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이미지는 너무 잘 맞지만, 연기력이 부족하다.” “아직 표현하는 법을 모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기회는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아 버텼다. 오히려 더 집중해서 더 진지하게 연기를 배웠다. 얼마지 않아 기회가 왔다. tvN 드라마 ‘굿와이프’(2016) 김단.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드라마는 탄탄했고 그의 연기는 섬세했다. 당연히 대중과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장창원 감독이 ‘꾼’ 시나리오를 건넨 것도 그즈음. 그리고 첫 미팅이 잡혔다. 그때까지 오디션 경험뿐이던 그는 그곳에서 이렇게 외쳤다. “꼭 하고 싶습니다!”라고. 그러자 장 감독이 웃으며 되물었다. “출연 결정하고 온 거 아니세요?” 춘자와의 첫 만남이었다.
배우 나나(26)가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알렸다. 22일 개봉한 첫 영화 ‘꾼’을 통해서다. 나나의 첫 작품인 ‘꾼’은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불가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오락영화다.
“TV와 달라서 아직 어색하고 신기해요. 앞으로 한두 작품 하다 보면 익숙해질까 싶다가도 쭉 이럴 듯하기도 하고(웃음). 호평 역시 신기하죠.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고요. 제가 과하거나 튀어 보일까봐 걱정이 많았거든요. 근데 다행히 잘 어우러졌다고 해주셔서 감사하죠. 제일 바랐던 말이고 그걸 위해서 더 많이 고민하고 연습했거든요. 당연히 제가 보면 아쉬운 부분도 많죠. 저만 아는 긴장한 표정이 더 부각돼 보여요. 그걸 보면서 부족한 걸 느끼고 연기한 순간을 돌아보게 되죠. 지금은 대중의 반응이 너무 궁금해요. 부담도 되고요.”
극중 나나가 연기한 춘자는 거침없는 비주얼 현혹꾼이다. 이름 빼고는 모든 게 완벽한 미녀 중의 미녀. 화려한 미모로 주위를 사로잡고, 넘치는 매력으로 목표물을 현혹한 후 재빠른 손재간으로 정보까지 얻는 베테랑(?) 꾼이다.
“전 대사를 달달 외워야지 감정, 표정, 제스처가 상상돼요. 그래서 정말 대본을 많이 봤죠. 제 신을 상상할 때마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오게요. 감독님, 선배들에게도 많이 여쭤봤어요. 그렇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갔죠.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팀원으로 녹아드는 거였어요. 그래서 평상시 편한 사람들, 가족들과 있을 때 어떤 말투를 쓰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 집중하고 세심하게 관찰했죠. 거울도 보고 녹음도 해봤어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와 대사할 때는 확실히 톤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부족하겠지만, 계속 듣고 연습하고 듣고 하면서 찾아갔어요.”
범상치 않은 캐릭터인지라 외적인 부분을 어떻게 준비했을지도 궁금했다. 혹 모두를 사로잡는 미녀라는 설정(물론 그는 2014년과 2015년, 미국 영화사이트 TC캔들러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의심할 여지 없는 미모의 소유자다)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뭔가를 더 욕심내지는 않았어요. 다만 의상 색감은 밝은색, 원색으로 가려고 했죠. 워낙 밝고 외모에 자신감이 있는 친구니까요. 실제 저요? 이렇게 말하면 별로겠지만(웃음), 저도 외적인 부분은 만족하는 편이에요. 자신감도 있죠. 하하. 단 만족 하되 그만큼 관리도 해요. 관리에 따라 또 달라지니까요. 전 연기할 때 내적인 것만큼 외적인 것도 잘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아니 시간을 내서 관리하고 있어요. 앨범 준비할 때부터 해온 일이라 그것도 일상이 됐죠. 언제나 제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관리도 밥 먹고 잠자는 것처럼 당연한 거죠.”
모두가 알다시피 나나는 배우이기 이전에 걸그룹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9년 11월 애프터스쿨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굿와이프’를 만나기까지 7년 동안 애프터스쿨과 애프터스쿨의 유닛 오렌지캬라멜로 몇 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좋아서 가수로 데뷔했어요. 근데 앨범마다 콘셉트가 있잖아요. 그걸 소화하려면 연기력이 필요했죠. 무대 표현부터 드라마를 요하는 뮤직비디오 작업까지 해야 하니까요. 그러면서 궁금증이 많이 생겼죠. 캐릭터대로 움직이고 표현하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그때부터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면 어떨까 해서 발성 등 기본적인 것을 배우기 시작했죠. 최종 목표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수 활동과 연기 활동 둘 다 놓고 싶지 않아요. 만일 할 수만 있다면, 계속 쭉 이어가고 싶죠. 엄정화 선배처럼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욕심 많은 그에게 배우로서 구체적인 목표도 있느냐고 물었다. 다소 식상하고 유치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라든지 캐릭터 등과 같은. 나나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그리는 미래의 한 부분을 공유했다. 시종일관 차분하던 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조금 높아졌다.
“연극도 해보고 싶어요. 전석호 선배 공연을 보러 갔는데 굉장히 흥분되고 희열을 느꼈죠. 그래서 연기할 때부터 너무 궁금했어요. 물론 아직은 다양한 작품으로 경험을 쌓아야 하는 시기인 걸 알죠.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연기 레슨을 받고 있고요. 김단과 춘자를 하고 나니 최근에는 조금 더 깊은 감정 연기를 공부하고 싶고, 그런 역할을 맡고 싶더라고요. 근데 이번에 선택한 드라마 ‘사자’에서 그런 모습을 조금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하죠. 지금과는 확실히 다른 내면적인 부분, 감정 연기를 표현할 수 있어서 기대되고 설레요. 요즘 그 마음으로 지내요(웃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