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포함 수출 기업들 난색
1100개 기업 CEO 트럼프에 서신 전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예상 밖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투자자들이 혼비백산한 가운데 ㈜아메리카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산업재, 기계류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영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유럽 기업들 역시 이른바 ‘트럼프 충격’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사진=AP/뉴시스> |
9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과 월가 애널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제시한 무역 정책과 재정 정책으로 인해 국내외 기업들의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리안츠의 올리버 베테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 후 보호주의 무역정책과 재정 확대 정책을 동원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이 가해지는 한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범대서양투자무역동반자협정(TTIP)이 불발될 것으로 재계와 금융권은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 자동차 업체 BMW부터 덴마크 해운업체 AP 몰러 머스크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FT는 자동차와 재생에너지, 보험, 통신 및 미디어 업계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불이익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석유가스와 인프라, 방위산업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밖에 항공 및 해운, 은행, 소매 업계는 중립적인 것으로 FT는 판단했다.
무엇보다 값싼 인력과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에 기대 멕시코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둔 자동차 업체들이 이번 대선 결과로 인해 커다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자는 포드가 소형차 제조 부문을 미국에서 멕시코로 이전하기로 한 데 대해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포드 자동차 <사진=블룸버그> |
금융업계 투자자들은 이번 대선 결과로 인해 통신 업계 역시 일격을 당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대로 국방 관련 지출을 확대할 경우 방산업과 항공 부문이 수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잉과 록히드 마틴 등이 투자자들 사이에 수혜주로 꼽힌다.
샌디 모리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국방 예산이 늘어나면서 관련 부처의 중장기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캐터필러 등 미국 수출 기업들이 커다란 리스크를 맞았고, 도요타를 포함한 일본 기업들 역시 트럼프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레드 스미스 페덱스 최고경영자는 WSJ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승리로 인해 반무역 정서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무척 우려된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및 제약 부문의 경우 트럼프의 당선으로 안도하는 표정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부추겼던 미국의 의약품 인상 압력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이자와 머크, 알러간 등 클린턴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던 선거 기간 극심한 주가 하락 압박에 시달렸던 기업들이 모멘텀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대선 결과의 윤곽이 드러난 뒤 1100개 미국 기업 경영자들은 트럼프 당선자에게 서신을 전달했다.
경영자들은 보호주의 무역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이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경제적 번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신에는 화해와 협력을 통해 건설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문이 포함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