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중단으로 신뢰 다진 뒤 쌍궤병행 추진해야' 주장
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가 30일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ICBM급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진행한 지상 요격 미사일 훈련 장면 <사진=뉴시스/AP> |
[뉴스핌=강소영 기자] 한·미·일 3국이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국에 강력한 역할을 촉구하는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는 군사 전문가들이 대북 제재 무용론을 설파하며 자국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국영 중앙방송국 CCTV 평론가인 류화(劉華)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기존의 대북제재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만이 한반도와 동북화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쌍중단'은 북한의 도발 중단과 한미 양국의 군사훈련 중단을 골자로한 일종의 양보 절충안이다. 쌍궤병행은 쌍중단을 기초로 형성된 상호 신뢰의 바탕위에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북한과 평화협정 협상을 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메르켈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북핵 해법인 '쌍궤병행'과 '쌍중단' 제안에 대한 독일의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류화는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명백한 국제연합(UN)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지만,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 강화, 반복된 군사훈련으로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한국과 미국의 강경한 군사적 제스처 결과 북한의 대응 방식은 군사력 강화와 핵개발 의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강력한 군사 실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점으로 지목했다.
CCTV 평론가 류화는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미국의 알래스카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북한의 무기 개발 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가 강조하는 근본적인 해법은 앞서 언급한 각측의 양보다. 중국이 제시한 해법인 '쌍궤병행'과 '쌍중단'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과 미국이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양보를 통해 북한이 핵개발 포기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양측이 상호 신뢰를 구축한 후 한반도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진일보한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고 류화 평론가는 강조했다.
그러나 만약 한국과 미국이 과거와 같은 강경한 대북 압박 정책을 유지한다면 한반도에선 지금보다 더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즈쿤(張志坤)이라는 중국 군사 전문가도 대북 제재 무용론을 주장했다. 7일 중국 주요 매체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누가 손해를 보는가?'라는 장즈쿤의 글을 앞다퉈 전재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미 오랫동안 셀수 없을 만큼 여러차례에 걸쳐 다양한 방법으로 대북 제재에 나섰지만 '북한 위협과 압박'은 국제사회의 유행어로 전락했을 뿐 실효는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간 수차례의 대북제재에도 북한 정권은 건재하고 북한의 '무력시위'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 장즈쿤은 이미 사실상 동원할 수 있는 대북제재 방법을 다 써본 국제사회가 동일한 방식의 대북 압박에 나설 경우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쪽은 북한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 위협론의 '약발'이 전혀 듣지 않는 상황도 강조했다. 미국이 핵항모, 핵잠수함, 스텔스기 등 각종 최첨단 무기를 과시하며 북한을 위협해왔지만, 북한이 이에 주눅들거나 놀라기는 커녕 '묵묵히' 자신의 군사력을 키워왔다는 점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장즈쿤은 "미국의 끊임없는 위협에 북한은 오히려 자신의 군사력을 키워왔다. 현재 지구상에서 사거리 6000km이상의 미사일 개발 실력을 가진 국가가 몇이나 되는가? 북한은 이미 몇 안되는 군사강국 반열에 진입한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