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운임 하락에 저유가 따른 공급과잉 겹쳐"
[뉴스핌=김성수 기자] 최근 저유가의 수혜주로 항공사·해운사 등 운송회사가 지목되고 있으나, 실상은 이와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직관적으로는 유가 하락에 따라 해운사가 연료비 절감이라는 반사이익을 누릴 것 같지만, 발틱운임지수(BDI) 등 해운사 업황을 보면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분석이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DI는 올 들어 64.73% 하락했다. BDI는 세계 26개 항로 벌크 화물 운임과 용선료 등을 종합한 건화물 종합 운임 지수다.
지난 3월 이후 발틱운임지수(BDI) 추이. 유가 하락세가 나타난 지난달 이후부터 BDI가 급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stockcharts.com] |
철광석은 올 들어 공급 과잉 상태에 놓이면서 가격이 약 50% 하락했다. 호주나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신규 주문할 필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제프리스는 연초 이후 중국의 철광석 수입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 항만에 쌓인 철광석 재고가 몇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철광석 주문이 감소하면서 선박 운임도 위축되고 있다. JP모건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호주-중국 항로 화물 운임은 철광석 가격의 5~10%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유가 하락세도 해운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연료비가 폭락해 대형 선박들의 운행 속도가 높아지면서 항구에 일찍 도착하는 선박이 증가하고 있고, 이는 선박의 공급과잉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벌크선 평균 속도는 7.1노트에서 7.4노트로 높아졌다. 노트는 선박이나 항공기의 속도를 재는 단위로, 1시간에 1해리를 나아가는 속도를 뜻한다. 벌크선 평균 속도가 이처럼 상승세를 유지할 경우 공급 과잉도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 선박관련 매체 트레이드윈드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최근 해운 업계가 공급 과잉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피터 샌드 발틱국제해운회의소(BIMCO) 수석 애널리스트는 "세계 전체 규모로 볼 때 건화물선의 공급과잉이 심각한(substantial) 상태"라며 "향후 화물선의 가치가 증가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것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면 선박 수요가 공급보다 크게 증가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실현되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내년부터 경유를 사용하도록 시행하는 제도도 선박 업황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부터 북서 유럽이나 북미 해안에서 200마일 반경 안에 있는 해양을 운항하는 선박은 벙커유 대신 벙커유보다 가격이 비싸고 친환경적인 경유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셰일가스를 생산하는 북미는 자국 내에서 모두 소비하지 못한 석탄을 수출한다. 이때 새로 적용되는 배출 기준 때문에 북미에 입항하는 벌크선의 운영비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어 WSJ는 해운사에 투자할 경우 주의가 요구되는 종목들도 지적했다.
WSJ는 "중국 원양운수공사(COSCO)는 재무상태가 취약한 기업"이라며 "화물 운임이 이전 수준을 회복할 때까지 투자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해운집단공사 자회사인 중해발전유한공사(China Shipping Development)도 벌크선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회사이기 때문에 투자시 주의할 종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