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만성 신경쇠약을 앓고 있는 동생 진석(강하늘). 새집으로 이사 온 날 밤, 진석은 형 유석(김무열)의 납치를 목격한다. 다행히 유석은 납치 19일 만에 무사히 돌아오지만, 그 충격으로 납치된 동안의 기억을 잃고 만다. 그날 이후 매일 밤 아무도 모르게 어디론가 향하는 유석. 진석은 어딘가 낯설게 변해버린 형을 의심하고 그를 미행하기 시작한다.
영화 ‘기억의 밤’은 ‘천재 스토리 텔러’ 장항준 감독이 9년, 정확히는 1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시작은 2014년 합정동의 작은 술자리. “집 나간 형이 돌아왔는데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지인의 말에서 출발했다. 시선은 동생으로 설정했다. 동생의 흩어진 기억 조각을 차곡차곡 쌓아 전체 사건의 단서를 완성했다. 동생과 상반되는 형의 기억은 관객에게 혼란을 주는 동시에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역할로 썼다. 디테일의 대가답게 작은 단서 하나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코믹릴리프’라는 연극 기법을 차용해 관객의 긴장과 공포 역시 최고치로 올렸다. 말 그대로 휘몰아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전반부에 해당한다. 스릴러는 범인이 드러나는 중반부 즈음 완전한 공포물(?)로 바뀌고, 끝내 휴먼 드라마에 종착한다. 확실히 호불호가 가릴 부분이다. 보는 이, 특히 정통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장르 파괴’라고 지적할 법하다. 하지만 애당초 이 작품에서 장르는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장 감독은 그랬다. 그는 스릴러를 주제 전달을 위한 도구로 여겼다. 구태여 따지자면 오히려 힘을 준 건 후반부 드라마, “싫든 좋든 사람은 이어져 있고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며 산다”는 메시지다. 어찌 됐건 메시지는 정확히 전달되니 성공인 셈이다.
다만 아쉬운 지점은 반전이 드러난 후 곁들어진 장황한 설명이다.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고 느끼는 게 단순 스릴러 색이 옅어졌기 때문만은 아닐 거다.
반면 형제로 합을 맞춘 김무열과 강하늘은 열연은 압도적이다. 탄탄한 연기는 물론, 선과 악이 공존하는 두 배우의 매력적인 얼굴이 빛을 발한다. 이들은 계속되는 반전과 급변하는 장르 전환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입체적인 연기와 양면의 이미지로 기어이 그 순간, 그때 맞는 얼굴을 만들어낸다. 단연 ‘기억의 밤’의 가장 큰 미덕이다. 오늘(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