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강경 입장-뱅크런 리스크에 '꼬리' 내려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독일의 강경책에 그리스가 백기를 들었다. 기존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을 요청하는 쪽으로 입장을 굽힌 것.
은행권 예금 이탈과 함께 이른바 그렉시트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에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 채권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급한불을 껐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인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4~6개월 가량 연장될 것으로 주요 외신은 전망하고 있다.
전날 그리스가 이 같은 방안을 거부하면서 채무 조정 협상을 위한 회의가 결론 없이 종료됐으나 하루 만에 극적인 상황 반전을 이룬 셈이다.
외신에 따르면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그리스와 채권국 사이에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의 입장 전환은 은행권의 뱅크런 리스크와 독일의 강경한 움직임 등 안팎에서 숨통을 조이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초 은행권에서 빠져나간 예금액이 150억유로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은행권 예금 자산은 지난해 말 1600억유로에서 1450억유로로 줄어들었다. 은행권은 그리스 중앙은행에 긴급 자금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8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권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은행권 뱅크런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유럽 씽크탱크인 브뤼겔의 군트람 울프 디렉터는 “ECB가 ELA를 제거할 경우 극심한 애국자가 아닌 이상 그리스 은행권에 예금을 둘 이유가 없다”며 “무질서한 뱅크런을 방지하려면 그리스 정부가 자본 규제에 나서야 하겠지만 이 경우 새 정부의 위신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16일 협상 불발에 이어 독일은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을 요청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재무자관들이 그리스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더 이상 갖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를 압박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스의 결단”이라며 “그리스가 지원을 원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누구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고, 그리스조차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코메르츠방크는 16일 채무 조정 협상이 무산된 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50%로 판단했다. 이는 불과 1주일 전 25%에서 두 배 상승한 수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