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 채무 조정의 합의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유럽 증시가 또 한 차례 고점을 높였다.
독일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이 7년래 최고치 기록을 새롭게 경신했다.
20일(현지시각) 영국 FTSE 지수가 26.30포인트(0.38%) 상승한 6915.20에 거래됐고, 독일 DAX 지수가 48.70포인트(0.44%) 오른 1만1050.64를 나타냈다.
독일증권거래소. (사진:신화통신/뉴시스) |
이날 장 초반 독일 DAX 지수는 1만1081.81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반면 그리스 증시는 0.3% 소폭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그리스의 채무 조정 협상 진행과 관련, 주요 외신들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이 상충하는 모습이다.
이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ECB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하고 있으며,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나머지 회원국의 안정을 지키기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몰타의 주간지인 몰타는 에드워드 시클루나 재무장관을 인용, EU 주요 회원국들이 그렉시트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클루나 장관은“유로존 정책자들이 그리스에 ‘원하면 유로존을 떠나라’고 말할 단계에 이르렀다”며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렉시트 여부가 아니라 그리스가 유로존을 최대한 질서 있게 떠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주요 외신들은 유럽 증시 마감 후 채권국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측과 만나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고,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유럽 증시가 7년래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우는 것은 글로벌 유동성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한 주 사이 머니마켓펀드에서 11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 및 채권 펀드로는 135억달러의 자금이 밀물을 이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조10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QE) 계획을 발표,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 심리를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존 QE의 실물경기 부양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지만 투자심리와 자산시장 측면에서는 이미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유럽 증시로 밀려든 자금 규모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지난 한 주 사이 유럽 증시의 ‘사자’는 58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최근 6주 사이 유럽 증시로 유입된 유동성은 210억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BOA가 196명의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투자자들은 유럽 증시를 ‘톱픽’으로 꼽았다.
유로존 경제 지표 역시 호조를 이뤘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포괄하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월 53.5를 기록해 1월 52.6에서 개선됐다. 이는 시장 전문가의 예상치인 53을 웃도는 수치다.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위기가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실물경기는 모멘텀을 얻고 있다”며 “3월 시행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가 경기 회복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