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개혁 국회'로 불려진 2014년 양회(兩會) 폐막 이틀만에 중국이 대달러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확대함에 따라, 앞으로 위안화 자본계정 자유화를 비롯한 위안화 국제화 작업이 한층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변동폭 확대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지만,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단행됐고 확대폭도 시장의 기대보다 컸다.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개혁이 구호단계에서 본격 실행단계로 접어들면서 위안화제도 개선 및 개방이 급진전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의 하루 환율 변동폭을 기존 ±1%에서 ±2%로 확대, 17일 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2012년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1%로 확대한 지 2년 만에 취해진 이조치는 향후 환율결정의 시장화 기능을 강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나오기 한달전인 지난 2월 17일부터 위안화 가치가 하락반전하며 약세를 보여왔으며, 이는 중국 금융당국이 위안화 환율 등락에 대한 변동성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스탠다드차터드은행 등 전문기관들은 당초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 1.5%로 확대한 후, 연말에 다시 2%로 확대하는 방식 등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중국은 양회기간 금융개혁 방침을 누차에 걸쳐 강조한 뒤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행동에 나섰다.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의 가장 큰 의의는 시장의 자율성 제고다. 하루 최대 2% 내외 범위에서만 변동이 허용됐던 위안화 환율이 최대 4%까지 오르내릴 수 있게 돼, 위안화 가격 형성에 시장의 '발언권'이 예전보다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인민은행도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위안화 변동폭 확대 방침을 밝히는 글에서 인민은행은 "일상적인 외환시장 간섭을 없애고, 수급상황에 근거한 시장 질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이 새로운 환율 정책을 발표하면서 예전과 달리 '복수통화 바스킷 제도'를 강조하지 않은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5년 복수통화 바스킷 제도를 도입했고, 2008년 금융위기로 고정환율제로 회귀한 후, 2010년 다시 복수통화 바스킷 제도로 복귀했다. 이후 중국 금융당국은 환율 관련 중요 방침을 발표할 때면 복수통화 바스킷 제도를 줄곧 강조했지만, 이번엔 이에 관련한 언급이 빠진 것.
시장은 이 역시 중국의 환율 개혁과 외환시장 개방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복수통화 바스킷 제도가 고정환율제에 비해선 위안화의 환율 탄력성을 높였지만, 정부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많았다.
17일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인민은행이 15일 '관리변동 환율제'의 원칙을 강조하며, 중국의 외환시장이 여전히 정부의 관리하에 있음을 시사했지만, 예전과 달리 복수통화 바스킷를 참고하겠다는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간섭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환율제도 개혁을 위한 움직임은 이미 한 달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외 위안화 시장에서 위안화의 현물 가치가 돌연 하락세를 보였고, 중국 외환교역센터 역시 고시환율을 계속 인상해 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다.
이번 위안화 변동폭 확대에 반색하고 있는 시장은 다음 개혁안 실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예금금리 자유화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이번 양회기간 예금금리 자유화 도입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연내에 늦어도 내년에는 예금금리 자유화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용어 복수통화 바스킷 제도: 자국과 교역 비중이 큰 달러·유로·엔화·한화 및 싱가포르 달러 등을 각각 가중치를 부여해 한 바스켓(basket·바구니)로 묶고, 이들 통화의 가치가 변하면 교역 가중치에 따라 자국통화의 환율에 반영하는 환율제도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