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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크리스토퍼 논란클럽' 임도완 연출 "초연보다 더 노는 것처럼…즐겨달라"

기사입력 : 2017년11월09일 17:24

최종수정 : 2017년11월09일 17:24

[뉴스핌=황수정 기자] "집에 돌아가다 어떤 생각이든 하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연극 '크리스토퍼 논란클럽'이 지난 8일 개막했다. '크리스토퍼 논란클럽'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나이트' '인셉션'을 모티브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울림을 전한다. 특히 영화의 역동성을 신체의 언어로 재구성,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경이로운 장면들을 재현해낸다.

연출을 맡은 임도완 연출가는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소장이자 현재 서울예술대학 교수다. 지난 2014년 '크리스토퍼 논란클럽'을 만든 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렸다. 당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자제해야 했던 임도완 연출은 "이번에는 더 재밌게 했다"고 자신했다.

"영웅에 관한 이야기, 생각 자체를 변질 시키는 행동이나 언어들, 정치권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은유를 통해 전하고 싶어서 '다크나이트' '인셉션'을 택했어요. 초연 연습 도중에 세월호 사건이 터져서 그때는 음악도 세게 못하겠더라고요. 이번에는 더 노는 것처럼, 더 재밌게 만들었어요."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오롯이 배우의 소리와 몸짓으로 영화의 명장면을 재구성 해낸다는 것. 의자 6개, 마이크 4개 외에 아무것도 없는 텅빈 무대지만, 배우들의 움직임만으로 꽉차게 만든다. 특히 CG같은 장면을 어떻게 연출할까 싶은데, 상상력을 뛰어넘어 그저 감탄만 자아내게 한다.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 2학년 수업 중 하나가 밴드마임이었어요. 영화 한 편을 18분으로 줄여서 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굉장히 재밌었어요.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죠. 영화마다 같을 순 없으니까, 그 영화의 이미지를 신체언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죠. 특히 구성이 제일 어려웠어요. 어떤 신을 뽑아내야 할 지, 그런 것들요."

이번 재연에서는 '인셉션'의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괴롭히는 무의식 속 아내 맬(마리옹 꼬띠아르)에 대한 장면, 코브의 무의식 장소 바닷가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명장면 도시 폭파나 트레일러 전복, 무중력 등을 인상적으로 표현해낸다. 그것도 별다른 장치 없이.

"요즘에는 미디어가 너무 넘쳐나요. 매일 스마트폰에 빠져있죠. 그동안 우리가 늘 가지고 있었던 신체 언어의 유희를 환기시키고 싶었어요. 어렸을 땐 공놀이도 하고 칼싸움도 하고, 신체 유희를 굉장히 즐겁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지고 사이버 공간 안에만 빠져있잖아요. 그걸 거꾸로 아날로그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무대에서 또다른 재미는 '랩'이다. 배우들이 무대 모서리에 설치된 스탠딩 마이크를 통해 직접 랩과 노래를 선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좀더 분명하게 전달한다. 때문에 다소 무거운 주제라도 흥겹게 즐길 수 있다.

"랩은 시대 브랜드잖아요.(웃음) 옛날에 음유시인이 노래를 했다고 하면, 지금은 래퍼들이 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발음을 명확하게 하더라도 음색에 따라서 마이크가 잘 받는 사람이 있고, 아니라서 전달력이 떨어질 수도 있어서 걱정돼요. 그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죠."

임 연출이 '다크나이트' '인셉션'의 영화를 통해, '크리스토퍼 논란클럽'을 통해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 시대의 영웅은 무엇인지, 우리는 타인의 생각이 아닌 본인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는 "그냥 즐겨줬으면 좋겠다"면서도 "집에 돌아가다 어떤 생각이 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기다리는 영웅, 영웅이란 무엇이고 존재하는지, 그런 허상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랐어요. 또 중고등학교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라면서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있어요. 옛날에는 소위 말하는 '개똥철학'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정치, 사회, 교육이 사람들의 생각을 주무르고 조종하고, 획일화되고 있다는 것, 그걸 상기시키고 싶었어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을 새롭게 느껴볼 수 있는 연극 '크리스토퍼 논란클럽'은 오는 19일까지 CKL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사다리움직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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