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희나 기자] 정부가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자 금융투자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이 여러 통로를 통해 거래세 부과의 부당함을 설득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거래세 부과는 파생시장뿐만 아니라 현물시장의 위축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발표한 ‘2012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가 신설됐다. 과세대상은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내파생상품으로, 선물거래에 약정금액의 0.001%, 옵션거래에 거래금액의 0.01%가 과세된다.
다만 정부는 "과세에 따른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을 3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시장육성을 위해 파생상품에 대한 소득세 및 증권거래세를 비과세해왔지만, 시장이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함에 따라 근로·사업 소득 등 다른 소득과 금융상품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전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3년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이후 파생시장의 거래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우려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KOSPI200 지수선물시장에서 일별 5000회 이상 주문하는 초단기 고빈도 거래자의 비중은 전체 주문수의 60%, 체결량의 50%에 해당한다”며 “이들은 낮은 수수료를 이용해 초단기 거래를 하기 때문에, 거래세 부과시 거래위축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특히 이들에 의한 유동성 공급효과를 감안하면, 거래세 부과시 KOSPI200 지수선물시장의 거래량은 이전에 비해 70% 수준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거래세 부과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유동성 위축이 예상된다”며 “실제로 승수가 상향된 K200 옵션의 경우 승수 인상전인 지난해와 비교하면 5.2%의 거래량 감소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장의 변동성이 지난해보다 다소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거래량 감소는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파생시장뿐 아니라 현물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파생상품과 현물시장을 연계해 거래하는 차익거래가 거래비용 증가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전균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매 비중이 올해 일평균 15%에 달하기 때문에 차익거래 등의 감소는 전체 현물시장의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파생상품 거래세 세수증가와 주식현물시장의 세수감소라는 상쇄효과를 몰고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거래비용에 가장 민감한 투기수요의 이탈이 전반적인 유동성 감소로 이어지는 2차적인 충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이 경우 차익거래처럼 주식과 연계된 매매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뿐만 아니라 리스크에 대한 헤지 목적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어 현물시장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반대입장을 피력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입법 저지를 위한 설득 작업을 벌였던 거래소도 실망감을 드러내긴 마찬가지.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충격이 크기 때문에 거래세 방식보다는 자본이득세 방식이 긍정적이라는 내용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실망감이 크다”며 “향후 시장 위축을 우려해 대안으로 변동성 지수선물 등의 신상품 개발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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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오희나 기자 (h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