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라이브
KYD 디데이
문화·연예 대중문화·연예일반

[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남도의 가을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1. 남도 들녘엔 가을이 내리고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이 그리움이다. 거짓 없이 진실 되게 생각하는 것이 그리움이다. 세상물정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어 애타는 마음으로 그리워했던 남도로 떠나던 날 달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얗게 밤을 뒤척였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서울을 떠나는 속뜰은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들며 가을 한 복판으로 망아지처럼 뛰어갔다.

어떤 식자는 남도 봄 색을 이렇게 말했다. 산그늘 마다 연분홍 진달래가 햇살을 받으며 밝은 광채를 발하고, 길가엔 개나리가 아직도 노란 꽃을 머금은 채 연둣빛 새순을 피우고, 해묵은 동백나무에 선홍빛 동백꽃이 점점히 붉은 홍채를 내뿜고, 목이 부러지듯 잔인하게 떨어진 꽃송이들은 풀밭에 누워 피를 토하고, 토담 위 키 큰 살구나무에서 하얀 꽃잎이 떨어져 내리는 원색을 남도 봄 빛깔이라 했다.

내가 본 남도 가을색은 이랬다. 강진만 구강포 갈대에서 반사된 가을볕이 중년 여인의 호수같이 깊은 눈 속에 은은하게 투영될 때, 끝없이 펼쳐진 들녘의 벼 알갱이 위로 두륜산 화강암 금기(金氣)가 일렁일 때, 마당가 우물물로 우둑우둑 세수한 농부가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윤기 있는 웃음을 지을 때, 대청마루에 닿을락 말락 스치는 치마말기를 부여잡고 조신하게 걸어가는 종부(宗婦)의 손등에서 남도의 가을 색을 볼 수 있다. 남도의 봄 색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면, 남도의 가을 색은 가슴으로 듣는 것이라 하겠다.

영암 월출산을 끼고 높낮이를 하며 숨 가쁘게 달리던 버스가 답사 마수걸이 강진 땅에 도착하니 중화참이었다. 관상가들은 해가 가장 밝은 정오에 관상을 본다. 그래야만 그 사람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남도 색깔을 보기에 가장 적당한 시간에 우리는 남도 일번지에 도착한 것이다.
 
당산나무 아래에서 바라 본 칠량 뜰과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혼이 서린 만덕산엔 풍성한 남도 가을색이 다북다북 내려 앉고 있었다. 그런 가을색은 판소리 다섯 바탕 눈 대목들과 어울려 우조·평조·계면조를 밟고, 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장단을 타고, 상쇠를 따라, 어깨춤을 추며 남도 들녘을 아우르고 있었다.

2. 다산 초당엔 북어국 백반체 글씨가 여전하고
 
우리들이 점심을 먹은 강진군 칠량면 수양식당은 순박했다. 월척은 됨직한 조기를 비롯하여 꼬막, 나물 등 상다리가 휘도록 반찬이 차려져 나왔다. 식당 주변엔 새마을 운동 당시 지어졌음직한 슬레이트 지붕의 나라의원, 복원다방, 천일택배집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엄마 눈빛으로 답사객들을 맞아 주었다.
 
남도 특유의 넉넉한 인심 밥상을 물리치고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집필한 다산 초당 입구 귤동 마을에 도착하니, 거대한 한옥 여러 채가 고압적인 자세로 우릴 맞이했다. 어쩐지 다산의 실용정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에 초당도 가기 전 불편스런 맘이 꿈틀대고 있었다.
 
다산은 강진에서 유배지를 네 번 옮겼는데, 총 18년간의 유배생활 중 이 곳 다산에서 11년을 살다 유배에서 해제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유배자들은 대개 자살을 생각한다고 한다. 언제 군왕이 내리는 사약이 도착할지 몰라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을 매는 경우가 많았다 한다.

다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한다. 유배지인 강진에 도착했을 때 그를 반겨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갈 곳 없어 상심한 채 염세적 삶을 보내고 있을 무렵 거처하던 주막집 노파가 '아이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만들었는데, 왜 남자의 성씨를 따라야 하나? 그런 법도가 어디에 있나?'라고 다산에게 물었다. 

공자, 맹자, 주자도 답할 수 없는 여염집 노파의 질문에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살아야겠다는 의욕과 함께, 실용학문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다산은 이 주막집에서 4년을 지냈고 그 집 당호를 '마땅히 지녀야 할 네 가지'라는 뜻으로 사의재(四宜齋)라 했다. 그러나 그 네 가지 내용과 주막집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
 
다산 초당으로 오르다 보면 괴상하게 생긴 소나무 뿌리 옆에 다산이 강진읍내와 절집을 떠돌다가 이 곳 다산으로 오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외가 쪽 친척 윤종진의 무덤이 보인다. 난 이 윤종진의 무덤에서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무덤 앞에 위패처럼 생긴 비석에 불교에서 쓰는 만(卍)자가 새겨진 것인데, 이 만자가 무속에서 쓰는 끝이 한 번 더 꺾인 만자라는 사실에 당혹스러울 정도로 놀랐다. 

어떻게 주자학이 판을 치던 시대에, 불교글자가 그것도 무당들이 요즘의 하느님 반열에 올려놓은 삼신을 형상화한 끝이 한 번 더 꺾인 만자를 새겨 놓을 수 있었을까? 증폭되는 궁금증을 안고 대숲 자드락길을 거칠게 호흡하며 올랐다.

