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이날 선물시장서 1조원 가량 순매도
[뉴스핌=증권부] 20일 국내 코스피는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되며 전일대비 2%대 급락세를 보였다. 장중 3%까지 빠지며 1830선을 터치, 1800선 붕괴 우려도 일부 제기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발 불안감이 아시아 시장 전체를 흔들었고, 국내 시장 외국인 투자자들도 하락에 베팅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대비 44.19포인트(2.34%) 하락한 1845.45에 마감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했다.
전일 중국 중앙은행이 6000억 위안의 유동성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나, 투자 심리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정책 지원에도 중국의 7%대 성장에 대한 의문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것. 이날 홍콩H지수의 8000선 붕괴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어제 중국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6000억위안의 유동성을 투입하겠다고 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밖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올해 처음으로 7개 기업에 기업공개(IPO)를 승인했는데 이 역시 공급에 대한 부담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날 오전 중국 철강회사들의 주가가 급락했는데 이 또한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관겅은 국제 유가 하락과 중국 증시다. 올해 3~4월까지는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오늘 외국인 선물 매도가 1조원 넘게 나오면서 한국시장의 급락을 촉발했다"며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확대되는 가운데 전체 외국인 매도의 70%가 프로그램 비차익 물량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 실장도 "새롭게 나온 급락 요인은 없으며 향후 브라질 등 중남미 기업들의 디폴트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외국인이 선물쪽에서 9000억원 넘게 매도하며 수급공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또 국내 ELS 발행과 연관이 있는 홍콩 시장의 급락 영향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홍콩H지수는 한국 투자자들의 ELS와 관련이 많은 지수인데 오늘 홍콩H지수가 빠져 불안감이 커졌을 것"이라며 "또 유가가 하락세인 것도 시장이 불안한 것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선 "지금이 저점매수영역은 맞지만 바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유가가 안정됐을 때 바닥이란 신호가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구정 전까지 이같은 저조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아시아 증시 급락은 홍콩 여파로 봐야 하는데, 이는 단기 이슈"라면서 "시스템 리스크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급락 구간으로 판단되며, 1800선 정도가 심리적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그에 따른 홍콩 증시 급락이 국내 증시 하락을 가져왔다"며 "외국인이 이머징마켓에서 빠져나가면서 국내에서도 외국인 수급 기반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증시가 1850선 이하에서는 과매도 국면으로 저가매수를 고려해도 될 타이밍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원화 약세가 이어진다면 외국인 매도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에 주의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최광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내 주식시장은 충분히 가격적으로 디스카운트 돼 있다"며 국내기업의 이익하향 조정 이슈도 이미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한 투자 심리로 주가가 이유없이 할인될 때가 낙폭과대 우량주를 싸게 살수 있는 기회"라며 "헬스케어 등 최근 조정 받지 않은 기업보다는 배당성향을 올리고 주주환원정책을 펼치는 기업 등의 우량주를 담을 때"고 조언했다.
앞선 박 센터장도 "최근 급락 구간에 우량주 가운데서도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들이 있다"면서 "특정한 업종보다는 이런 종목군을 선별해서 저가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지속적인 유가하락이나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국내 시장이 반등할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시점이야 말로 리스크 관리에 힘쓸 때라는 조언이다.
앞선 조 센터장은 "단기간에 코스피가 상승세로 돌아서기에는 기술적 반등 외에는 별다른 요인이 없다"며 "특히 유가의 경우 구조적 공급과잉 상황에 있는 만큼 반등이 쉽지 않고 시장 역시 펀더멘털적 요소로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하락속도를 저지하기 위해선 국내 기관(투신권)의 매수세가 살아나야한다"며 "현재 유입되고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이 외국인 매도를 압도하지 못한다면, 특별한 정책대응이 없는 한 시장은 계속해서 흘러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