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신년사
친애하는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2012년 임진(壬辰)년이 지나가고 2013년 계사(癸巳)년이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새해가 밝아올 때, 우리 모두 모여 지난 한 해를 함께 회고해 보고 새해에 같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도 어언 5년이 되어가고 있으며, 아직도 총체적 해결의 실마리가 묘연한 실정입니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 금융위기상황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위기의 심각성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입니다. 현재의 금융위기가 본래 글로벌 추세의 심화에 따른 부작용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위기를 극복해오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 경제의 연결고리가 더욱 강하게 고착화되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습니다. 급속하게 진행된 글로벌 추세로 인해 발생한 각종 부작용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결과적으로는 더욱 강화된 글로벌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아이러니에 우리가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환경 때문에 국제교역의 증가세가 과거에 비해 위축되었으나 정책이나 제도의 보편성은 오히려 더욱 확장되었고 연계성도 더 공고화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국 혼자만의 정책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좁아져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추진하여왔던 개혁과제들이 유발한 사회적 긴장도를 감내하는 경제주체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나타나는 경향이 보이고, 많은 나라에서 위기의 본질규명이나 재발방지에 주력하기보다는 대처과정에서 초래된 결과를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급급한 현상마저 표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여건변화에 상응하여 각 나라마다 대내적으로 다양한 대응수단을 시도하였으나 만연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경제적 안정과 성장을 유도하는 데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사료됩니다. 말할 필요 없이 무역이 성장의 동력인 우리나라가 이러한 글로벌 불확실성 현상의 결과로부터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측면이외에도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경제적 불안정이 사회적 위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에 대비하기 위하여, 가계부채문제와 주택시장의 장기적 침체 등이 경제적 리스크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위험관리정책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경제를 운영하게 되었으며, 선진경제권의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후유증을 제어하는 데에도 큰 정책적 관심을 쏟았습니다.
올해 경제전망은 세계경제나 우리 경제 모두 지난해보다 현저하게 좋아질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고 있으나 동시에 비관적 견해가 많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경제는 언제나 동태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므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에 대처할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해의 통화신용정책은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금융안정의 도모, 경제성장세의 회복지원,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강화를 추구할 것임을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물가안정목표도 지난 3년간은 3%를 중심축으로 2~4% 범위로 정하였으나 향후 3년간은 2.5%에서 3.5% 범위 내로 과거보다 좁게 설정하였습니다. 물가안정을 위협할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물가목표범위의 폭을 줄였다는 것은 물가안정에 대한 한국은행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하는 것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지난 일 년의 회고: 불확실성의 지속적 만연>
지난 일 년은 세계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 정치적 변혁기를 맞이한 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4강 국가에서 모두 정치지도자가 새로 선출되었고, 프랑스를 위시한 많은 여타국가에서도 정치지도자가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새 정부가 곧 출범하게 되어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작년 한해 유로지역 위기해결이 관건이었으나 정치적 격변기와중에 이와 같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글로벌노력은 당초에 기대했던 것에 비하여는 성과를 내지 못한 형국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크게 나누어 첫째는 글로벌 경제 불균형을 치유(global rebalancing)하는 것이고 둘째는 금융위기를 발발시켰던 각종 규제와 감독체계의 미비점을 개혁(financial regulatory and supervisory system reform)하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전자는 여러 번 강조하였습니다만 모든 금융위기의 경우 그 저변에는 언제나 위기를 잉태한 실물경제의 불균형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을 지칭하는 것이고 후자는 금번 금융위기의 요인이 시스템적 리스크(systemic risk)를 관리하지 못하였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금융규제와 감독체계를 강화하기 위하여 Basel III와 Dodd-Frank Act 등으로 대표되는 개혁노력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뉴욕에서 발발한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건너가서는 재정위기로 전이되더니 이제는 일부 신흥경제권의 성장이 저하되어 전세계경제의 실물경기가 침체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미국의 재정절벽문제의 영향에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실제로 이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적절하게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금융위기가 조기에 종결된다고 볼 수 없다는 데에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금융위기대응을 위해 시도된 각종 노력들은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비전통적인 정책이나 제도의 도입이었습니다. 