초당에 올라서니 뭔가 부자 집에 온 기분이었다. 이름은 초당이라 했지만 정면 5칸 측면 2칸의 커다란 팔작 기와지붕이었다. 툇마루도 넓고 방도 큼직하여 유배객이 살던 집 같지가 않았다. 보존회의 잘못된 판단에 따라 잘못 지어진 집이었다. 

다산에 대한 예비지식 없이 온 사람들에게 유배객 팔자가 늘어졌다는 잘못된 인식만 심어주는 꼴이었다. 억장이 무너져 왔다. 다산 초당에선 다산의 정신을 오롯이 느낄 수 없었다. 인위적인 것으로 덧칠하고 각색한 유산을 보며 가을걷이가 다 끝난 들녘에 꽂혀있는 허수아비 심정이 됐다.

그래도 이런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이 '술에 곯아떨어진 다음 날 아침 밥상에 나온 북어 국 백반 같다.'는 다산의 글씨를 집자해 만든 다산동암(茶山東庵) 현판과, 유배에서 해제되어 초당을 떠나며 썼다는 정석(丁石) 글씨였다. 특히 바위에 새겨진 정석(丁石)은 다산의 전 생애가 응고된 글씨 같아 옷깃을 여미게 했다. 

초당을 내려오면서 '우리 모두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쳐 이 위대한 역사의 영웅을 공경하고 배워야 함이 마땅하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은 꽉 차 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득철(得哲)이었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UAE "바라카 원전, 드론 피격"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아랍에미리티(UAE)의 아부다비 당국은 17일 "알다프라 지역에 위치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에서 드론 공격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부다비 공보국은 "원전 내부 경계선 바깥에 위치한 발전기가 드론 공격을 당했다"며 "당국이 화재 발생에 대응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고 방사선 안전 수준에도 영향이 없다"며 "연방 원자력 당국은 발전소의 주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당 드론이 어디서 발사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앞서 이란 최고지도자의 수석 고문인 모하마드 모흐베르는 자신의 X 계정에 "이란은 수년간 걸프 국가(이웃 아랍 국가)들을 친구이자 형제로 여겼지만, 그들은 독립성을 버리고 팔레스타인과 이란의 적들에게 자신들 조국의 운명을 맡겼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란은 미 중부사령부의 임대 전초 기지(중동 역내 미군 기지)들에 대해 전면적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이런 자제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모흐베르 고문은 해당 게시글에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자신의 비난이 쿠웨이트와 UAE에 맞춰져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13일 쿠웨이트 당국은 부비얀섬에 침투하려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대원 4명을 체포했다고 발표, 이란과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번 전쟁에서 UAE는 중동 내 가장 두드러진 반(反)이란 노선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이스라엘과 공조해 이란 본토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UAE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지만, 주요 외신들을 통해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 중 UAE를 은밀히 방문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제벨알리 항만 인근에서 연기가 솟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osy75@newspim.com 2026-05-17 19:52
사진
北 내고향축구단, 19일 기자회견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수원FC 위민과의 남북 맞대결을 앞둔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참가를 위해 방한했다. 통일부는 지난 14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남한 방문을 승인했고, 대한축구협회가 통보한 선수단 및 관계자 총 39명이 이날 입국했다. [영종도=뉴스핌] 이형석 기자 = 북한 내고향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방남하고 있다. 2026.05.17 leehs@newspim.com 북한 여자 축구 클럽팀이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축구팀의 방한 자체도 2018년 강원도 춘천·인제에서 열린 아리스포츠컵 국제축구대회 참가 이후 8년 만이며, 성인 여자 축구팀 기준으로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북한 여자대표팀은 금메달을 차지했고, 남자대표팀은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경유지 캠프를 차리며 현지 훈련을 진행했고, 이날 한국에 입성했다. 입국 직후에는 숙소로 이동했으며, 이후 훈련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상 공식 훈련 이전 비공개 훈련은 문제 없다. 북한 평양을 연고로 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12년 창단된 기업형 구단이다. 소비재 기업 '내고향'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북한 여자축구 1부 리그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강호로 평가받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영종도=뉴스핌] 이형석 기자 = 북한 내고향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방남하고 있다. 2026.05.17 leehs@newspim.com 실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예선리그를 3전 전승으로 통과했고, 이 대회 조별리그 C조에서는 2승 1패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 성사된 수원FC 위민과의 첫 남북 클럽 맞대결에서는 3-0 완승을 거두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8강에서는 베트남 호찌민을 3-0으로 완파하고 준결승 무대까지 올랐다. 수원FC 위민에는 한국 여자 축구의 전설 지소연을 비롯해 김혜리, 최유리 등 전·현직 한국 국가대표가 포진해 있다. 지난 3월 대회 8강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우한 장다(중국)를 4-0으로 완파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남북 클럽팀의 맞대결은 오는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승리 팀은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멜버른 시티(호주)와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 경기 승자와 결승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는 여자축구 클럽 차원의 남북 대결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4강전 티켓은 예매 시작 약 12시간 만에 일반 판매분 7087장 모두 매진됐다. [영종도=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방남한 북한 내고향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2026.05.17 leehs@newspim.com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공식 훈련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한국 팬들에게 처음 공개된다. 다만 대회 규정상 공식 기자회견은 팀별로 따로 열려 수원FC 위민 선수단과 직접 만나는 장면은 경기 당일까지 미뤄질 예정이다. 20일 경기 종료 후에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이 운영된다.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단도 규정에 따라 해당 구역을 지나가야 하지만,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통일부는 이번 준결승전 현장 응원이 남북 상호 이해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남북협력기금 3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지원금에는 경기 티켓과 응원도구 제작,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의 행정 비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wcn05002@newspim.com 2026-05-17 15:48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