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 인하 어렵다는 견해 지배적
채권시장 보호 등 위해 추가 완화 필요성 제기
[뉴스핌=강소영 기자]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은 위안화절하압력 때문에 올해들어 금리와 지급준비율 조정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세계적인 양적완화 소용돌이 속에서 중국의 '버티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8월 이후 인민은행이 지준율과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11일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2.0%로 인하했다. 뉴질랜드는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올해 6월 이후 러시아, 한국, 호주, 영국 등 다수의 국가들이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해 줄줄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후 8년 동안 전세계 중앙은행은 모두 667번에 걸쳐 금리를 인하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들어 지준율과 금리 조정에 매우 조심스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 발전개혁위원회 정책연구실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기존에 중국 정부가 견지하던 '적정한 시기 금리와 지준율 인하를 단행한다'라는 문구마저 삭제됐다.
이번달 5일에는 인민은행은 '2016년 2분기 중국 통화정책 운용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통해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 방식이 변했다고 '천명'했다. 2015년 상반기에는 주로 지준율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2016년 상반기에는 공개시장 조작,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등 통화 조정 도구를 이용해 자금을 공급했다"며 앞으로 이와 같은 방식을 유동성 공급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7월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MLF로 대규모 자금을 풀었다.
인민은행이 금리 혹은 지준율 인하와 같은 보다 직접적인 통화완화 정책 사용을 꺼리는 것은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과 그에 따른 자금 유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보고서'에서도 '지준율 인하는 위안화 가치하락을 초래, 외자 유출을 촉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상반기 장기 금리가 인하 추세를 보이면서 인민은행의 MLF, 역RP 등 시장 조작 수단을 통한 통화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만큼 인민은행의 자신감도 높아진 상황.
올해들어 협의통화(M1)과 광의통화(M2)의 증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도 지준율 인하와 같은 유동성 공급 방식의 효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M1과 M2 증가율 격차 확대는 시중에 돈은 많지만 정작 돈을 쥐고 있는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중국이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지준율과 금리를 인하해 무작정 돈을 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
중국 화촹증권(華創證券 화창증권)은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이 완화되고 있지 않아 앞으로도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 카드를 사용할 확률이 적다고 분석했다.
화촹증권은 ▲ 중국 국내 경제성장 둔화세 지속 ▲ 유럽,미국,일본 통화 정책 분화 ▲ 영국와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 ▲ 브렉시트 충격 완화를 위한 유럽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가능성 상승 ▲ 미국 비농업분야 취업자수 2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 상회 등 대내외적 요소가 위안화 가치하락을 여전히 자극하고 있다며 3분기 지준율 인하 단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선 8월 이후 인민은행이 금리 혹은 지준율 인하를 통한 본격적인 추가 통화완화 정책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이어진다.
자오양(趙揚) 노무라증권 중국 수석경제학자는 "중국의 외자유출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 개인의 해외투자 증가 등 요인으로 발생한 결과일뿐 지준율 인하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면서 "인민은행이 오히려 지준율 인하를 통해 자본유출로 인한 악영향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오 수석경제학자는 앞으로 인민은행이 연말까지 금리와 지준율을 각각 1차례와 2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첫번째 지준율 인하는 8월에 단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주저우증권(九州證券 구주증권) 글로벌 경제 수석경제학자 덩하이칭(鄧海淸)도 국채시장의 위기 예방을 위해 인민은행의 금리와 지준율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2.7% 아래로 하락, 2009년 1월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부 증권사는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1.7%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덩 경제학자는 "만약 인민은행이 추가 통화완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장기 국채 수익률 하락세는 지속되고, 시중 자금의 장기 국채 투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라며 "이는 4000포인트 이상에서 주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고 매우 위험한 현상"이라고 역설했다.
인민은행이 추가 통화완화에 나서지 않고 장기 국채 시장 투자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 A주에서 발생했던 '폭락'장이 국채시장에서 재연될 수 있다고 덩 경제학자는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