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IT부품 '부정적'..반도체는 '긍정적'
[뉴스핌=김양섭 정탁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증권가는 트럼프의 정책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자동차, 가전, IT 부품 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IT 업종 중에서는 중국과의 경합이 예상되는 반도체 등은 오히려 수혜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제약, 바이오 업종도 대체적으로 수혜 업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코스피지수 및 현대차주가 최근 1주일 추이 <자료=네이버증권> |
◆ 주식시장 급반등..자동차 관련주 일제히 '하락'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전일 3%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오전장에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이 전날 패닉 상태에서 이날 빠르게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유독 자동차 관련주들은 대부분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도 오전장에서 3~6% 가량 약세를 보이고 있고, 자동차 부품주인 한온시스템, 만도 등도 6~7%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보는 피해업종은 대체로 한국의 수출 주력 업종이다. 자동차를 비롯해 철강, 섬유 등이 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거론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철강, 섬유,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망은 불투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이날 주식시장에도 대체로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선 큰 피해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김중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만약 FTA 재협상을 통해 미국 수출차량에 대한 관세부과가 재개된다면 국내 업체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예상되지만 이는 반대로 미국산 수입차에게도 마찬가지여서성급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NAFTA를 수정해 멕시코 생산품에 3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에도, 기아차의 피해가 가능하나 미국 Big 3 또한 멕시코에 공장 (합산 약 160만대 CAPA)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실현가능성을 낮춰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 가전·IT부품 '부정적'..중국 경합 '반도체'는 '긍정적'
가전과 IT부품 주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는 앞서 보호무역 정책의 일환으로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들에 45%에 이르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아이폰 (트럼프는 대선 유세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을 포함한 중국 생산 IT Set 제품들의 생산 원가가 대폭 상승해 한국 IT 부품 업체들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한국 가전 업체들은 멕시코 생산 공장에서 TV 포함 생활 가전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 중이므로 관세율이 높아질 경우 가전 부문의 수익성과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IT 업종가운데 반도체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이세철 연구원은 "공급측면에서 트럼프 당성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진입 속도가 늦춰질 전망"이라면서 "이는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중국 반도체업체의 미국 반도체기업에 대한 M&A 및 기술협력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제약·바이오 '콜'..방산업종 '관망'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의약품 가격에 대해 자유경쟁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클린턴이 신약 가격거품과 약가인하 발언을 할 때마다 나스닥 헬스케어 지수가 급락한 반면 트럼프는 신약의 가격 인하에 대한 의지는 크지 않으면서 고품질 저가 해외 의약품 수입확대를 통해 의약품 가격은 시장의 논리를 따른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당선은 신약개발 기업과 바이오시밀러 관련 기업들 모두에게 긍정적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주가가 가장 큰폭으로 움직인 업종은 방산업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해당업종내 특정 종목이 단기 모멘텀에 의해 오를수는 있지만 실적을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날 방산관련주인 코스닥시장의 빅텍, 스페코, 퍼스텍 등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 다른 방산주인 한화테크윈, LIG넥스원, 휴니드 등도 급등했다. 그러나 이날 스페코, 빅텍, 퍼스텍 등은 차익매물이 나오며 하루만에 10% 넘게 빠지고 있다.
방산주가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는 이유는 트럼프가 안보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을 축소하고 미군이 주둔한 국가의 방위비 분담을 크게 만들겠다는 공약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산주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률이 높아지면 오히려 무기 개발 구입에 필요한 국방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사실 트럼프의 공약이 그대로 정책으로 현실화될 거란 보장이 없다"며 "국방비가 늘어난다 해도 국방 예산이 정해져 있는데 예산이 무기 국산화 등에 투자할지 주한미군 방위비 지출을 늘릴지 등은 아무도 알 수 없어 향후 진행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트럼프 정책 수혜 업종으로는 정유, 석탄, 기계, 소재, 산업재, 건설업종 등이 꼽히고 있다. 석탄관련주, 바이오, 중국소비 관련주 역시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국내 석탄관련주는 삼천리, 경동가스, LG상사 등이 있다.
이은택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폐기하고 석탄 등 화석에너지 사용을 지지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는 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속보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