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유럽 증시 숲보다 나무를 보라'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말 포트폴리오 내 5%까지 늘어난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자산의 행방이 새해 투자자들 사이에 관심사다.
이른바 ‘트럼프 로테이션’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유럽 주식 및 통화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유로존 <출처=블룸버그> |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글로벌 펀드매니저의 현금 자산 비중이 5%까지 늘어난 상황.
연간 기준으로 2016년은 주식펀드에 최악의 한 해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주식 ‘사자’가 활발했지만 한 해 동안 관련 펀드에서 93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 나온 것.
하지만 미국 대선 결과가 펀드플로에 급반전을 일으켰고, 이후 추세가 올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간의 니콜라오스 패니그리조글루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대선 이후 투자 심리가 급변했다”며 “주식과 채권을 중심으로 펀드 유동성 흐름에서 이 같은 정황이 뚜렷하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미국 12월 고용 지표를 확인한 월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렸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 이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없지 않지만 세금 인하와 재정 부양에 따른 경제 성장 기대가 여전하다.
이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 순환을 지속시키는 한편 주식시장의 신규 자금 유입을 부채질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초 시선을 끄는 것은 미국에서 유럽 주식시장으로 자금 순환이 발생할 것이라는 월가의 전망이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후 냉각된 유럽 증시의 투자 심리가 경제 펀더멘털 개선과 밸류에이션 저평가에 대한 매력을 근거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말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2017년 유럽 증시의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는 의견보다 축소할 것이라는 의견이 4% 높았다.
이 같은 비관론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시장 진입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수익성을 갖춘 우량 종목을 매수하는 데 적기라는 것. 특히 유로화의 약세로 인해 미국 경쟁사에 비해 강한 가격 결정을 지닌 종목이 유망하다는 평가다.
로리 포우 맨 GLG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매크로 변수에 치중해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숲이 아니라 나무를 볼 때 유럽 증시의 투자 매력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록적인 하락을 나타낸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시각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브렉시트 충격을 빌미로 파운드화가 극심한 ‘팔자’에 시달린 가운데 하반기 영국 경제가 의외로 강한 내성을 보인 만큼 저가 매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파운드화를 안전자산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브렉시트 협상이 예상보다 매끄럽게 진행되면서 강한 반등을 보일 수 있다고 코메르츠방크는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