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의 블루오션…고지의무사항 대폭 줄여 쉽게 가입
[뉴스핌=이지현 기자] 보험 소외 계층으로 불렸던 고령자와 유병자가 최근 보험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보험시장에서 그 동안 보험 가입이 불가능했던 이들을 고객으로 모시려는 것. 이와 동시에 간편심사 건강보험이 보험업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정부의 고령·유병자 보험 활성화 정책에 따라 국내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들이 간편심사 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간편심사 보험은 보험가입 전 고지 의무 항목을 대폭 축소해 고령자나 유병자도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3가지 항목만 충족하면 병력이 있거나 70대에 가입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3가지 항목은 ▲최근 3개월 이내 입원·수술·추가검사 의사 소견 ▲최근 2년 내 입원·수술 이력 ▲최근 5년 내 암으로 진단·입원·수술받은 이력 등이다. 50~70대가 주 가입 대상이며, 보험사에 따라서는 40세부터도 가입이 가능하다.
한화, 삼성 등 대형 생보사들도 고령·유병자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한화생명, 삼성생명> |
간편심사 보험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현대해상에서 고령·유병자를 위한 간편심사 보험이 출시되면서부터다. 손보업계에서는 최초로 위의 3가지 조건만 통과하면 진단과 입원, 수술 및 사망보장이 가능하며, 암·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 등 3대 질병 진단금을 지급하는 보험이 출시된 것.
기존 무심사보험의 보장범위가 사망과 암진단 등으로 제한됐던 것과 달리 모든 질병에 대한 수술과 입원을 보장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현대해상의 간편심사보험은 출시 후 지난 3월 말까지 약 8개월 간 11만 6000건, 90억원(초회보험료 기준)가까이 판매됐다.
이후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도 같은 시장에 뛰어들었고, 한화손보도 지난 3월 말 유병자 보험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생보사들도 고령·유병자 간편심사보험 시장에 가세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1일 한화생명을 시작으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까지 고령·유병자 보험 상품을 출시한 것.
특히 삼성생명의 고령·유병자 보험은 지난 15일 상품 출시 첫 날 2만건 이상의 상품이 판매되면서 판매를 중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상품이어서 시장의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속도 조절 차원에서 상품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지했다"며 "현재 전속 설계사를 통한 판매 채널을 중지한 상태로, 5월 초 재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고령·유병자 간편심사보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새로운 시장 개척의 의미가 크다.
국내 가구의 생명보험가입률이 87.2%, 손해보험 가입률은 91.8%에 이르는 상황에서 아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을 공략해 보험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것.
다만 고령·유병자 보험시장의 성공 여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보험료가 비슷한 구조의 건강체 대상 보험에 비해 1.5~2배 가량 높긴 하지만, 워낙 고위험 고객이기에 손해율이 높을 수 있는 것.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의미한 손해율을 도출하려면 2~3년의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은 초기효과로 가입자 수가 급증하지만, 상품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