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민법 개정·의료개혁 초점…정쟁화 가능성도
[뉴스핌=노종빈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가진 국정연설은 자신이 가진 이미지와 재능, 장점을 잘 부각시킨 설득력을 주기 충분한 연설이었다.
오바마라는 인물이 주는 신뢰감과 함께 역동적이면서도 화기애애한 장면이 다수 연출됐다. 또한 연설 곳곳에 오바마의 삶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잔잔한 감동을 느낄만한 에피소드도 많이 배치됐다.
예컨대 "'싱글맘의 아들'이 가장 위대한 국가의 대통령이 됐다"는 대목에서는 특히 이 연설을 지켜본 미국인들에게는 다시 한번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희망을 가지고 잘 살아보세'라는 자부심과 의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2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AP/뉴시스> |
하지만 문제는 연설의 성공적인 외양과 달리 팍팍한 미국 경제의 현실은 사정없이 휙휙 돌아가는 TV리모컨의 채널만큼이나 별개라는 점이다.
이날 오바마의 연설이 실질적으로 미국 경제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28일 미국 갤럽조사 결과 지지 41%, 반대 50% 수준인 오바마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드라마틱하게 반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정연설에서 오바마가 꺼낸 핵심 키워드는 소득불평등의 개선으로 일관됐다. 이를 위한 핵심정책으로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이민법 개정, 오바마케어(의료보험 개혁) 등을 언급했다.
연설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눈높이를 평균 또는 그 이하의 저소득층으로 향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정책적 개선 방안들이 그다지 신선하지 못하고 당장 여야 간 마찰을 불러일으켜 정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말미에 가장 솔깃한 방안으로는 현행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10.10달러 이상으로 약 39.3% 인상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오바마는 이날 의회에서 조속히 처리하지 않는다면 법을 뛰어넘어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부분에서 오바마의 눈빛은 가장 빛났다. 하지만 이 정책은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기업들과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중소상공인 역시 양극화의 피해자들로 팍팍하고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미국인들의 얼어붙은 심장을 녹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점프스타트'만 하고 돌아선다면 또다시 현실의 고통은 차갑고 냉랭하다는 점을 더 부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운이 나쁘면 공화당의 역공에 끌려다니며 최악의 경우 중간선거까지 이용당할 수도 있다.
<출처:C-SPAN 방송캡쳐> |
◆ 지지율 획기적 반전에는 못미칠 듯
최저임금을 높이는 정책은 획기적이긴 하지만 지지율을 5~10% 이상 크게 회복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이민법 개정으로 늘어날 소수계 유권자와 오바마케어 의료보험 개혁의 제한적인 가능성도 비슷한 결과에 그칠 전망이다.
최저임금과 마찬가지로 오바마가 언급한 정책들은 신선하지 못하며 해결하기 힘든 이슈들만 나열하는 꼴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재부각시킬 뿐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의 나열은 TV 채널을 드라마로 돌리게 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을 지지하는 진보세력과 소수계를 총결집시키더라도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앓아온 사회적 양극화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악수가 될 수 있다.
미국 민주당은 오는 11월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책략으로 지난해 말부터 사회적 양극화 이슈를 꺼내든 상황이다.
오바마는 또 과학기술, 의료 리서치 등을 바탕으로한 혁신 적인 기술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또한 더 많은 천연가스를 생산해내는 기술과 앞서가는 태양광 산업에 대해서도 희망적 사례로 소개했다.
또한 교육과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성공을 강조하면서 청중 가운데 참석한 개인들의 성공 사례를 일일이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환경과 젊은이들에 대한 일자리, 여성에 대한 소득 평등 등을 부각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 뿌리깊은 불평등 '과제' 어떻게 극복?
하지만 이날 오바마가 꺼낸 국정연설의 화두들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겪고 있는 오늘, 2014년의 실상을 깊숙히 들여다 보게 한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살펴보면 '위대한 미국'에 치중돼 왔다. 예컨대 지난 2011년 연설을 보면 위대한 국가가 되기 위한 전략으로 '교육'과 '과학기술' 등을 제시하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민심의 골수를 깊이 파고들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오바마가 처한 현실의 다급함을 보여준다.
오바마의 임기 내에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개인 정치인의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겪고 있는 역사적·경제적·사회적·국제적 현실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백년간 이어진 부의 불평등이 뿌리 내리며 개개인의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힘, 또는 여야 간의 거국적인 합의가 있더라도 쉽게 극복하기 힘든 문제다.
이날 오바마의 연설은 신년연두 국정연설이지만 동시에 선거유세를 연상시켰다. 국정연설의 화려한 수사가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는 것은 아닐까.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