‘유통법’과 ‘상생법’으로 막아놨는데 (한미FTA로) 법 효력이 없어진다. 미국이 ISD조항에 의거해 미국이 “사업을 왜 방해하느냐”며 제소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로 인해 유통법과 상생법이 효력을 잃게 되면, 유통시장에는 다국적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이 다시 들어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한미FTA 조정기구가 설치돼도 우리 정부보다 상위기관이어서 편파적일 가능성이 높은데…. 막연한 불안감만 있다.”

- 정부에 대책마련을 호소한 결과는.

“정부는 ‘설마 미국이 그러겠냐. 안 그럴 거다’고 말하는데, 돌이켜보면 과거에 삼성, LG가 골목상권에 들어와 빵장사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자하고 노루가 같이 사는 곳이 밀림이라면, 우리는 사자만 사는 구조나 마찬가지다. 국가가 어려운 사람들에겐 자립기반을 만들어 줘서 전 국민 골고루 잘 살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정부는 한 쪽 측면만 보고 ‘너희도 (이제 시장이 넓어져서) 미국 가서 장사 할 수 있게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라. 여기서도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 소상공인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우리는 과거부터 영세 자영업자 단체를 법제화하기 위해 애써왔다. ‘소상공인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 중에서도 소상공인법정단체를 설립하려고 시도했다. 우리가 조직화해야지 자료도 만들고 제대로 목소리도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 영세사업체 관련해 조사를 제대로 하려 해도 구체적인 수치가 안 나온다. 사장이 가게도 운영하고 경리도 봐야 될 형편인데 가능하겠는가.

한 예로 얼마 전 서울에서 정전발생 때 소상공인은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중기중앙회나 대한상의 같이 우리들도 법제화된 단체를 만들어달라고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다. 김대중 정부 때 말은 있었는데 아직도 국가가 인정을 안 해줬다. 이번엔 기금설립을 만들어준다고 여야가 (10월 31일) 합의했는데 유야무야 돼 버렸다. 정치권이 이번에도 신뢰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 좌고우면 할 것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