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개헌·권력기관 개혁 강공에서 선회
최저임금·올림픽 맞아 야당 협조 요청
[뉴스핌=정경환 기자] 문재인정부가 최근 들어 부쩍 '협치'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야당에 대한 협조 요청이 잦아졌다. 새해 벽두부터 권력기관 개혁과 헌법 개정을 놓고 '마이 웨이(My Way)'식으로 밀어붙이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22일 청와대 및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간의 만남이 언제쯤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홍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소통이 막혀 있는 셈이다.
지난해 5월 19일과 7월 19일 그리고 9월 27일에 걸쳐 총 3차례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와의 만남의 자리가 마련됐지만, 홍 대표는 찾아볼 수 없었다.
5월 회동은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오찬이었고, 7월과 9월 회동에선 여야 4당 대표가 참석했으나, 홍 대표는 끝내 불참했다. 물론 문 대통령도 홍 대표를 굳이 따로 찾진 않았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진지하게 만남을 요청하면 우리는 반드시 응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야당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세가 돼 있을 때 만나야 하는 것이지, 만남을 위한 만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뉴스핌 DB> |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상황이 다소 달라지는 형국이다. 청와대에서 야당을 향한 구애(?)의 목소리가 자주 들리고 있어서다. 이에 청와대와 제1 야당 서로 간의 패싱(Passing, 무시)이 이대로 계속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 "우리는 지금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의 길을 여는 소중한 기회를 맞고 있다"며 "마침 이 시기에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남과 북을 마주앉을 수 있게 만들어 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 대화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기회를 다시 만들기 어려운 만큼 국민들께서는 마치 바람 앞에 촛불을 지키듯이 대화를 지키고 키우는 데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 정치권과 언론도 적어도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일만큼은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청와대는 전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입을 빌어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원치 않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아무도 없다고 믿고 있다"면서 "평창 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도록 야당과 언론도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 야당 측에 도움을 청했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1만원'은 야당의 공통된 공약이기도 하다"며 "특히, 2030 세대를 걱정하는 것은 야당은 물론, 언론도 한 뜻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4일 권력기관 개혁안 발표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의 개헌 로드맵을 내놓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 개혁안 발표 당시 청와대 측은 "행정부는 행정부 몫을 하고 국회는 국회의 몫을 하면 된다"며 "행정부의 입장이 어떻다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 없다.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논의해 마무리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인 개헌 로드맵을 제시했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개헌안의 국회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회를 향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홍 대표와 만날) 생각은 늘 있다"면서 "그런데 만날 수 있는 분위기가 있고, 안 될 분위기가 있는 것 아닌가. 지금으로선 당분간은 만남이 어렵지 않겠나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