새롭게 시도되는 노력이 효과를 나타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정치지도자 선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추가되어 경제활동이 안정적으로 수행되지 못하게 되었고 따라서 경제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대외적 환경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는 지난 해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신용도를 상향조정할 정도로 경제의 운영이 안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성장이 둔화되고 내수가 부진하였지만 수출호조에 힘입어 매우 큰 규모의 경상수지흑자를 기록하였고 물가도 안정되었습니다. 에너지가격 등 공급측면의 물가압력이 상대적으로 완화되고 경기침체로 GDP갭이 마이너스를 보임에 따라 물가목표중심치인 3%를 크게 하회하는 2.2%수준에서 물가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2011년의 4.0%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한은법에 금융안정기능이 도입된 이후의 첫해를 지내면서 금융안정보고서를 정례적으로 국회에 법정보고서로 제출하게 되었다는 것이 큰 변화였습니다. 그러나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말할 나위 없이, 경제·정치적으로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과정에 미국과 유럽에서 도입된 다양한 비전통적 정책들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화가 심화되는 여건에서 대외환경 변화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의사결정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명료하지만, 우리의 지식과 경험이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었고, 이러한 상황을 경제주체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은 더더욱 우리에게 매우 성취하기 어려운 책무였다는 점을 솔직하게 토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국가경제운영에 있어서 중앙은행이 관장하는 지평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글로벌 추세에 부응하려는 노력도 경주했습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을 고려하였고 중국과의 통화스왑자금을 부분적으로 무역결제에 활용함으로써 원화국제화의 첫걸음을 내딛고자 노력했습니다. 한편 한국은행 직원들의 대외활동이 왕성하여졌으며 경제현안을 보는 안목이 글로벌화 되었고 연구·분석 능력이 크게 함양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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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백 약발' 하루 만에 주춤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국채 수익률이 20일(현지시간) 전날의 급락분 일부를 되돌리며 다시 상승했고, 미 달러화도 장 초반 약세에서 벗어나 소폭 반등했다. 미 재무부가 장기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바이백(환매) 규모를 최소 두 배로 확대하고 추가 확대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일 수 있다는 경계감이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재무부가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할 경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국채 대신 달러화 약세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5bp(1bp=0.01%포인트) 상승한 4.698%를 기록했다. 30년물 수익률은 4.4bp 오른 5.238%,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0.9bp 상승한 4.188%를 나타냈다.
미 달러화.[사진=로이터 뉴스핌]
앞서 미 재무부는 전날 10~30년 만기 장기 국채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로 장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자 시장 안정에 나선 것이다.
발표 직후 10년물과 20년물,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하락했고 글로벌 국채 매도세도 진정됐다. 그러나 하루 만에 국채 수익률이 다시 상승하면서 재무부 조치의 효과가 지속될지를 둘러싼 의문이 커졌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국채 바이백 규모가 당초 발표한 40억달러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추가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국채 수익률이 기초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매뉴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미국 금리·모기지 거래 책임자인 마이클 로리지오는 베선트 장관의 발언보다는 국제유가 상승이 이날 국채 수익률 반등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면 연준이 더욱 매파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지원하는 국가를 상대로 "경제 전쟁(economic warfare)"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시작한 이란과의 전쟁으로 원유 공급망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물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높아졌다. 미국 5년물 물가연동국채(TIPS)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날 2.289%에서 2.338%로 상승했다. 10년물 TIPS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345%를 기록해 시장이 향후 10년간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연평균 약 2.3%로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실시된 90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TIPS 입찰에서는 응찰률이 2.8배를 기록해 최근 추세와 비슷한 수준의 수요가 확인됐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건을 소폭 웃돌며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재무부의 바이백 정책을 둘러싼 평가가 이어졌다. 전날 바이백 확대 발표 직후 급락했던 달러화는 이날 장 초반 하락분을 만회하고 소폭 상승했다.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06% 상승한 98.89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0.01% 하락한 1.1676달러에 거래됐다. 유로화는 장중 한때 1.171달러까지 올라 5월 1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는 달러 대비 0.6% 하락한 달러당 159.12엔을 나타냈다.
