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 'Paper, Present:너를 위한 선물' 2섹션 전시. 오밤 이정현의 ‘음영’ 시가 작품 아래 적혀있다. <사진=이현경 기자> |
[뉴스핌=이현경 기자] 시와 전시가 만났다. 대림미술관은 ‘Paper, Present:너를 위한 선물’에서 시인 오밤 이정현의 시를 전시장에 함께 배치해 관람객에 두 배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전시 ‘Paper, Present:너를 위한 선물’을 기획한 안주희 수석 큐레이터는 “종이가 선사하는 선물 같은 순간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종이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 다채로운 표현방식을 보여주고, 물성을 뛰어넘어 감정적인 매체로서 종이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시의 부제는 ‘너를 위한 선물’이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이의 화려한 변신은 눈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 시인 오밤 이정현의 시가 더해져 깊은 감수성을 자아낸다. 대림미술관 측은 ‘Paper, Present:너를 위한 선물’에 시 작품을 더한 이유에 대해 “이번 전시는 종이가 감성적인 매체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 메시지를 관객에게 원활하게 전달하기 위한 관객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편으로 시를 선택했다”라고 뉴스핌에 전했다.
대림미술관 'Paper, Present:너를 위한 선물' 전시에 오밤 이정현의 시가 함께한다. <사진=이현경 기자> |
오밤 이정현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그의 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대림미술관은 쉽고 진솔한 문구로 일반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이어가는 작가 오밤 이정현의 감성을 높이산 것. 이정현 작가는 SNS에서 감성적인 글귀로 대중과 소통하는 시인으로, 팔로워는 6만9천명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달을 닮은 너에게’와 올해 2월 ‘당신 없는 나는’을 출간했다.
이번 ‘Paper, Present:너를 위한 선물’에는 ‘달을 닮은 너에게’에 수록된 시 글귀가 전시에 함께한다. 종이가 선사하는 감동과 오밤 이정현의 감각이 더해진 시가 어우러지면서 '힐링'을 선사한다.
전시는 7섹션으로 구성됐다. 섹션의 시작을 알리는 길목마다 오밤 이정현의 시가 적혀있다. 글귀는 모두 해당 아티스트 10팀과 함께 결정됐다. 대림미술관 관계자는 “전시장에 들어가는 모든 텍스트는 작가 동의하에 진행한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작가 10인(팀)의 작품은 오밤 이정현의 시와 어울려 관람객의 마음을 흔든다.
전시의 첫 번째 색션, ‘고요한 새벽의 별빛’에는 별빛, 바람, 햇살과 같은 자연적인 요소와 공감을 결합시켜 아름다움을 추구한 리차트 스위니의 작품이 놓여있다. 이곳에는 ‘야광별’의 글귀가 쓰였다. “너의 하늘로 내려가 깜깜한 너의 밤에 옅은 빛이라도 보태어 주고 싶어서.”로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품의 이야기를 시로 대신 전하고 있다.
두 번 째 섹션 ‘섬세한 손길이 만든 햇살’에는 핸드 커팅의 귀재 타히티 퍼슨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까지 포함한다. 쏟아지는 빛마저 아름다운 이 작품은에는 오밤 이정현의 ‘음영’ 속 한 구절이 함께한다. “그대에게 사랑으로 드리우고 싶습니다. 조심스럽게 얹혀진 그림자 옆에서 빛은 황홀을 머금고 발하는 법이니까요.”이다.
대림미술관 'Paper, Present: 전시장 벽에 설치된 종이의 색감, 질감을 살펴볼 수 있는 체험공간. 이 위에 오밤 이정현의 시도 적혀있다. |
세 번째 섹션인 ‘멈춰진 시간을 깨우는 바람’에는 아틀리에 오이의 ‘혼미노시 가든’이 펼쳐진다. 이는 일본 기후현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기 위해 청정한 물을 바탕으로 만든 일본 고유의 종이 ‘혼미노시’로 만든 작품이다. 종이로 만든 꽃나무가 전시장을 메운다. 이곳에 어울리는 시로는 “따스한 바람이 부는 곳에 꽃이 피어나듯, 네 손길이 닿은 곳에 사랑이 피어나길.”로 ‘개화 시기’에서 발췌했다. 시의 내용처럼 ‘혼미노시 가든’은 따뜻한 감성을 안고 있다.
네 번째 섹션 ‘익숙한 풍경에 숨은 놀라움’에는 토라푸 아키텍츠와 줄 와이벨의 작품이 함께한다. 재치있는 작품을 볼 수 있는 이곳에는 오방 이정현의 ‘꽃’이 관객과 마주한다. “그 많은 것들 중 너는 왜 하필 꽃이어서, 걷던 나를 멈추게 해 너만 바라보게 만들어. 그 많은 꽃들 중 그게 왜 하필 너여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너만 쓰다듬게 만들어.”라는 구절로 작품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거리에서 만난 동화’인 다섯 번째 섹션에는 오밤 이정현의 ‘문장’ 속 한 구절인 “선이 머무는 곳에서는 간혹, 단어들이 몇 가닥 피어나곤 했다. 그러면 나는 그 가닥들을 모아 문장을 한 자라 꿰어냈다.”로 짐앤주의 강렬한 페이퍼 아트에 숨을 불어 넣는다. 여섯 번째 섹션 ‘꽃잎에 스면든 설렘’에 놓인 완다 바르셀로나의 작품에는 ‘꽃을 피우는 나무’, 마지막 일곱 번째 ‘그곳에 물든 기억’ 섹션에서는 ‘봄에 피는 사람’ 중 한 글귀를 만날 수 있다.
대림미술관 일곱번 째 섹션 ‘그곳에 물든 기억’. 마음스튜디오의 작품 <사진=이현경 기자> |
시와 예술작품의 궁합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제대로 알 수 있다. 대림미술관 관계자는 시가 대중과 예술작품을 이어주는 소통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관객은 현대예술을 감상하면서 많은 지적 정보와 사고 작용을 하게 되는데, 이를 유연하게 도와주는 게 텍스트이며 그중에서 ‘시’가 관객이 전시에 대한 이해를 크게 돕는다는 의미다. 대림미술관 관계자는 “시는 서술적인 글에 비해 훨씬 함축적이고 다양한 연상 작용을 유발한다. 감성적인 반응까지 유도하는 독립적인 예술 장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시를 시각 예술과 결합시키는 것이 전시에서 동일한 효과를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경우 관객의 심리와 작품 사이의 링키지(linkage)가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시와 만났을 때 관객이 감상할 수 있는 폭이 극대화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림미술관 관계자는 “작품을 본격적으로 감상하기 이전에, 관객들이 시를 통해 전시에 몰입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