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단일 입장은 없어...LIG손보 문제 불확실 '지속'
[뉴스핌=노희준 기자] 'KB사태' 책임론 차원에서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거취와 관련해 단일 의견은 내지 않았다.
다만, 고승의(숙명여대 교수) 사외이사가 즉각 사퇴를 표명하고 일부 사외이사들도 내주 사퇴할 의사를 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 이사회는 내주 12일에 임시이사회를 열 예정이라 이날이 또 한번 사외이사의 거취문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5일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이사회 산하 경영전략위원회 및 간담회를 차례로 열었지만, 거취와 관련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재호 사외이사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거취와 관련한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논의는 했지만, 어떤 결정도 안 내렸다"고 말했다. 황건호 사외이사 역시 "논의를 하다가 말았다"고 짧게 말했다.
이날 이사회 산하 경영전략위원회는 원래 김영과, 황건호, 고승의, 신성환 교수가 소위 구성원이지만, 이날은 확대경영전략위원회로 운영돼 모든 사외이사가 참여했다. 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참가했다.
다만, 사외이사들이 거취와 관련한 단일 의견을 내지 못했지만, 일부 사외이사들은 개별적으로 즉각 사의를 표명하거나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우선, 고 사외이사가 즉각 사퇴를 표명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고 사외이사는 즉각 사퇴를 표명하고 사외이사직과 감사위원회 위원에서 물러났다"며 "12월 8일에 공시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이사들은 내주 사퇴 의사를 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의 KB금융 관계자는 "일부 이사들도 다음 주 12일 임시이사회 종료 후 사퇴할 의사를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사외이사들이 이같이 용퇴를 결정하거나 예고하면서 금융당국의 LIG손해보험 인수 유보 상황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이사회 차원의 단일한 합의는 나오지 않아 금융당국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 중이라 이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측면도 있다.
일부 사외이사들이 개별적으로 즉각 사퇴하거나 내주 사퇴 의사를 내비치면서도 사외이사들이 단일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것은 사외이사 간에 입장이 갈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뉴스핌 보도 'KB금융 사외이사 거취문제 ′이견′...5일 분수령' 참고)
실제 전날 한 사외이사는 일부에서 연임 포기 합의를 이뤘다는 보도에 대해 "연임을 안 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데 잘못 알려져서 지금 난리가 났다. 거취는 이사 각자의 개별 의사에 뜻에 따르는 것이다. 뜻을 어떻게 모으냐"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또 다른 사외이사 역시 "개인적인 생각은 별개로 연임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없다"며 "현안을 두고 여러 가능성에 대해 협의는 했지만, 전혀 그런(연임 포기 합의)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이런 이견은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들과 올해 새로 임명돼 2016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들 간 입장 차이 때문이다. 임기 만료에 따른 똑같은 연임 포기 선언이라도 사외이사들에게 다른 무게로 다가가는 것이다.
조재호·김명직·신성환 사외이사는 올해 3월 주총에서 임명됐다. 어쨌든 2016년 3월까지가 임기다. 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마련되고 있어 연임은 어차피 쉽지 않은 상황이다. KB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기 만료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는 데 대한 부담이 내년에 바로 물러나야 하는 사외이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
반면, 같은 연임 포기라도 다른 사외이사에게는 더 무겁다.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김영진·황건호·이종천·고승의·김영과 사외이사 가운데 고승의 교수는 최장 임기 5년을 채우게 돼 선택권이 없다. 결국 김영진, 이종천, 황건호, 김영과 사외이사가 키를 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내년에 임기가 끝나지만 연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만약 3월 주총에서 물러나면 KB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된다.
실제 이날 즉각 사퇴 입장을 밝힌 이도 고 사외이사다. 또한 이날 이사회 및 간담회에서도 신성환 사외이사는 가장 먼저 개인 일정을 이유로 회의장에서 빠져나갔다. 신 사외이사는 거취에 대해 독자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외려 이날 사외이사들은 거취와 관련한 내부 논의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김영진 사외이사는 "이사회 일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도록 돼 있다"며 "너무 오보가 많아서 이사회 일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