달러/원 환율은 한국 시간 21일 오전 7시 기준 전장 대비 6.92% 하락한 1394.80원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재무부가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을 억제할 경우 미국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달러화 약세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금리가 재정적자 확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시장의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시장에서 이른바 '통화가치 희석 거래(debasement trade)'로 불린다. 정부 부채 확대와 통화가치 하락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금이나 비트코인 등 대체 가치저장 수단으로 이동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CIBC 캐피털마켓의 세라 잉 외환전략 책임자는 "이는 베선트 장관이 시장을 시험하고 시장이 이에 맞서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발표가 더 나올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시장이 이를 그다지 신뢰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날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 내부의 우려가 한층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정책위원들이 금리 인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었으며 '많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를 향해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리선물 시장은 현재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약 35% 반영하고 있으며, 12월까지 한 차례 이상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67%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달 말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예정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연설에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추가 단서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5% 상승한 7만2524.54달러까지 오르며 6월 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정적자 확대와 통화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체 가치저장 수단에 대한 수요가 다시 부각됐다.
koinwon@newspim.com
2026-08-2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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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주 상폐' 중견기업들 비상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동전주 퇴출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중견기업 오너들이 주가와 시가총액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주환원 확대는 물론 유상증자와 주식병합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주가 부양과 상장 유지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식병합 등 단순한 주당 가격 인상만으로는 상장폐지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결국 실적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와 시가총액 확대가 뒤따르지 않으면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상폐 위기 몰린 중견기업, 주식병합·자사주 매입으로 전방위 방어
21일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의 상장 유지 요건 강화로 퇴출 위기에 몰린 중견기업들이 주식병합과 주주환원 등 주가 방어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가격 인상이라는 임시방편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실적 개선과 시가총액 증대가 수반되지 않으면 상장폐지를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인포그래픽=이석훈 기자]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가장 빠르게 꺼내 든 카드는 주식병합이다. 여러 주식을 하나로 합치면 기업가치나 시가총액 변동 없이 주당 가격을 병합 비율만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된 36개 종목 가운데 15개는 주식병합을 예고했다. 한화투자증권에 의하면 상장폐지 개혁안이 발표된 지난 2월 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추진된 액면병합은 276건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배 급증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액면가 500원, 주가 300원인 기업이 액면가를 2000원으로 병합하면 주가가 1200원이 되면서 동전주 요건을 피할 수 있다"며 "정부가 상장폐지 개혁 방안에 동전주 요건을 신설하면서, 이를 피하고자 많은 기업들이 주식병합을 단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유지 시가총액 기준에 대응하기 위한 증자도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당초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상향 예정이던 코스닥 시총 기준은 제도 개편에 따라 2026년 7월 200억원, 2027년 1월 300억원으로 가용 시점이 조기 적용됐다. 플레이그램처럼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달한 자금이 실제 사업 성과와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상장 유지의 관건이다.
주주환원 확대 역시 오너들이 선택하는 주요 방어 수단이다. 티쓰리는 오너 일가 주도로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제시하며 자본 효율성 제고를 공식화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는 주주 가치를 높여 시장의 저평가 인식을 해소하는 데 유용한 카드가 된다.
특히 지배주주가 승계 과정까지 고려해 특정 시기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집중할 경우, 주가 방어와 지배구조 안정화를 동시에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상장폐지 기준이 강화되면서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주식병합이나 증자, 자사주 매입 등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동원해 주가와 시가총액 방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주식병합만으론 상폐 못 면해"…체질 개선·실질 대책 시급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실질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다. 주식병합은 기업가치를 바꾸지 못하고, 증자는 지분 희석과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역시 이익과 현금흐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회성 부양책에 그친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주가 부양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장부상 자본만 늘리는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만큼, 비용 절감과 사업 재편 등 실질적인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병합을 실시하더라도 시가총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상장폐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더구나 정부가 일시적 주가 부양을 통해 상폐를 회피할 수 없도록 세부 적용 기준과 시장 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주식 병합만으로는 상폐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대주주의 출자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통해 주식 가치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tpoemseok@newspim.com
2026-08-21 0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