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고백하건대, 지금껏 샤이니 민호(25)를 단 한 번도 배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간 크고 작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뚜렷한 인상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더 솔직하자면, 그저 극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 다행인, 흔하디흔한 ‘연기돌’ 중 한 명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 생각이 영화 한 편으로 단박에 부서졌다. 연기 4년 차, 드디어 배우 최민호의 진가가 발휘됐다.
최민호가 스크린 주연작 ‘두 남자’를 선보였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인생 밑바닥에 있는 두 남자가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범죄 액션물. 극중 최민호는 가출팸 리더 진일을 연기, 열여덟 가출 소년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깃털이 된 듯해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에요(웃음). 열심히 해온 게 헛되지 않은 느낌이죠. 좋은 평가들도 많고 무엇보다 연기로 인정받아서 너무 좋아요. 특히 지금까지 이미지와 다르게 다가왔다는 말, 캐릭터와 잘 어울린단 말이 기뻤죠. 이미지 변신을 꿈꾼 건 아니지만, 다른 이미지라서 끌렸던 건 사실이거든요. 제가 이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했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은 다르니까 제 안의 거친 이미지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죠.”
그의 말이 맞다. 최민호는 진일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 특히 유약한 외모에서 연상할 수 없었던 남성미는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는 고운 얼굴 가득 멍칠을 해야 했지만.
“감독님이 저의 제대로 된 얼굴이 10분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전 괜찮다고, 오히려 좋다고 했죠. 외적인 모습을 지우고 싶다고도 말씀드렸어요. 거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이번 영화로 담배도 배웠어요(웃음). 물론 지금은 어렵게 끊었지만요. 정확히는 끊은 게 아니고 참는 거죠. 하하. 아무튼 그렇게 다가가는 작업을 했어요. 멍 분장이 익숙해지니까 나중에는 더 진하게 해달라고 했죠. 오히려 외적인 부분은 금방 놔버렸어요.”
외적인 모습에 신경을 기울였다고 해서 내적인 부분을 놓친 건 아니다. 그랬더라면 지금처럼 극찬도 쏟아지지 않았을 터. 되레 비교하자면, 최민호가 공들인 건 후자다. 이성태 감독의 말에 따르면 ‘두 남자’는 예의 없는 영화. 캐릭터의 전사가 흔한 플래시백 하나 없이 오롯이 배우들의 연기로 채워진다. 그래서 인물의 내면을 차곡차곡 쌓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거친 삶을 살았더라면 쉬웠을 텐데(웃음), 따뜻하고 바른 환경 속에서 좋은 가르침을 받고 자랐어요. 학교생활도 재밌게 잘했고요. 진일과는 반대죠.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자료도 많이 봤어요. 근데 채워지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겉핥기가 아니라 속까지 꽉 차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작부터 갔죠. ‘내가 진일이라면’이란 가정하에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어요. 진일에게 행복이란 게 과연 있었을까 싶었죠. 그래서 저의 행복했던 기억도 지우기 시작했어요. 크게 데뷔, 수상, 콘서트 개최부터 가족과 따뜻한 밥을 먹고 친구와 여행가고 축구하는 사소한 것까지요. 행복이 '0'이 되니 조금씩 진일을 이해하게 됐죠.”
결국 최민호는 진일의 내면을 실감나게 그리기 위해 ‘공감’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그는 이 방법 덕분에 호평 역시 따랐을 거라고 했다. 앞서 살짝 언급했듯 최민호는 연기로 좋은 평가를 들은 적 없는 ‘연기돌’이었다. 때때로 ‘발연기’의 주인공이 된 적도 있다.
“물론 욕도 조언이라고 생각해요. 만일 제가 그걸 무시하고 제 길만 갔다면 똑같았을 거예요. 작품 수가 많진 않지만 1년에 하나씩 꾸준히 작품을 했어요.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면서 고민도 많이 했죠. 어떻게 하면 잘하는 걸까, 칭찬받는 사람들의 비결은 뭘까 하고요. 제 문제점도 많이 찾아보려 했고요. 물론 타고난 재능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깨달은 건 제 진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동안은 잘하고 싶은 마음에 저도 모르게 자꾸 멋있어 보이려고 한 거죠. 인간 최민호가 아닌 연예인 최민호의 모습을 스스로 이미지화해서 만들었던 거예요. 저도 억지로 만든 거니까 관객도 당연히 공감을 못했을 거예요.”
스크린 주연작이야 이 영화가 데뷔작이지만, 최민호는 이미 데뷔 9년 차 연예인이다. 시작은 모두가 알다시피 보이그룹 샤이니.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에게 지난 시간을 물었다.
“사실 처음에는 많이 뛰었어요. ‘그 누구보다 잘돼야지’, ‘최고가 돼야지’라는 마음이었죠. 근데 뛰다 보니 생각보다 놓치는 게 많더라고요. 그걸 안 후로는 천천히 걸으면서, 주위도 봐가면서 저 자신, 알맹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자 싶죠. 그래서 지금은 느긋하게 걸어가려고 해요. 물론 돌이켜 보면 지난 9년도 잘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후회는 없죠. 다만 중요한 건 앞으로니까요. 조금 더 여유를 즐기면서 많은 걸 느끼면서 가고 싶어요. 때때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주위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