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부동산시장 장기 불황에 따라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잠재부실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신탁사들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에 진출하면서 시장 불황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그동안 부동산 신탁사들은 흑자 행진을 이어와 업계에서는 또 하나의 '부동산 불패신화'로 불렸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사업 실패가 이들 신탁사들에게 잠재부실 '폭탄'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11개 부동산신탁사의 수탁고는 146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조3000억원 감소했다. 영업수익은 1809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이에 따른 건설회사들의 잇따른 도산 등을 감안하면 부동산투자신탁의 실적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신탁사들의 수익은 정점에 달해 이제 '떨어질 일은 남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수탁고와 영업수익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2007년말 기준 4369억원에 달했던 신탁사 영업수익은 지난 2011년 말 3832억원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반면, 담보신탁, 토지신탁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신탁회사들의 숫자는 지난 1997년에 세 곳에 불과했으나 현재 11개로 늘었다.
신탁사의 토지신탁은 관리형과 차입형으로 나뉜다. 관리형은 신탁사가 자금조달에 관여하지 않고 시행사 리스크만을 줄인다. 차입형은 신탁사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자금으로 공사비를 지급한다. 이는 사실상 부동산 개발 시행사와 똑같은 책임을 지는 것으로 이 경우 신탁사의 책임이 커져 시행사나 건설사 만큼 건설경기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통상 매출액의 1%에 불과한 관리형 신탁보수율과 달리 차입형은 3% 수준에서 결정되는 보수율이 결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는 사실상 건설업계의 시행사와 다를 없는 책임이 있다"며 "신탁사가 자금을 조달할 뿐 아니라 사업수행 부담이 큰 만큼 부동산 시장 불황은 이들 신탁사들에게도 직격탄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시장 불황에 따라 신탁사들의 고통도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신탁이 시행하고 두산중공업이 시공을 맡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지난 2011년부터 분양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
아시아신탁 관계자는 "이 사업장은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장으로 사업적 리스크는 있지만 미분양으로 인한 신탁사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토지신탁이 시행해 지난해 9월 분양한 '순천가곡 양우내안애' 역시 3.3㎡당 4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파격 분양가에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실제로 한국토지신탁은 이 사업장 관련 부동산펀드에 참여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순천가곡 양우내안애 사업장은 다른 아파트사업장과 달리 미분양이 발생했지만 수익성이 높아 흑자 사업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러한 불경기에도 한국토지신탁을 비롯해 KB부동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등 총 7개회사가 토지신탁업무를 영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부동산 신탁사들의 위기에 금융 당국도 칼을 빼든 상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4월 신탁계정대여금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는 요주의 사업장인 아파트 분양사업장 적립기준을 2%에서 7%로 상향했다.
한편, 신규사업모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부동산컨설팅을 현재 진행중이며 자체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라 성과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