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방준혁+텐센트 vs 김정주, 연합 전선 구축 관심
[뉴스핌=이수호 기자]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참여를 본격화화면서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엔씨소프트가 업계 3위인 넷마블과 자본 결합을 진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사는 17일 오전 11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이번 자본결합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상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고문이 직접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엔씨소프트는 전격적으로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사인 넷마블의 지분 9.8%를 인수했다. 총 2만9214주를 3803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넷마블게임즈 발행주식 26만8889주 가운데 9.8%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루가 지난 이날에는 주당 20만573원의 금액으로 391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넷마블에 처분했다. 이는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자사주 8.93%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사실상 엔씨소프트가 자사주를 활용해 주식 스왑에 나선 것이다.
이로써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구조를 보면 방준혁 넷마블 고문이 32.36%로 최대 주주 자리를 지키게 됐고 CJ E&M과 중국 텐센트가 각각 32.35%, 25.31%의 지분을 갖게 된다. 엔씨소프트는 그 뒤를 이어 네번 째 주주로 자리를 잡았다. 방 고문과 CJ E&M, 텐센트는 엔씨소프트의 지분 매입으로 일부 지분이 희석된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15.08%로 최대주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김 대표(9.98%)의 뒤를 이어 넷마블이 3대 주주로 자리를 잡게되면서 확실한 우호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다. 넷마블게임즈가 의결권을 확보하고 김 대표의 우호세력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넥슨의 적대적 M&A 가능성 역시 희박해졌다.
넥슨 역시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결정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넥슨 관계자는 "양사의 협업이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단순한 지분 매입이 아닌 자사주 스왑이라는 점에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결정은 넷마블의 주요 주주 중 하나인 텐센트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텐센트는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블레이드&소울'을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파트너사로 양사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이번 자사주 스왑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넥슨이 텐센트에 엔씨소프트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꾸준히 돌았다는 점에서 향후 텐센트의 행보에 따라 양사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텐센트가 넷마블에 이어 엔씨소프트 지분도 확보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등장했다. 이날 진행될 기자회견에도 텐센트에 역할에 대한 질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 역시, 엔씨소프트와의 자본 결합이 손해보는 일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넷마블은 최근 들어 모바일 시장을 넘어서 매번 실패하던 PC 온라인게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 탓에 국내 최고의 PC 게임 기술력을 가진 엔씨소프트를 통해 양사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한 넷마블은 카카오톡 플랫폼이 중심인 회사다.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선 다른 플랫폼을 통한 게임 론칭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다. 실제 이달들어 네이버와 마케팅 제휴를 진행하는 등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결국 카카오톡 플랫폼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는 엔씨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서 넷마블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의 동의없이 이 같은 계약이 진행되긴 힘들 것"이라며 "이번 결합을 통해 엔씨소프트는 넥슨을 방어하는 동시에, 텐센트와 제휴를 강화하고 상장을 앞둔 넷마블은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이번 계약과 관련해 설명을 드리긴 어렵다"라며 "금일 진행할 기자회견을 통해 양사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