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철강 등 구조조정에 금융당국 역할 축소 예고
[뉴스핌=강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금융권은 '가계부채 총량제'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 관련 공약 중 가장 비중이 높게 언급됐고, 금융권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10일 정치권과 금융계에 따르면 ‘가계부채 총량제’란 법이나 규정으로 가계 대출의 총량을 정해놓고 그 이상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다. 부채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이런 정책은 사실상 극약처방으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한자리수로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행정지도 차원이지 규정이나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가계부채의 양적 규제를 도입할 경우 ‘대출절벽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가계 대출의 양을 제한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제도권 대출에서 밀려난 저소득, 저신용 한계가구다. 총량이 제한되면 금융권에서는 당연히 고신용자에게 대출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액을 정해놓고 인위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이 시장의 논리에 위배된다”며 “특히 많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양으로 규제하는 총량규제는 경제적 약자에게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정책이 처음부터 극적인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제2차 경제현안 점검 회의’에서는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종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숫자가 빠졌다. 따라서 점진적인 양적 규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가계부체총량제’가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시중은행의 시선을 모은다면 국책은행에서 가장 긴장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이다.
문 캠프 내 비상경제대책단은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에 대해 “이번 구조조정이 조선 산업을 살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본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이런 부실로 인해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원인분석과 책임규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지분을 보유했던 산업은행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실제 대책단은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구조조정과 회생을 위해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부실을 키워 공적 자금 투입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향후 조선, 철강, 해운업계 예정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역할론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구조조정 정책결정을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탓에 산업정책 전반에 미치는 종합적 영향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문 캠프의 판단 때문이다.
이는 결국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대한 주도권을 잃게 돼, 금융당국의 역할과 권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 고용감축을 최소화하고 지역 내 경제주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활성화 시키고 중소기업을 배려해야 한다는 3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정상화 과정을 위해 인력감축·자산매각 등을 담은 대우조선의 자구계획과 일부 상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 정책적 변화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예의 주시 중이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