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고수익을 올려주지는 않지만 원금에서 손실이 발생할 리스크가 거의 없어 여유자금을 예치하는 수단으로 인기를 모으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안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골드만 삭스와 JP 모간, 모간 스탠리 등 대형 투자은행(IB)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지금까지 터부로 통했던 원금 보장 원칙을 폐지할 움직임이다.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채권 운용으로 수익을 내기가 점차 힘들어지는 가운데 손실로 인한 펀드 폐쇄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MMF를 보유한 투자자들의 좌수를 줄이는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그니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브루스 캠벨 유동성 헤드는 “대형 IB들이 대다수의 고객들의 이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지만 모든 고객을 보호하기는 어렵다”며 “일부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 IB는 펀드 한 좌수당 가치를 1유로로 유지해 지속적으로 순자산 가치를 지켜내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경우 이를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2년물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 영역을 오가고 있고, 프랑스의 2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0.1%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자산 규모 기준 미국 최대 은행인 JP 모간은 운용 실적과 무관하게 순자산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MMF를 자산 가치가 하락할 때 좌수가 줄어들도록 설정된 상품으로 교체했다.
시장조사 업체 크레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JP 모간의 MMF 자산 규모는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2410억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총 1370억달러를 운용하는 골드만 삭스 역시 전철을 밟고 있고, 세계 최대 머니매니저인 블랙록과 모간 스탠리, RBC, HSBC도 마찬가지로 손실을 투자자에게 이전시키는 구조의 상품으로 기존의 MMF를 대체할 예정이다.
HSBC의 조나단 커리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마이너스 금리 속에서 자산을 운용해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서 고객의 원금을 보장하는 MMF를 운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