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130원선까지 급등한 달러/원 환율이 당분간 조정 장세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3월 기준금리가 깜짝 인하됐지만 그간 환율 상승세를 지지한 주요인이 엔화 환율인만큼 향후 엔화 흐름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 한국은행은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75%로 하향 조정했다. 1131.50원에서 개장한 이날 달러/원 환율은 인하 발표후 1136.40원까지 고점을 높였으나 이내 상승폭을 반납, 1130원선을 밑돌고 있다.
서울 환시는 상반기 금통위 이벤트가 일단락됐다는 판단에 차익실현성 포지션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다만 글로벌 강달러 기조가 워낙 거세 달러/원 환율이 급하게 반락하기에도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A 은행의 외환딜러는 "경제전망 자체가 불안해 금리 인하는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 예측했던 부분이었다"며 "다만 3월 동결 후 4월 인하 전망에 대세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단행돼 허를 찔린 측면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가 선반영됐고 단기 급등세에 따른 레벨부담감에 차익실현성 포지션 정리가 나올 수 있어 보인다"며 "1130원 초반에서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
앞선 A 은행의 외환딜러는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기준금리 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는 뉘앙스도 몇 번 내비쳤다"며 "추가 인하 베팅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며 시기가 하반기가 될지 알 수 없으나 이런 분위기에서는 달러/원 환율 하락 반전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원 환율 1130원 레벨은 그간 저항역할을 꾸준히 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B 은행의 외환딜러도 "현재는 변동성이 크지만 차트상 오늘 경신한 연고점을 재경신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며 "1135~1136원이 역외쪽 포지션의 엔딩구간이라 조정을 거치는 듯하며, 네고물량도 꾸준하고 한번 쏠리면 무너질 수 있는 레벨이라 1110~1120원 레벨을 트라이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추가 인하될 수도 있지만 엔화 환율과 유로화 환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유로화가 더 밀리면 유로화 롱, 원화 숏 베팅 시나리오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서는 방향성을 예단하기 어렵고 오히려 주요 환율이 저항선까지 온 상황이라 한 번 더 밀릴 확률이 좀 더 높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달러/원 환율 하단을 지지한 요인이 엔화 환율인 만큼 향후 관건은 금통위가 아닌 엔화 환율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 은행의 외환딜러는 "현재 달러/원 환율이 엔화를 보고 상승해 왔기 때문에 엔화 환율이 전고점을 뚫지 않는 이상 하락하지는 않는 수준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환율이 오랜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숏베팅이 나오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도 지켜봐야 한다. 시장은 FOMC 성명서 문구에서 '인내심(Patient)' 문구가 삭제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FOMC가 있어 환율이 크게 하락하지 않겠지만 유로화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과매도·과매수 상황"이라며 "당분간 상승압력은 받겠지만 조정 시점을 다가가고 있어 상승세가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 발언은 어느 방향으로 확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향후 추가 인하 기대가 생기는지도 관건이 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