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보호주의 배격 삭제 무역질서 전환점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주말 주요 20개국(G20)이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 성명서에서 보호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은 사실상 무역전쟁의 빗장을 열어 제친 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세계 GDP의 약 85%를 차지하는 국가가 무역 장벽을 높일 수 있는 정당성이 마련된 셈이라는 얘기다. 특히 문구의 삭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수출입 항만 <사진=블룸버그> |
이와 별도로 중국 정부는 미국과 최악의 무역 마찰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독일에서 열린 G20 회의를 지켜본 시장 전문가들과 주요 외신들은 무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질서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기조를 무역에 본격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유럽 언론들이 이를 중대한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움직임이다. EU의 전체 GDP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이르는 만큼 이번 결정에 따라 초래될 수 있는 파장이 유럽 경제에 작지 않은 위협이라는 지적이다.
팍스 비즈니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미국 언론 역시 이번 G20 회의 결과를 국제무역을 둘러싼 주요국의 분열로 해석했다.
호주의 비즈니스 칼럼니스트인 스티븐 바톨로뮤즈는 <더 오스트리안>의 기고문을 통해 므누신 장관이 주축이 된 보호주의 문구 삭제는 내달 미국 재무부의 반기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높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0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싱크탱크와 정책 자문관들을 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악의 무역 패널티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수입품에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 정책 자문관들은 미국이 관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철강과 가구, 국영기업들의 수출 상품 등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항목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차적인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잰걸음을 하는 가운데 모바일 휴대폰과 노트북을 포함해 재량 소비재 품목의 수출을 축소하는 한편 농산물과 기계류 등의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형태의 대책도 저울질하고 있다.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최근 무역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크고 작은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중국이 대미 투자 확대를 포함해 친화적인 정책을 취할 수도 있지만 미국 측의 공격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