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함께 독일 부동산 안전자산 부상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자산시장을 달궜던 ‘트럼프-온’이 후퇴, 2분기를 맞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 금에 대한 상승 베팅이 대선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블랙스톤을 포함한 ‘큰손’들이 독일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어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 뮌헨 중심가의 상업용 부동산 <출처=블룸버그> |
4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월가의 머니매니저들이 지난달 21일 기준 한 주 사이 금값 상승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1만8000건 신규로 설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난달 마지막 주 트레이더들의 금값 하락 베팅이 1만4707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값 순매수 포지션이 50% 급증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3% 아래로 떨어질 경우 금 선물이 온스당 1300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금값 상승 베팅이 부쩍 늘어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이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꺾인 데다 4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필두로 유럽 정치권 리스크가 고개를 든 데 따른 결과다.
투자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독일 부동산 시장이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부상한 점이다. 일반적으로 런던과 파리에 밀렸던 독일 부동산에 뭉칫돈이 밀려들면서 유럽 상업용 부동산 거래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지난주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등 독일 주요 도시에 100여건의 부동산을 소유한 오피스퍼스트 이모빌리엔을 33억유로(35억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가을 33억유로 규모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가 투자자 수요 미달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어 이번 투자에 더욱 시선이 집중됐다.
블랙스톤 이외에 대형 머니매니저들의 독일 부동산 자산 투자 수요가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 소식통의 얘기다.
부동산 투자 회사 하인스의 유럽 대표 라스 허버는 WSJ과 인터뷰에서 “유로존이 해체되지 않는다면 독일이 최대 경제국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유로존이 무너지는 경우에도 독일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판단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영국의 EU 탈퇴와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 불확실성이 해당 지역에 비해 독일 부동산의 투자 매력을 높인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리얼 캐피탈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독일 부동산 거래 규모는 383억유로를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4.8%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유럽 전체 감소폭인 13.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들어 베를린의 노른자위 상업용 부동산뿐 아니라 그 밖에 다른 도시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컨설팅 업체 세빌스는 안전성에 무게를 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에도 적극적인 베팅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