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안정성' 리터만 vs '미검증 고수익' 머신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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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광수 기자]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진행중인 세기의 바둑 대국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로봇을 활용한 투자방식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전문업체들과 협업해 새로운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봇을 통해 투자할때는 거래하려는 금융사가 채택한 로보어드바이저가 어떤 엔진을 구동하는지를 우선 살펴야한다고 조언한다. 엔진에 따라 포트폴리오 구성과 투자방식이 달라져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검증된 이론...'블랙 리터만' 모델
현재까지 로보어드바이저의 큰 두가지 축은 안전한 수익을 추구하는 블랙 리터만 모델 (Black-Litterman Model)방식과 고수익 추구가 가능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방식이다.
일부 금융회사들이 금년초에 '최초'를 외치며 내놨던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은 잠시 반짝하다 외면받고 있다. 급하게 구성된 특별팀(TF)으로 짧은기간 개발한 로봇이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던 것.
하지만 잠시 주춤했던 로보어드바이저는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승부를 계기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증권사들 또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와 협업해 제대로 된 시스템과 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단 초기 승기는 리터만 모델이 잡았다. 이 모델은 1990년에 골드만삭스에서 개발한 포트폴리오 배분을 위한 수학적 모형이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개발 업체 10곳 가운데 7~8곳은 이 모델을 기초로 설계됐다.
대표 업체로는 쿼터백투자자문과 에임(AIM)등이 있다. 국내 금융·증권사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과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쿼터백투자자문과 협업해 로보어드바이저를 출시했다.
리터만 모델을 기초로 한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이다. 수년간 검증된 모델인만큼 초기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안정성 때문에 많은 증권사와 금융사들이 이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리터만 모델 엔진은 시장에서 각 종목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코스피 인덱스와 유사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종목의 등락에 따라 리밸런싱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안전성은 갖추고 있지만 시장수익률을 크게 벗어날 수는 없다는 한계도 있다.
◆ 이세돌9단 꺾은 ‘알파고’의 형제…'머신러닝' 모델
로보어드바이저의 또 하나의 큰 흐름은 '머신러닝'이다. 이세돌9단과 대국중인 구글의 '알파고'역시 같은 방식이다. 자산운용에서 알파고는 가령 지난 10년동안의 시장의 경우의 수를 분석해 현재 가격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 '경우의 수'의 측면에선 리터만 모델보다 다양하다.
국내 업체들 가운데서는 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와 비에스엠아이티(BSMIT) 등이 이 방식을 기초로 한 로보어드바이저를 내놨다. 이들 업체는 KDB대우증권과 이베스트증권, HMC투자증권, 앤드비욘드투자자문 등과 협업해 로보어드바이저를 출시했거나, 상반기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물론 금융회사들이 한 곳 업체와의 협업으로만 상품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각 업체들에게 엔진들을 제공 받고, 투자자 니즈에 맞춰 상품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머신러닝 모델의 장점은 다소 높은 수익 가능성이다. 시장 수익률을 트래킹하는 리터만 방식에 비해 고객의 개성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분산효과도 큰 편이다. 한 머신러닝 로보어드바이저 관계자는 "10일 기준 시뮬레이션으로는 코스피 시장대비 6~7%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전해왔다.
다만 시장에서 검증이 안됐다는 것은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위험한 자산관리 방식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 외에 '제3의 모델'을 개발하는 곳도 있다.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지난 2013년 설립한 디셈버앤컴퍼니가 대표적. 아직 실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자본금(95억원)기준으로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어 최근 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