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채권시장 내 파급력이 예전만 못하다. 28일 최 부총리가 또다시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으나 시장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정책 기대를 선반영한데다 이미 상당수 참가자들의 관심이 한국은행과 월말지표에 쏠린 탓이다.
이날 오전 11시경 최 부총리는 방송기자클럽 TV토론회에서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을 내년에도 지속해야 한다"며 "정부와 (한은의) 인식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에 기반한 정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경기 부양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이에 잠시 가격이 반등했던 시장은 곧 약세로 꺾였다. 3년 만기 국채선물 9월물은 전날대비 4틱 내린 106.00, 10년선물은 19틱 하락한 117.01로 마감했다. 최 부총리 한 마디에 국고채 3년물이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10년물이 3%를 하향 돌파한 과거가 무색하리만큼 조용한 모습이었다.
시장참가자들은 '50bp 인하'를 명확히 할 재료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추가 강세 랠리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수준이었다는 평이다. 기재부 경제정책방향으로 확산된 '50bp 인하 의구심'을 반전시킬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8월 금통위 전까지는 50bp 인하 가능성을 타진하며 박스권 상하단을 테스트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두 번 금리 인하의 확신이 채워지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재료도 영향력이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을 충분히 선반영해 절대금리 부담이 가중됐고 중요한 월말지표가 대거 발표 예정인 점도 금리 운신폭을 좁히는 원인이다.
특히 30일 발표되는 6월 산업생산 지표와 오늘(29일) 공개 예정인 7월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의사록 내에서 금통위원들의 논리가 정부 정책과 얼마만큼의 '궤'를 같이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SK증권 정성욱 연구원은 "의사록에서 금리 결정자체보다는 어떤 배경에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지 확인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의사록에서 꾸준히 확인된 논의의 핵심 축인 '순환적 경기 회복'에 대해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단순히 경기 반등에 주목하기보다 구조적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의사록에서 이에 대해 어떠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며 "좀 더 명확한 스탠스를 확인하면 금리 인하 명분이 좀 더 힘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산업생산지표의 세부내용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 이정범 연구원은 "한은 데이터에 따르면 순수출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관세청 통과 기준 무역수지는 그다지 확대되지 않고 있다"며 "집계 기준이 다르겠지만 이런 괴리가 1년째 지속되고 있어 지표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산생지표가 부진하게 나올 경우 시장이 다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 산하의 경제 정책이 정치적 도구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10월 미국 테이퍼링 종료로 글로벌 자금시장이 흔들릴 여지가 있어 대외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기도 하다.
증권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현재 펀더멘탈 상으로 금리 두 번 인하 가능성은 작은 편이나, 정부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오니 일단은 시장이 달렸다"며 "다만 정책 자체가 여당의 지지율 회복 카드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반기 글로벌 시장이 요동칠 여지도 있어 나홀로 확장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러모로 실행 가능성 여부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