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까지 WTO에 양허표 수정안 통보
[뉴스핌=김민정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쌀을 전면 개방하기로 공식 선언했다. 다만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적용해 국내 쌀 산업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18일 열린 대외경제장괸회의 직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및 2014년 쌀 협상 결과에 따라 예정됐던 대로 2015년 1월 1일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쌀을 관세화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TO 농업협정상 2015년부터 관세화 의무가 발생하는데 관세화 유예를 더 연장할 경우 의무수입량(MMA) 증가로 쌀 산업이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쌀 관세화는 1986~1988년도의 국내외 가격차만큼 관세를 설정하고 해당 관세를 납부할 경우 쌀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입물량 제한 등 관세 이외의 국내시장 보호수단을 관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1994년 타결된 UR협상에서 모든 농산물은 관세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쌀에 대해 예외를 인정받아 1995년부터 올해 말까지 총 20년간 관세화를 유예했고, 금년 말 유예 기간이 종료된다.
UR협상에서 쌀은 10년간(1995~2004년) 관세화가 유예됐지만 2004년 쌀 협상을 통해 관셰화 유예를 10년(2005~2014년) 연장했다. 그 대가로 의무수입물량(MMA)을 설정해 유예기간동안 증량시켜 왔다.
의무수입물량은 1995년 5만1000톤에서 2004년 20만5000톤, 올해는 40만9000톤까지 늘어났으며 관세율 5%로 수입했다. 올해 의무수입물량인 40만9000톤은 지난해 기준 국내 소비량의 9% 수준이며 관세화 이후에도 5% 관세율로 수입이 허용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간 검토해 온 관세율 수준, 국내·외 쌀값, 중장기 환율 및 국제가격 전망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관세화 후 현행 의무수입물량 이외의 쌀 수입량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반면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WTO 설립협정에 근거해 일시 의무면제(waiver, 웨이버)를 획득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160개 WTO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의무수입물량 증량 등 대가 지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쌀이 우리 농업 및 농촌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해 정부는 그동안 농업계 의견 수렴을 거치고 전문가, 관계부처와 면밀히 검토한 결과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WTO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화시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서 쌀의 관세가 감축 또는 철폐될 가능성에 대한 농업계 우려에 대해 정부 측은 “그동안 체결한 모든 FTA에서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해 왔고 현재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추진 예정인 모든 FTA(참여 결정시 TPP 포함)에서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해 지속적으로 보호할 방침”이라고 확인했다.
정부는 관세화 이후에도 쌀 산업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농가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 안정적 생산기반 유지 ▲ 농가소득 안정 ▲ 경쟁력 제고, 부정유통 방지(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유통 금지) 등 주요방향을 내놨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국회와 농업계 의견을 추가 수렴해 세부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회 보고 등을 거쳐 9월 말까지 양허표 수정안을 WTO에 통보하고 올해 말까지 국내 법령 개정 등을 거쳐 내년부터 관세화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관세 수준 등 WTO에 통보할 핵심 사항은 전문가 협의 등 추가검토를 거쳐 농업계와 국회에 설명한 후 확정된다.
이동필 장관은 “내년부터 쌀을 관세화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므로 이를 쌀 산업 발전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지난 20년간 우리 쌀 산업은 농업계와 정부의 지속적 노력과 투자로 소비, 생산, 유통 전 부문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으므로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를 발굴해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정부와 농업계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