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하면 임금 인상하고 늦으면 불이익
[뉴스핌=김지유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공공기관들의 성과연봉제 도입 지연에, 인건비와 정원을 삭감하겠다며 조기 도입 압박 수위를 높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금융공공기관 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9개 금융공공기관의 기관장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 촉구가 눈에 띄었다.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민간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얽혀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경우 '자본확충'과 성과연봉제를 연장선상에 놓고 지적했다. 회의가 끝난 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두 기관장에게 티타임을 요청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재차 촉구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금융공공기관 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
이날 금융위원회는 성과연봉제의를 조속히 도입하면 '당근(인센티브)'을, 지연되는 기관에 대해서는 '채찍(불이익)'으로 일관할 것을 명확히 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면 ▲인건비 0.25% ~ 1% 인상률 지급 ▲5월 이내 도입시 10% 추가 성과급 지급 ▲경영평가 가점을 주겠다고 재약속했다.
반면 도입이 지연된다면 ▲인건비성 예산 협의∙승인 시 불이익 ▲경비성 예산 협의∙승인 시 불이익 ▲정원∙조직∙업무∙기능 등 기관업무 협의∙승인시 경영 효율성, 방만경영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안이다.
◆9개 공공기관 중 예보만 노사 합의
현재 이들 금융공공기관 중에서 성과연봉제를 노사가 합의한 곳은 예금보험공사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모두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경우, 현재 조선∙해양 산업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주요 채권단이기 때문에 자본확충이 시급한 데도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비판을 받고 있다.
임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특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구조조정이라는 시급한 현안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조속히 성과주의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며 "성과연봉제 도입 등 철저한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해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 달라"고 지적했다.
회의가 끝난 후에는 임 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따로 배석해 면담을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성과연봉제 도입 잘 하라 그러셨다"면서도 "임직원 연봉 얘긴 이를 보도한 언론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선을 그었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직원들의 성과연봉 비중을 최대 30%로 확대하고 연봉 차등 폭을 일반직도 20%까지 늘리는 등의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김재천 사장이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었지만 이날 공식 회의에 참석하며 이를 거둬들였다. 기업은행은 이달 말까지 사측안을 확정짓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었다.
◆노조, 반대 집회·농성 등 예고하며 강경 반발
금융공공기관의 노조 역시 강경한 입장이다.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노조는 상급단체인 금융산업노조 협상권한을 위임했다. 산별교섭에 따른 조치다. 금융노조는 성과주의와 관련 사측과 협상할 용의가 없다. 금융노조는 5월 11일 노동절을 계기로 세를 과시할 계획이다. 11일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가고 금융노조는 이날 산업은행 본점에서 성과주의 반대 집회를 연다. 11일과 18일에는 금융위원회 앞에서도 예고돼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최근 금융공기업에서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 찬반투표를 시도하는 등 불법적인 노동탄압이 진행되고 있다”며 “객관적인 성과평가란 존재하지 않고 금융의 공공성을 무너뜨릴 수 있어 성과주의 도입에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금융위 "성과주의 문화 확산위해, 영업방식 대폭 개선"
한편 이날 금융위는 성과중심 문화를 위해 ▲직원교육을 통한 개인발전의 기회 제공 ▲평가시스템의 객관성과 공정성 ▲정책금융의 영업방식 대폭 개선 등을 강조했다.
특히 영업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3분기 이내 산업은행은 기업금융 수요가 높은 10개 점포(서울강남·종로), 경기부천·안양, 대전, 부산, 인천, 대구, 울산, 광주 등)의 평일 영업 종료시간을 오후4시에서 오후7시로 연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4분기 이내 전통시장, 의료수급자, 외국인 근로자·서민 밀집지역 등에 위치한 점포 5곳의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동점포 등을 활용해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도 2분기 이내 고객이 방문 전날까지 직원 상담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영업외 시간에도 서비스 제공하는 '헬프데스크'를 운영할 예정이다.
◆금융위 "업적평가기준에 교육훈련 성과 반영"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금융공공기관 직원들의 교육훈련과 경영전략, 성과평가 등과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직무와 교육훈련 프로그램 간 연계를 강화한다. 이에 따라, 각 기관들은 3분기 이내 교육이 조직의 성과에 직결되도록 경영전략 차원의 교육훈련계획 수립해 중기인력운영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4분기까지 기관 자체적으로 교육 이수 인증을 부여해 그 결과를 승진, 전보 등에 활용하는 '직무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 내부 특별승진 등의 인사고과와 성과급 지금 기준이 되는 업적평가기준(KPI)에도 교육훈련 성과도 적극 반영토록 했다.
금융연수원도 각 기관과 협의해 교육성과 평가 표준 매뉴얼을 개발할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